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급여 약 1550만원될 듯
지역 필수의료 5년 이상 복무땐
의대교수 신분보장 등 혜택 제공
경상북도 포항의료원은 현재까지 5개월 넘게 내과 전문의를 뽑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내과 전문의 두 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지만 응급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만 한 명씩 뽑았을 뿐 내과 전문의는 여전히 구하지 못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의료원은 1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해 당초 계획보다 4000만원 많은 4억2000만원대로 급여 조건을 상향했다. 한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서울이나 경기권 병원보다 1억~2억원 더 높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지만 아무래도 지방이다 보니 지원자를 찾는 게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의 심각한 의사 구인난에 정부가 파격 혜택을 들고나왔다. 수도권보다 높은 연봉에도 지방에 정착하려는 의사가 줄어들자 각종 수당 지급을 넘어 주택 제공, 교수 신분 보장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전문의 등 고급 의료인력 이탈로 지역의료가 붕괴되고,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이 심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역필수의사제’라는 장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지역필수의사 500명을 선발하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2027년부터는 규모를 확대한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본사업에선 지역병원에서 수련하기로 한 의대생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선발하는 지역필수의사 500명은 올 3월 기준 세종시 전체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수(508명)와 맞먹는다. 앞서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며 “현재도 의료 취약지 등에서 5000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밝혔는데 지역필수의사 모집을 통해 부족분을 일정 부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지역의료는 열악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47명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강원(1.81명)이나 전남(1.75명), 충남(1.53명), 세종(1.29명) 등은 두 명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별로 응급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편차도 크다. 2019년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이내 도착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은 서울이 0%인 반면 전남은 36.9%에 달했다. 인구의 40% 가까이가 응급한 상황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제때 이용할 수 없는 위험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경남(30.1%)과 경북(29.7%), 강원(29.4%) 등의 지역도 비율이 30%에 근접했다.
일찍부터 지역병원에서 수련하면 해당 지역에서 계속 근무할 확률도 높아진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22년 발간한 ‘의사의 지역근무 현황 및 유인·유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하는 지역이 지방 광역시일 경우 수도권일 때보다 지방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1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역필수의사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만큼 수도권 병원으로 이직하는 등 계약을 어기면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지난 20일 발의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역의료 격차 해소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선 지역필수의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미 지급된 지원금에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시·도지사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비슷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