‘계의 궤적’부터가 클라이맥스, 후회 없는 마무리 짓겠다
8월 28일(수), 도쿄 시부야서 ‘영웅전설 계의 궤적 -페어웰, 오 제무리아(Farewell, Oh Zemuria)-‘ 아시아 미디어 이벤트가 열렸다. 본작은 2004년부터 지속된 ‘궤적’ 20주년 기념작으로 ‘여의 궤적’ 두 편의 결착을 짓는 동시에 시리즈 전체의 클라이맥스로 나아가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침 전날 닌텐도 다이렉트로 ‘하늘의 궤적 더 퍼스트(가칭)’가 발표되어 현장 분위기는 최고조였는데, 미리 일정을 조율한 게 아니라 정말로 우연이라고. 국내 한정이지만 모바일 게임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까지 같은 날 론칭이라 이래저래 운명적인 ‘영웅전설’의 날처럼 느껴졌다.
이날 행사는 ‘궤적’ 시리즈의 아시아 유통을 담당하는 CLE 첸 웬웬 대표와 니혼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가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지역별 데모 시연 및 인터뷰로 이어졌다.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첸 대표와 묻고 콘도 대표가 답하는 형식이었고 내용 측면에서도 인터뷰와 겹치는 부분이 적잖아 한데 묶어 소개하고자 한다. 현장서 체험한 ‘계의 궤적’ 초반부 게임 플레이는 곧 별도 기사로 발행할 예정이다. 참고로 ‘계의 궤적’은 이달 26일 정식 한국어화를 거쳐 동시 발매되며 지원 기기는 PS4, PS5다. ‘궤적’ 20주년 기념품이 포함된 한정판 역시 국내 판매된다.
'궤적'의 아버지, 니혼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
● 가장 먼저 ‘궤적’ 시리즈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 솔직히 20년이나 이어지리라 감히 상상도 못했다. 지금 이 자리서 이렇게 후속작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여전히 놀랍다. 그만큼 오랫동안 큰 지지를 보내준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계의 궤적’에 이르러 마침내 ‘궤적’ 시리즈도 클라이맥스다. 앞으로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오늘은 그 매력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모쪼록 잘 부탁한다.
● 만약 2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 앞으로 20년 넘게 계속될 거라 말해주고 싶진 않다(웃음). 아무래도 자만해버리고 말 것 같아서, 역시 ‘열심히 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 20년간 무려 13작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이틀과 캐릭터는
: 되돌아보면 역시 제목이 바뀔 때가 터닝 포인트였다. 가령 ‘하늘의 궤적’서 ‘제로의 궤적’ 그리고 ‘벽의 궤적’서 ‘섬의 궤적’. 그때마다 작품 내적으로 무대가 바뀌고 외적으로 플랫폼이 교체되는 등 큰 변화를 겪으며 개발 전반을 재검토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을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하늘의 궤적’일까. 천지분간 못하던 시절에 중임을 맡아 진짜 밑바닥부터 세계관을 쌓고 등장인물 하나하나 정성껏 설정했다. 직접 스크립트 작성은 물론 이벤트신까지 만들며 완성시킨 최초의 ‘궤적’이라 각별한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착이 가는 캐릭터 역시 에스텔과 요슈아를 꼽겠다. 아무래도 첫 주인공이다 보니 이대로 괜찮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던 게 지금도 바로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특히 에스텔은 ‘영웅전설’ 시리즈 팬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주인공이 되도록 굉장히 애썼다. 실제로 에스텔과 요슈아의 성별이 반전된 프로토타입도 존재했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 게이머 모두에게 공감될 만한 캐릭터가 탄생하여 뜻깊었던 기억이 난다.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 20주년 기념 일러스트
● ‘여의 궤적 3’가 아닌 ‘계의 궤적’,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 기본적으로 전작서 이어지는 터라 내부에선 ‘여의 궤적 3’란 타이틀로 개발해왔다. 다만 ‘궤적’ 시리즈 전체가 클라이맥스에 접어들었음을 좀 더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겠더라. 아무래도 모두가 지난 20년간 계속 즐겨주진 않았을 테니까. ‘하늘의 궤적’ 삼부작만 안다든지 ‘제로의 궤적’이나 ‘섬의 궤적’만 경험한 분도 꽤 있지 싶다. 그들에게 드디어 클라이맥스라 알리려면 ‘여의 궤적 3’가 부족했다.
그렇다면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를 어떻게 한 단어로 표현할까. 이미 공개된 PV서 보다시피 본작을 통해 제무리아 대륙이란 거대한 세계의 구조가 밝혀지며 기존 지식이나 상식이 뒤집혀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세계에 대한 개념을 파훼한다는 의미에서 계(界)가 적절하겠더라. 사실 ‘계의 궤적’은 이미 ‘제로의 궤적’이나 ‘벽의 궤적’ 시절에 후보로 냈던 제목인데, 이번에야말로 딱 어울려 채택했다.
● 그간 제무리아 대륙 곳곳으로 무대를 넓히다 마침내 우주까지 나아가게 됐다
: 돌이켜보면 ‘하늘의 궤적’은 앞서 ‘가가브 트릴로지’의 장점을 계승하는 동시에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 이미 우주를 구상한 건 아니다. ‘제로의 궤적’부터 차츰 기획을 확장하다 제국편에 기신이 등장한 게 큰 전환점이었다. 그렇게 ‘섬의 궤적’서 작중 세계도 우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여의 궤적’을 통해 관련 정부 기지의 존재도 언급됐다. 나아가 마침내 본작에 이르러 공화국이 스타 테이커 계획을 발표함으로서 우주의 수수께끼와 직면한다. 그 목적은 제무리아 대륙을 둘러싼 수많은 사건과 관련되니 이제껏 쌓여온 숱한 의문에 대한 답을 기대해주기 바란다.
무대는 대륙에서 우주로, 세계의 진실이 밝혀져간다
● ‘여의 궤적’은 성인 대상으로 좀 더 무거운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 점도 계승되나
: 누군가 죽었다 재등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사망 처리되는 데 당황한 ‘궤적’ 시리즈 팬이 많은 듯하다. 확실히 그 점은 ‘여의 궤적’이 지닌 특징이다. 반면 ‘계의 궤적’은 세계를 둘러싼 불가사에 다가서고 상식이 뒤집히는 가운데 그것을 돌파하여 해방하는 이야기다. 따라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변화할 것이다.
● 어쨌든 ‘여의 궤적’ 완결편이므로 해결사 사무소 전원은 빠짐없이 재등장한다
: ‘여의 궤적’ 두 편으로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가 아직 많으니까. 그 사건은 ‘계의 궤적’까지 이어지므로 당연히 아크라이드 해결사 사무소 전원이 등장한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여의 궤적’ 메인 스토리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다들 새로운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특별히 주목해줬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나
: 나야 모두에게 주목하길 바라지만 그래도 두 명을 꼽는다면 아니에스와 반이다. 먼저 아니에스는 옥토 제네시스를 찾는 중인데, 사실 구체적으로 뭐하는 유물인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엡스타인 박사는 물론이고 제무리아 대륙 전체와 얽힌 비밀이 존재한다. 따라서 그녀의 역할은 ‘여의 궤적’ 이상으로 중요해질 터다. 다음으로 반의 경우, 지난 두 편서 그 출생에 대해 조금씩 밝혀졌으나 여전히 흐릿한 부분이 있으니까. 마왕을 품은 반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계의 궤적’ 메인 스토리의 핵심 중 하나다.
● ‘여의 궤적’ 완결을 표방하니만큼 아니에스와 일레인의 히로인 쟁탈전도 결판이 날까
: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웃음). 둘 중 한 사람은 ‘계의 궤적’을 통해 확실히 결말을 맞는다. 그게 누구인지, 어느 시점이 될지, 과연 행복할지 슬플지 여기서 답할 수 없지만 모쪼록 기대해주기 바란다.
전작 '여의 궤적' 멤버는 신규 의상으로 등장
● 그와 별개로 기존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들이 귀환한다는 소식이 무척 화제였다
: 이런 미디어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케빈의 재등장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나왔으니까. 과거 ‘하늘의 궤적 더 서드’를 냈을 때 너무 사족 아니냐는 비판이 엄청 거셌는데, 지금은 팬 앙케이트 ‘다시 보고픈 캐릭터’ 2위에 당당히 올라있다(웃음).
● 그렇게 요청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야 케빈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면
: 그다지 대단한 이유는 없다. 케빈이 ‘하늘의 궤적 더 서드’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후 크로스벨은 크로스벨대로 제국은 제국대로 각자 사건이 전개됐으니까. 물론 그 이면에 케빈이 어느 정도 관여하기야 했겠으나 어쨌든 당시 주인공인 로이드, 린을 좀 더 확실히 조명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케빈의 등장은 억제되어온 셈이다. 반대로 ‘계의 궤적’에선 정말 딱 케빈의 역할이다 싶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명랑하면서도 냉혹한 이단심문관으로서 누군가를 처단하는 사명이 있다고만 해두겠다.
● PPT를 보면 케빈과 루퍼스가 나란히 섰다. 그 사명에 얽힌 관계라 봐도 될까
: 실제로 케빈은 사명을 달성하고자 루퍼스와 접촉한다. 루퍼스도 표리부동한 인물이라 서로 꽤 어울리지 않나. 다만 루퍼스는 과거를 청산하여 ‘섬의 궤적’과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어지간한 소리는 농담으로 넘길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케빈이 하려는 일이 과연 루퍼스의 서약과 합치될지. 이에 대해 소풍대-신생 제국해방전선-가 케빈을 어떻게 여기는지, 특히 나디아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도 흥미로운 부분이겠다.
기존 '궤적' 시리즈로부터도 인기 캐릭터가 다수 복귀
● 팬 앙케이트 2위가 케빈, 1위는 린으로 안다. 그가 맡은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지
: 린이 주인공이던 ‘섬의 궤적’ 막바지에 추가 콘텐츠로 배포된 내용을 기억하나. 거기서 린과 크로우가 기신에 탑승하여 제무리아 대륙을 이탈하는데, 바로 그 장면이 ‘계의 궤적’ 수수께끼와 맞닿아 있다. 이제 ‘궤적’ 세계관에 우주가 존재한다는 게 분명해지고 작중 인류도 거기에 근접하는 중이다. 린이 한 발 앞서 그것을 목도했음을 공화국도 파악한 데다 본인 역시 자신이 본 게 무엇인지 좀 더 제대로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섬의 궤적’을 통해 제국의 사건은 막을 내렸어도 린 개인의 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의 검성으로서 스승인 윤 카파이라든지 ‘여의 궤적’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즈나와 교류하며 한층 더 성장하는 부분에 주목해주기 바란다. 정리하자면 ‘계의 궤적’서 린 슈바르처가 맡은 역할은 무척 중요하며 막중하다.
● 기존 시리즈의 주역들이 돌아옴에 따라 여성 출연진도 굉장히 탄탄해졌다
: 그새 다들 성인이 됐다. 피야 가끔 등장한지라 변화가 크지 않은데, 알티나와 토와는 보다시피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알티나의 키만큼은 별로 자라지 않았지만(웃음). 저마다 새로운 위치서 크게 활약하게 되니 그녀들의 성장에도 주목해주기 바란다.
● 알티나가 린을 부를 때 ‘섬의 궤적’처럼 린 교관이 아니라 린 씨라고 부르더라
: ‘섬의 궤적’서 알티나는 학생이었으니 린을 교관이라 불러야 적절하다. 반면 ‘계의 궤적’ 시점에 그녀는 사회인이나 다름없고 토르즈 사관학교가 아닌 다른 조직 소속이기도 하다. 작중 린과 함께 움직이긴 하지만 서로의 관계 변화와 알티나 자신의 성장 등을 고려하여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했으니 기대해달라.
신생 제국해방전선, 이른바 소풍대 역시 루퍼스와 함께
피, 알티나, 토와 등 여성 출연진의 성장한 모습도 주목
● 팔엽일도류의 노사이자 검선, 윤 카파이가 제대로 나서는 건 처음인 듯한데
: 이름뿐이라면 일찍이 ‘하늘의 궤적’부터 등장한 바 있다. 에스텔의 아버지 카시우스를 가르친 인물이자 아넬라스의 할아버지로. 그 외에도 이곳저곳 자주 언급되어온 인물이라 언제쯤 등장시킬까 고민이 많았다. ‘여의 궤적’서 나오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일정이 촉박한 와중에 그 정도 인물을 어설피 다루고 싶지 않았다. 그간 윤 카파이는 황폐화된 대륙 동부를 돌아다녔는데, 이제 이야기가 크게 움직이는 만큼 핵심 인물로서 제대로 나서기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린의 스승이자 시즈나의 선대 두령이므로 셋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장면은 여러모로 흥미로울 터다.
● C.엡스타인 박사의 제자인 L.해밀턴도 나온다. 역시 우주의 수수께끼 때문인지
: 이른바 C.엡스타인의 삼고제(三高弟)가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이야기가 크게 움직여왔다. ‘계의 궤적’ 역시 공화국뿐 아니라 제무리아 대륙 전체를 뒤흔들 사건이 펼쳐지므로 L.해밀턴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계속 말하지만 ‘섬의 궤적’ 막바지에 의미심장한 장면이 본작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일견 무척 상냥하고 우수한 인물로 묘사되나 어딘지 수수께끼도 많다. 단서를 주자면 여신의 칠지보라 불리는 셉트 테리온이 하나의 열쇠다. 공화국편에선 그다지 다루지 않은 설정인데 여기서 뭔가 더 밝혀질 터다.
● 그래서 성배기사단장 제4위 셀리스와 제11위 리온 발타자르가 움직이는 건가
: 이미 케빈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났듯 세프티아 교회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 케빈과 관련하여 리온 일행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겠다.
마침내 전면에 나서게 된 팔엽일도류 노사, 윤 카파이
린, 윤 카파이, 시즈나까지 세 사람의 만남이 흥미롭다
그 외에 셀리스, 리온, L.해밀텀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 잠깐 아넬라스가 언급됐는데, 혹시 공개되지 않은 추억의 캐릭터가 더 있다면
: 보고 싶은 캐릭터를 전부 메인 스토리에 넣었다간 되려 무척 지루한 전개로 흐르기 십상이다. 대신 특정 시설에 방문하거나 거리를 유심히 살피다 보면 반가운 만남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궤적’ 시리즈를 꼼꼼히 즐겼다면 그간 등장한 NPC 가운데 공화국서 유학했다거나 친척이 산다던 이들을 기억할 터다. 바로 그 유학 시절 신세를 졌던 사람, 친척과 만나 소싯적 추억이나 요즘 근황을 전해 들을 수 있다.
● 이처럼 기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면 진입장벽 문제가 생긴다, 대책이 있을까
: 그렇다고 린, 케빈이 등장하는데 딱히 중요치 않은 역할을 맡길 수야 없는 노릇이다. 대신 나름 보완책으로 타임리 워드라는 기능을 넣어 이벤트 도중이라도 즉석에서 관련 설정 확인이 가능토록 했다. 아무래도 세계관 용어나 등장인물의 과거 행적을 일일이 다 설명하려면 대사가 이상해지니까. 극단적으로 린이 누구고 ‘섬의 궤적’서 무슨 사건이 벌어졌나 10분간 떠든다고 상상해보라. 전작을 경험한 분들 역시 간혹 ‘이 사람 누구였지’, ‘저게 어떤 일이었지’ 싶은 순간이 있을 텐데, 바로 그럴 때 타임리 워드를 살펴보기 바란다.
● ‘여의 궤적’부터 개발 엔진이 바뀌었는데, 이번 ‘계의 궤적’서 추가로 발전한 점은
: 엔진 기술 자체는 ‘여의 궤적 2’를 통해 일단 완성되었다 본다. 따라서 ‘계의 궤적’은 추가적인 발전이라기 보다 ‘여의 궤적’ 두 편서 축적한 노하우를 어떻게 새로운 환경에 적용시킬지 고민했다. 일례로 그간 엔진 최적화가 충분히 이루어져 필드서 그렌델이 되어 날뛰는 등 좀처럼 실현하기 힘들던 표현이 가능해졌다.
또한 크래프트 연출을 거진 다 새롭게 만들었는데, 앞서 ‘여의 궤적’부터 추구한 필드와 커맨드 배틀의 융합을 한층 더 추구한 결과다. 귀찮으니 건너뛰고 싶다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보고 싶다는 마음의 간극을 메우려면 진짜 볼만한 연출이 필요하니까. 더불어 ‘이스 X’서 호평받은 캐릭터 표현, 움직임 등의 노하우가 내부 공유되어 개발 수준과 속도 모두 향상됐다.
필드 배틀과 커맨드 배틀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스템을 계승
크래프트 모션과 카메라 워크 등 액션 연출을 대폭 강화
● 그 중에서 필드 배틀의 강화, 특히 그렌델 각성 시스템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 ‘여의 궤적’ 출시 후 필드 배틀에서 더욱 다채로운 액션을 즐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꼭 커맨드 배틀이 아니라도 아츠나 크래프트를 쓰게 해달라고. 마침 엔진 최적화 덕분에 화려한 연출이 가능해져 아예 필드 배틀만으로 적을 일소하자고 구상한 게 각성 시스템이다. 그러면 필드 액션에 강약이 생겨 좀 더 리듬감 있는 플레이가 될 테니까. PPT에 보이듯 반의 그렌델 변신뿐 아니라 주디스, 케빈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성한다. 그럼 다른 캐릭터는 안되는가, 하면 이 부분은 제대로 기대에 부응코자 노력했으니 게임 본편서 확인해주기 바란다.
● 또다른 신규 배틀 시스템인 듀얼 아츠, 블리츠, 조크도 소개해주기 바란다
: 듀얼 아츠는 기존의 도력 체계와 다른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을 겸비한 고위 마법이다. 그만큼 EP 소모가 극심하나 여느 아츠를 압도적인 위력과 연출을 자랑하므로 시의적절이 사용한다면 게임 플레이가 한층 쾌적해질 것이다.
다음으로 블리츠(B.L.T.Z)는 AT 보너스를 얻은 상태에서 행동을 취하면 대기 중인 서포트 멤버가 난입하여 조력하는 시스템이다. 전작의 스크럼(S.C.L.M)과 달리 회복 등 보조형 아츠, 크래프트까지 체인 효과를 받는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서포트 멤버도 덩달아 늘어나 뭔가 제대로 된 역할을 주고 싶었다. 파티를 편성할 때 누가 선발로 나서느냐 만큼 누굴 서포트 멤버로 넣느냐도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기획했다.
끝으로 조크(Z.O.C)는 화면 좌측 하단에 전용 게이지가 존재하는데, 필드 배틀서 이것이 가득 찼을 때 발동하면 적들이 대폭 느려지게 된다.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상대적으로 나 자신은 빨라지는 감각이라 생각하시라. 적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니 이쪽은 피해를 입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속전속결이 가능하다. 커맨드 배틀일 시 연속 행동 효과로 바뀐다.
필드에서 변신, 능력 해방으로 호쾌한 전투를 펼치는 각성
기존의 도력 마법과 다른 두 가지 속성을 겸비한 듀얼 아츠
서포트 멤버 난입을 통해 커맨드 배틀에 깊이를 더하는 블리츠
필드 배틀 시 적들이 느려지고, 커맨드 배틀 시 연속 행동 가능한 조크
● 그 외에 흑의 정원, 그림 가르텐 또한 기존 서브 콘텐츠보다 규모가 큰 듯하다
: 간단히 소개하자면 가상현실에 모두가 접속하여 함께 싸우는 보드게임 형식의 파고들기 요소다. 다만 서브 콘텐츠라고 다루는 내용까지 사이드 스토리에 불과한 건 아니라 우로보로스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니 시리즈 팬이라면 주목하기 바란다. ‘계의 궤적’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에 우로보로스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인데, 그 내부에 또다른 생각을 품은 존재가 그림 가르텐을 통해 암약한다는 설정이다. 그렇다고 이걸 메인 스토리와 직접 엮으면 전개가 너무 복잡해지고 전작의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있어 별도로 뺀 것이다.
● 콘텐츠 구성이 ‘시작의 궤적’이 연상되기도 한다. 기획 단계에서 염두에 뒀나
: 어느 정도 의식했다. ‘계의 궤적’과 ‘시작의 궤적’의 공통점은 굉장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거다. 심지어 저마다 비중이 달라 RPG로서 제대로 된 육성 체계가 성립되기 힘들다. 나는 이 캐릭터랑 저 캐릭터로 놀고 싶은데 좀처럼 등장하지 않으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 캐릭터가 집결하는 크로스오버를 위한 가상공간이 필요하겠더라. 마침 ‘시작의 궤적’서 전례가 있었기에 좋은 참고가 됐다.
결사 우로보로스에게 탈취된 가상현실, 그림 가르텐을 공략하라
● 줄곧 클라이맥스임을 강조했는데, 본작의 분량과 앞으로 몇 편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첸 대표: 실제로 ‘계의 궤적’를 아시아 동시 발매한다니까 일각에서 ‘그렇다면 시나리오가 짧은 거 아니냐, 분량이 적은 모양이다’라는 반응이 나오더라. 절대 그렇지 않다. 되려 역대 최다 분량이라 대단히 곤란한 참이다. 보다시피 아주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여러 이야기가 전개되니 그 점은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콘도 대표: 매번 여러 숨겨진 설정을 질문 받을 때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라 넘기며 송구한 마음이 컸는데, 드디어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왔다. 내부 스태프에게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결사에 대해서든, 제무리아 대륙 자체의 수수께끼든 더는 미뤄두지 않는다. 앞으로 노도처럼 격렬한 전개가 될 테니 마지막까지 함께해주기 바란다.
‘계의 궤적’ 분량은 글쎄, 무슨 기준으로 비교해야 좋을지 다소 애매하다. 나에게도 첸 대표가 역대 최다 번역 분량이었다고 토로했는데, 확실히 텍스트 기준이라면 전작을 뛰어넘는다. 플레이 타임은 그림 가르텐을 얼마나 플레이하느냐로 갈릴 텐데 그 역시 기존 시리즈만큼은 충분할 터다.
그리고 ‘궤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몇 편쯤 남았는가. 과연 지금 이 자리서 답한다고 믿어주겠나(웃음). 솔직히 나조차 확신이 없어 구체적인 숫자를 정할 수 없지만 본작에서 굵직한 수수께끼들이 밝혀지므로 그 다음 시리즈가 진짜 마지막이지 싶다. 일단 내 계획은 ‘계의 궤적’ 출시를 마무리한 후 최종장을 구상한다는 거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주인공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좁혀가겠다.
● 바로 어제 저녁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가 발표돼 전세계 팬덤이 난리가 났다
첸 대표: 솔직히 닌텐도에 불평하고 싶을 정도다. 어째서 우리 이벤트 직전에 그런 발표를…
콘도 대표: 최근까지 나도 정확히 언제 발표되는지 몰랐다. 이번에 선보인 PV는 다소 어두운 최근 ‘궤적’과 달리 ‘하늘의 궤적’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자부한다. 에스텔이 지닌 활기찬 매력이 느껴지지 않나. 그래서인지 외주 아니냐는 심한 소리가 돌던데(웃음) 실제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니혼팔콤 자체 개발작이 맞다. 그간 다들 ‘궤적’ 시리즈는 어디부터 즐기면 좋을지 물을 때마다 언젠가 꼭 성사시키겠다고 각오를 다져온 프로젝트다.
앞으로 ‘더 퍼스트(The 1st)’란 가제처럼 ‘궤적’의 입문작이 되길 바라며, 나아가 더 많은 분들께 JRPG의 재미와 매력을 전한다면 좋겠다. 당장 ‘계의 궤적’만 해도 초심자가 접하긴 진입장벽이 높아 보다 쉽게 받아들여질 게임성으로 준비 중이다. 나도 곧 쉰이다. 개발자로서 남은 시간이 넉넉치 않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기획은 젊은 세대에 맡기고 나는 ‘하늘의 궤적’을 잘 리메이크하여 시리즈 입문작으로 만듦과 동시에 JRPG 그 자체에 대한 입문작까지 목표하고 싶다. 플랫폼 확장은 당장 답할 수 없으나 최종적으로 전세계로 폭넓게 전달하고자 하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27일 닌텐도 다이렉트서 깜짝 공개된 '하늘의 궤적 더 퍼스트(가칭)'
● 끝으로 ‘궤적’ 20주년에 대한 감상과 가까운 내한 계획이 없나 듣고 싶다
: 올해가 ‘궤적’ 20주년이지만 내부에서 ‘하늘의 궤적’을 개발한 기간까지 합치면 총 22년의 긴 인연이 된다. 그토록 오랫동안 ‘궤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성원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침 20주년을 맞아 시리즈 클라이맥스 ‘계의 궤적’을 선보일 수 있어 더욱 뜻깊다. 그야말로 한 명의 게임 개발자가 다 누리기 힘든 호사다. 이 기회를 초라하게 마무리 짓는다면 분명 죽을 때까지 후회할 터. 평생의 회환이 되지 않도록 나부터 만족할 것을 완성시켜 게이머 여러분께 전달하겠다. ‘계의 궤적’뿐 아니라 결말까지 남겨진 작품들 모두 전력투구할 테니 모쪼록 계속 응원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한국은 언젠가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아무래도 퍽 오랫동안 한국 팬 여러분과 만나지 못했으니까. 사실 방금 전 대기실에서도 CLE 첸 웬웬 대표와 내한 관련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CLE와 함께 여러 이벤트를 참가하는 중이니까. 다만 구체적인 실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은 니혼팔콤 대표 취임 직후 첫 출장지였기에 더 애착이 간다. 과음하다 필름이 끊겨 아침에 일어나니 전날 기억은 전혀 없고 당장 공항까지 어떻게 갈지 모르겠고… 여러모로 모험 그 자체였다(웃음).
'궤적' 시리즈의 한국어판 동시 발매가 마침내 성사
'궤적' 20주년 기념품이 동봉된 한정판도 국내 판매된다
예약 구매 특전으로 린 슈바르처의 사관학교 교관 의상까지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