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 타워’의 아버지, 팔순까지 이상적인 호러 추구할 것
흔히 호러의 성패 요인으로 얼마나 실감나는 체험인지 논하지만 그게 꼭 비싸고 화려한 기술을 요하는 건 아니다. 약 30년 전,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16비트 호러 게임 ‘클락 타워’는 당시 기준으로도 저예산 작품이었으나 오직 독특한 기획만으로 당당히 명작 반열에 올랐다. 따돌릴 순 있어도 쓰러트릴 수 없는 저지 불가능한 살인마, 숨죽여 도망 다니며 각종 단서와 도구를 모으는 주인공,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무작위성 등 오늘날 호러 게임의 핵심적인 장르 문법이 거진 여기서 나왔다.
이제 그 호러 클래식이 현대에 되살아난다. 리마스터도 리메이크도 아닌 ‘클락 타워 리와인드(Clock Tower Rewind)’다. IP를 보유한 선소프트는 물론 리미티드런 게임스와 웨이포워드가 협력 개발했으며 국내의 경우, CLEK를 통해 10월 31일(목)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지원 기기는 PC, PS4, PS5, NS다. 과연 이 시점에 현세대기 이식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원작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등 갖은 궁금증을 리미티드런 게임스 알렉산더 아니엘P와 ‘클락 타워’의 아버지 코노 히후미에게 직접 들어봤다.
※ 코노P와는 대면으로, 아니엘P와는 서면으로 각각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본고는 읽기 편하도록 두 내용을 조합한 것입니다.
누드 메이커 코노 히후미(좌), 리미티드런 게임스 알렉산더 아니엘(우)
● 먼저 두 분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코노: 반갑다. 주식회사 누드 메이커의 게임 디자이너 코노 히후미다. 대표작으로 ‘클락 타워’와 ‘철기’, ‘무한항로’를 만들었다.
아니엘: 리미티드런 게임스의 알렉산더 아니엘이다. 금번 ‘클락 타워: 라와인드’ 프로듀서를 맡았다.
● ‘클락 타워’는 3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호러 클래식으로 꼽힌다
코노: 그렇게 말해주어 기쁘다. 호러의 범주는 굉장히 넓어서 저마다 좋아하는 바도 제각각이다. 괴신이 무섭다든지, 괴물이 무섭다든지, 한국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인간이 무섭다든지 아주 다양한 호러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크리에이터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호러란 이것이다, 라는 답을 창작물에 담아내야 한다. ‘클락 타워’ 역시 나에게 그런 작품이다.
● 1995년 출시된 고전을 이 시점에 다시금 선보이게 된 까닭은
코노: 사실 내 주된 관심사는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 금번 ‘리와인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까닭이랄 건 없지만, 이렇게 현세대기로 ‘클락 타워’를 선보일 수 있어서 선소프트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다.
아니엘: 그간 우리 리미티트런 게임스서 성과가 높았던 작품들 일부는 현세대기로 이식된 레트로 게임,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서구권에 정식 출시되는 일본 작품이다. 일례로 2022년 웨이포워드와 협력하여 과거 일본 한정 발매된 슈퍼 패미컴 타이틀 ‘신 열혈경파 쿠니오들의 만가’를 서구권에 소개하여 호평받은 바 있다. ‘클락 타워’ 역시 원작이 출시된 지 3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호러, 레트로 팬덤에게 손꼽히는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 다시금 선보이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왜 리마스터도 리메이크도 아닌 ‘리와인드’를 부제로 붙였는지
아니엘: 1995년 당시로 시간을 되감아(Rewind) 오리지널 ‘클락 타워’와 거의 똑같은 경험을 선사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따라서 리메이크가 아니라 포트 플러스(Port-Plus), 즉 원작과 동일하되 몇 가지 수정 및 추가 요소를 포함한 버전으로 이해해달라. 게임성을 보존하는 선에서 어디서든 되감기 및 저장 허용 등 카본 엔진 기반의 편의 기능을 추가했다.
● ‘리와인드’되며 수정 및 추가된 요소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아니엘: 크게 오리지널 모드와 인핸스드 모드로 나뉜다. 전자는 1995년 슈퍼 패미컴 원작과 완전히 동일하고, 후자는 1997년 PS1 ‘더 퍼스트 피어’을 기반으로 시저맨이 무작위 출현하고 새장 등의 추가 장면이 포함됐다. 또한 앞서 언급한 카본 엔진 기반의 편의 기능이 위험에 직면했을 때 무척 유용할 것이다. 4:3 화면비, 16:9 화면비, CRT 스캔라인 필터까지 다양한 시각 옵션도 지원한다.
뮤지엄 모드는 슈퍼 패미컴 및 PS1 버전 아트 갤러리, 일본 한정 공략 가이드, 드라마틱한 연출과 음성으로 스토리 감상이 가능한 모션 코믹 뷰어를 담았다. ‘클락 타워’ 원작 개발 비화에 관한 코노 히후미 씨와 대담 영상도 수록했다. 새롭게 제작된 오프닝 및 엔딩 테마를 포함한 OST 뮤직 플레이어 역시 존재한다. 요컨대 기존 팬이든 처음 접하든 ‘클락 타워’를 보다 심도 깊게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 저택의 공간 확장이나 새로운 엔딩을 추가하면 어땠을까
아니엘: 슈퍼 패미컴으로 출시된 원작의 자못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려 최대한 노력했다. 우리는 팬들이 원작과 다른 느낌을 받는 걸 원치 않기에 몇몇 편의 기능 외에는 엔딩 추가처럼 게임 자체를 손보지 않았다. 알다시피 원작도 게임을 파악하는 와중에 겪는 숱한 죽음과 시행착오로 엔딩까지 닿는데 약 6~8시간이 걸린다. 물론 모든 방과 도구 위치를 외운 숙련자라면 1시간 이내로 충분하지만 멀티 엔딩이라 수차례 플레이할 가치가 있다.
● 사실 슈퍼 패미컴 버전이 주로 플레이되는 건 스피드런에 유용한 버그 때문인데
아니엘: 오리지널 모드로 플레이할 경우, 슈퍼 패미컴 버전의 버그도 여전히 활용 가능하다. 버그가 수정된 버전을 원한다면 인핸스드 모드로 플레이하기 바란다.
● 혹시 리미티드런 게임스서 ‘클락 타워’ 2, 3편의 이식도 고려 중인지
아니엘: 만약 그럴 수 있게 된다면 다른 ‘클락 타워’ 시리즈도 현세대기로 선보이고 싶다.
● 개발 당시 이탈리아 공포 영화 ‘페노미나’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
코노: 맞다. 대학생 시절 공포 영화를 엄청 봤는데, 그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호러가 바로 ‘페노미나’였다. ‘클락 타워’ 역시 이상적인 호러를 지향했기에 자연히 ‘페노미나’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 그로부터 3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작품이 될 줄 예상했나
코노: 그럴 리가.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여전히 ‘클락 타워’가 회자될 줄 전혀 몰랐다. 애초에 발매 당시 판매량이 3만 장밖에 안됐으니까. 시리즈화조차 감히 기대치 못했다. 지금보다 예산은 적었어도 그만큼 모험이 가능한 시대였기에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게임 한 편당 수백 억씩 드는 이제와선 쉽지 않은 일이다.
‘클락 타워’ 장수 비결은 호러라는 장르를 게임으로 만드는 데 하나의 답을 제시했다는 점이지 싶다.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상당히 극단적인 기획을 제대로 된 게임으로 완성시켰으니까. 요컨대 게임이란 언어로 호러를 표현하는 한 가지 답이 성립됐고 거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일 터다.
● 확실히 적을 무찌르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방식은 시대를 앞서갔다
코노: 아케이드 게임 ‘헤이안쿄 에일리언’과 ‘팩맨’이 도망치는 것만으로 재미있으니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겼다. 당시 스태프의 반대가 심했으나 적을 마구 무찌르면 그건 액션이지 호러가 아니라 강변하여 지금의 ‘클락 타워’를 만들었다.
● 시저맨은 여느 살인마와 달리 자그마한 덩치가 묘한 인상을 준다
코노: 자신이 어떤 살인마나 괴물에게 죽는다고 상상해 보라. 만약 고릴라 같은 상대에게 당한다면 “뭐, 어쩔 수 없지”라며 조금쯤 납득되지 않겠나. 반면 시저맨처럼 우습고 약하게 생긴 살인마에게 죽으면 굴욕적이라 불쾌감이 배가될 터다. 누가 봐도 위협적인 적은 되려 넣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시저맨은 언제나 걸어 다닌다. 과거에 걷는 좀비와 달리는 좀비 중 어느 쪽이 이상적인 호러인가 토론한 적이 있다. 물론 달리는 좀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옛날 좀비가 더 무서웠던 듯한데, 왜 그럴까 생각하니 쫓기는 자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더라. 벗어날 듯 벗어나지 못하니 절망감이 한층 깊어진다.
● 시저맨이 엄한 곳에서 튀어나오고 단서 위치가 바뀌는 등 무작위성도 놀라웠다
코노: 실제 호러 속으로 떨어졌을 때 경험을 시뮬레이션하고 싶었다. 물론 한계야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이런 플래그를 세우면 저렇게 된다는 식으로 너무 쉽게 정해지는 게임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음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무슨 운명이 기다릴지 호러 속 인물로선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그 ‘모른다’는 실감이 들길 바랐다. 다만 현재는 게임의 룰이랄까, 매너 측면에서 무작위성은 꽤 과격한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 이러한 ‘클락 타워’의 여러 시도에서 영향을 받은 인디 게임이 많다
코노: 그 자신이 추구하는 호러와 ‘클락 타워’ 시스템이 잘 맞는다고 여기는 크리에이터가 많다면 좋은 일이다. 아무래도 슈팅 요소가 필요한 여느 게임에 비해 예산이나 기술적으로 만들기 쉽기도 하고. 인디 개발자가 공부삼아 만져보기 적절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저 영향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나름의 철학이 담긴 호러 게임이 된다면 더 좋겠다.
●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코노P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호러는 여전한지
코노: 앞서 이야기한 작금의 시장 상황과 연결된다. AAA급 예산을 쓴다면 당연히 회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슈팅 요소를 넣어야 하고. 그 편이 가장 수요가 크니까. 문제는 슈팅 요소가 뒤섞이는 순간 제아무리 섬뜩한 괴물이라도 표적으로 전락한다는 거다. 처음에나 징그럽고 무섭지 조금만 지나도 “어떻게 물리치지? 저런 패턴으로 움직이니 거기가 약점이군”하며 분석할 뿐 공포심은 온데간데없다. 결국 내가 다시금 호러를 만든다면 여전히 물리칠 수 없는 적이 등장하게 될 터다. 표현 방식이나 연출 감성은 ‘클락 타워’와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과거 ‘클락 타워’를 만들 때 어디까지 무서워도 괜찮은지 고민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아무도 플레이하지 않으면 낭패니까. 그런데 근 몇 년간 ‘아웃라스트’ 같은 게임이 잘되고 ‘바이오하자드’ 역시 5, 6편서 액션에 치중하다 7편이 호러로 회귀했더니 시리즈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코지마 감독 신작도 상당히 무서울 것 같더라. 시장이 많이 커진 셈인데, 그렇다면 나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호러를 목표로 삼겠다. 다만 ‘클락 타워’가 아닌 새로운 작품이어야 하지 않나. 물론 ‘클락 타워’는 추억이 깃든 소중한 대표작이지만 크리에이터로서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아직 현역이니 말이다.
● 꼭 AAA급 예산이 필요한가. 당장 ‘클락 타워’만 봐도 호러를 훌륭히 표현했다
코노: ‘클락 타워’는 한정된 예산과 기술 내에서 거친 도트가 되려 게이머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작금의 호러 게임은 역시 포토리얼리스틱이다. 중요한 점은 포토리얼리스틱이면 진짜 제대로 포토리얼리스틱해야 한다는 거다. 포토리얼리스틱이라며 퀄리티 낮은 그래픽이야말로 호러를 망친다. 따라서 하이엔드 포토리얼리스틱을 실현할 예산과 기술이 확보되지 못하면 차기작은 만들지 않는다. 이미 그러다 ‘나이트크라이’가 실패했으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호러 게임을 만드는 게 내 희망 사항인 셈이다.
● 원하는 만큼 예산을 받는다면 ‘클락 타워’ 시리즈로 돌아올 용의도 있나
코노: 가능성이야 충분하다. 어차피 선소프트는 그만한 돈이 없지만(웃음). 돌이켜보면 휴먼 엔터테인먼트 시절에도 예산이 엄청 적어서 비슷한 시기 나왔던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 힐’과 5배 정도 차이가 났다. 당시 미카미 씨에게 듣고 적잖이 놀랐다.
● 휴먼 엔터테인먼트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좀 더 들려주면 좋겠다
코노: 다시 말하지만 워낙 쪼들렸기에 그래픽 퀄리티 같은 건 경쟁이 안돼서 대신 얼마나 날카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냐가 승부수였다. 당시 기획팀 전원이 정신무장 상태로 근무한 터라 독특한 게임이 많이 나왔다. 그런 측면에선 나름 훌륭했다고 본다. 개발 환경이야 더 말할 것도 없어서 사무실 숙식은 일상이었다. 휴먼 엔터테인먼트 출신이라면 누구나 의자를 나란히 붙이고 잠자는 데 능숙하다. 의자 세 개만 있으면…(웃음). 그 즈음 스다 씨가 만들던 ‘파이어 프로레슬링’ 신작은 커스터마이즈 요소가 워낙 많은 탓에 디버깅이 난항이었다. 그래서 타 팀인 나까지 지원을 갔던 기억이 난다.
● 그 외에 유독 어려웠던, 그래서 기억이 남는 디버그 작업은 무엇인가
코노: 역시 ‘철기대전’이 가장 힘들었다. 멀티 플레이 게임이라 10명을 모으는 것부터 일이다. 거기다 난 그 특유의 조작을 잘 못해서 매번 디버그 담당자 5인에게 개발팀 5인이 완패했다. 컨트롤러 자체도 디버그가 필요한데, 한 번은 미카미 씨가 내구도를 테스트한다며 모두에게 30분간 액셀 페달만 밟으라 시키더라. 그건 정말이지 육체적으로 지옥이었다.
● 다른 이야기지만 코노P가 쓴 ‘루트 필름’ 각본은 뭔가 평소보다 자제한 느낌이다
코노: 다소 어려운 이야기다. 이제껏 내 작품들은 미카미 씨 같은 분이 훌륭한 환경을 마련해 주거나 나 스스로 프로듀서를 겸하여 자금, 외주 할당에 직접 관여했다. 반면 ‘루트 필름’은 어디까지나 디렉션 및 시나리오 담당이라 그 외에 전체적인 작업을 파악하고 폭넓게 운신하기 어려웠다. 게임 디자인과 시스템에 좀 더 공을 들이고 싶었지만 제한된 역할상 거기까지 해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애초에 남의 기획이라 너무 무리한 일을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함께 고생한 캐릭터 디자이너 미노 타로 씨와 엄청 친해져 언젠가 둘이 함께 제대로 된 어드벤처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
● 그렇다면 게임 개발자로서 가장 자신 있는 장르는 역시 호러인지
코노: 여태껏 호러도, 미스터리도, SF도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난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드니까. 좀 더 게임 디자인 측면서 답하자면 직관적인 타입보다 로직과 시스템을 구축하고 레벨 디자인에 집중한 타입이 잘 맞는다. 가령 소싯적 ‘데빌 메이 크라이’ 같은 작품은 크리에이터의 뛰어난 감각, 직관이 필수적이다. 디렉터인 카미야 씨야 당연히 특출한 인물이고 그에 더하여 모션, 프로그램 담당까지 모두 비슷한 감각을 공유해야 비로소 실현 가능한 액션이다. 나로선 그게 참 어렵다. ‘철기’ 역시 겉보기는 액션성이 가득하지만 실은 전부 로직으로 짜여졌으니까. 거기서 큰 차이가 난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코노: 2010년 전후로 게임들이 엄청 친절해지고 난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삼 어려운 게임이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프롬 소프트웨어 덕분이기도 할 테고 유튜브 같은 매체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예전처럼 공략을 글로 읽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보고 즉석에서 따라하니까. 그러니 나도 다시 게이머를 괴롭히는 시스템을 넣어도 되지 않을까(웃음).
가령 ‘철기’서 기체에 탑승한 채 산화할 경우 세이브 데이터가 삭제되는 거야 꽤 납득할 만하다고 본다. 반면 슈퍼 패미컴 버전의 ‘클락 타워’는 내 기준에서도 그냥 불친절한 게 맞다. ‘리와인드’는 바로 그 원작의 완벽 재현을 목표하는 모양이니 현세대 게이머에게 무척 어려울 터다. 만약 어떠한 공략도 보지 않고 자력으로 S 엔딩에 도달하는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겠다. 모쪼록 한 번쯤 도전하기 바란다.
다만 언제까지고 ‘클락 타워의 코노 히후미’로 기억돼선 곤란하다. 그래서 최근 크툴루 관련 TRPG 시나리오를 썼고 딱히 이름을 내걸지 않았으나 몇몇 작품에 관여하기도 했다. 옛 크리에이터가 해묵은 감성으로 신작을 내다 실망스런 결과로 치닫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현대적인 게임 디자인은 계속 변화하므로 나 자신부터 최신작을 계속 즐기는 중이다. 그렇게 80세까지 창작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