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 시세 변동만 반영…‘90% 현실화’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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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9.12. 오후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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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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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논란, 법 통과 미지수


30억 1채 보유세 30만원 ↓…조사자 주관 개입 여지도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를 공식화하고,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만 반영되도록 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공시가를 현실화 정책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돌리고, 집값 등락에 따라 공시가격이 변동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려면 야당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는 물론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개 분야의 판단 기준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이 시세와 괴리돼 있다’는 비판에 따라 공시가격을 최장 2035년까지 시세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로드맵 적용 시점이 집값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적용 첫해였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직전 평균의 6배를 상회하는 19.05%를 기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은 ‘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로 바뀐다. 올해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내년도 공시가격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추진 과정에서 발생했던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역전 현상은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세 변동만 반영하겠다는 이번 합리화 방안 역시 부자감세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향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합리화 방안에 따른 보유세액 산정을 의뢰한 결과 30억원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합리화 방안에 따라 내야 하는 보유세는 890만615원으로, 당초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926만3549원)보다 약 30만원 낮아진다.

15억원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이 합리화 방안에 따라 내야 하는 보유세는 252만1804원으로 현실화율 로드맵을 적용했을 경우(252만5486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올해 시장 변동률이 모두 집계되지 않았고, 세액공제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값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 변동률을 정하는 과정에서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는 ‘자동산정모형’을 통해 조사자가 부동산의 시장가치 변화분을 제대로 입력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현 시세나 향후 가치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측정됐거나 지나치게 싸게 측정된 지역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재산정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객관성 확보가 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변동률 초기 입력값을 넣는 과정에서 조사자나 감정평가사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가 전국의 모든 자료를 면밀히 걸러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물론 이번 발표안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명확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은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올해 11월에는 내년도 공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법 개정 여부 및 방향성에 따라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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