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더 못버텨"…중앙銀 압박하는 신흥국

글로벌 중앙銀 독립성 위협

태국 총리 대놓고 "금리 내려라"
브라질 대통령은 "나라에 해 끼쳐"

美 신규 실업수당청구 23.8만건
전주보다 줄었지만 예상치 상회
Fed 금리 인하 놓고 고심 커질듯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길어져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수난을 겪고 있다. 태국에선 총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가 하면 미국 의회에서는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법안이 나왔다. 브라질 중앙은행(BCB) 총재는 여당이 제기한 소송에 휘말렸다. 학계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야말로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룰라, 중앙은행과 ‘소송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좌파 집권당인 노동당은 19일(현지시간) 호베르투 캄푸스 네투 BCB 총재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는 소송을 브라질리아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네투 총재가 주요 우파 정치인들과 연관돼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현지 언론은 네투 총재가 지난 10일 야당 유력 대권 후보이자 상파울루 주지사인 타르시시우 지 프레이타스가 주재한 만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네투 총재는 이 자리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2021년부터 (중앙은행법 입법으로) 시행된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첫 번째 시험”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대통령은 18일 “네투 총재는 지금과 같은 (높은) 금리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국가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다. BCB는 룰라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19일 기준금리를 연 10.5%로 동결했다.

BCB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가 상승하자 2022년 8월 금리를 연 13.75%로 올린 뒤 1년간 동결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지만 물가 상승률 둔화에 비해서는 금리 인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게 룰라 대통령의 주장이다. 브라질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022년 11월 12.13%까지 치솟았다. 현재 4%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美 공화당, Fed 폐지법 발의

태국 중앙은행(BOT) 역시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BOT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관광 및 수출 의존도가 높고 가계 부채가 많은 태국 경제의 특성상 BOT는 2015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 1%대 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8월 당선된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취임 후 꾸준히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친(親)도널드 트럼프 의원 20명이 미국 중앙은행(Fed)을 폐지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트럼프 캠프는 향후 Fed 의장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대통령의 자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 상원에는 지난달 말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통화정책조정위원회를 설립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법안에는 위원회가 ‘통화 및 재정 정책의 일관된 목표를 설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섣불리 금리 못 내리는 신흥국

전문가들과 국제기구 등은 통화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나이지리아의 통화정책조정위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티나 보데아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는 “2021년 중반 이후 주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부는 금리 인하를 추진하거나 은행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중앙은행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올 들어서도 3%대의 CPI 상승률을 이어가자 Fed는 물론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쉽사리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6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5000건 줄어든 23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블룸버그 예상치보다는 3000건 많았지만, 전주 대비 하락할 것이란 시장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 6월 2~8일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5000건 늘어난 182만8000건을 기록했다.Fed는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최근 2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4주 이동 평균 수준은 23만2750건을 기록해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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