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럽서 가장 많이 오른 이 주식…호실적에 8% 또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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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방산 호조에 롤스로이스PLC '순항'철저한 비용 절감과 방위산업 호조에 힘입어 비행기 엔진 제작업체 롤스로이스PLC가 지난해 기록적인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주가가 8% 넘게 뛰었다.
영업익 148%, 매출 21%↑ …영업마진율 2배
작년 1월 취임 에르긴빌직 CEO의 '개혁' 효과
인원 6% 줄이고 손실 발생 계약 과감히 정리
"글로벌 긴장 고조로 군사지출 증가 효과도"
롤스로이스PLC는 22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기저영업이익(일회성 변수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43.8% 증가한 15억9000만파운드(약 2조6700억원)라고 밝혔다. 기저매출은 154억900만파운드(약 26조원)로 지난해보다 21.4% 늘었다. 영업마진율은 5.1%에서 10.3%로, 자본이익률은 4.9%에서 11.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당순이익(EPS)은 0.019파운드에서 0.137파운드로 뛰었다. 부문별로는 민간항공 기저매출이 7억348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방위산업은 12% 늘어난 4억770만파운드, 전력시스템은 16% 늘어난 3억9680만파운드로 집계됐다.
투판 에르긴빌직 롤스로이스PLC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에는 상업적 최적화, 비용 효율성, 전략적 이니셔티브의 진전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PLC는 항공기용 제트엔진과 선박·잠수함 동력 시스템 등을 제조하는 영국 대표 중공업 기업이다. BMW 산하의 최고급 승용차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모터스와는 같은 뿌리를 공유하지만 별개 회사다. 롤스로이스PLC의 호실적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에르긴빌직 CEO의 구조개혁이 통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롤스로이스PLC의 상황은 에르긴빌직 CEO가 취임하며 “불타는 플랫폼”이라고 부를 정도로 열악했다. 불타는 플랫폼이란 2011년 스티브 엘롭 노키아 전 CEO가 자신의 회사를 ‘석유 플랫폼에 불이 붙어 생존을 위해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야 하는 근로자’에 비유한 표현이다.
2018년과 2020년, 2021년 민간항공 부문 경쟁사인 제네럴일렉트릭(GE), 사프란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휘트니가 흑자를 거둘 때에도 롤스로이스PLC는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에 달한 2020년에는 영업적자비율이 50.5%에 달하기도 했다.
브리티시페트롤륨(BP) 등 에너지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에르긴빌직 CEO는 취임하자마자 메스를 들었다. 그는 △운영비용 감축 △효율성 증대 △기업 문화혁신 등 7가지 분야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복되는 그룹은 간소화하고 전체 인력의 약 6%에 해당하는 2500명을 감원했다. 손실이 발생하는 일부 계약은 논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투자자문사 에이전시파트너스의 닉 커닝햄 애널리스트는 롤스로이스PLC가 “모든 운영 사업에서 기대치를 상회했지만 비례적으로 가장 큰 성과는 전력과 방위산업에서 나왔다”라며 “전반적인 성과는 외부적인 회복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조치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촉발된 각국의 무장강화 흐름도 롤스로이스PLC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롤스로이스PLC는 호주가 미국·영국과 협의체를 꾸려 발주하는 오커스(AUKUS) 잠수함 계약에 힘입어 방위산업 수주 잔고가 지난해 말 92억파운드(약 15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 공군의 B-52폭격기에 들어가는 신형 F130 엔진 판매가 전투무기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 러스 물드 AJ벨 투자이사는 “글로벌 긴장이 고조된 덕분에 (각국이) 군사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롤스로이스가 개선된 전망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롤스로이스PLC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8.29% 오른 3.57파운드에 거래됐다. 롤스로이스PLC 주가는 1년 간 168.07%, 올해 들어 19% 상승했다. 지난해 유럽 대표 지수 ‘유로스톡스600’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이기도 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