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그림 앞에서 사람들은 왜 울까 [서평]

'내면의 빛'을 그린 마크 로스코
"그림은 관객에 의해서 완성"
'시그램 벽화 사건'으로 논란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전시회에 가면 종종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들이 눈에 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국내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등 수많은 유명 인사 역시 그의 열광적인 팬이었으며 그의 작품값은 수백억원이 넘는다.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메운 색의 덩어리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가 쓴 로스코의 그림과 생애에 관한 가이드북이다. 6살 때 부친을 여읜 까닭에 아버지에 대해 많은 기억을 갖지 못한 크리스토퍼는 아들보다는 전시 기획자 및 미술 전문가로서 로스코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펼쳐 나간다. 로스코가 처음부터 추상화를 그린 건 아니었다. 그는 1920~1930년대엔 경제 대공황으로 고통받은 인물을 묘사하는 사실주의 화가였다. 1940년대 중반까지는 신화적 소재를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 로스코는 문득 자신이 그린 풍경과 인물 등 구체적인 형상이 보는 사람에게 선입견을 유발한다고 느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한 건 비극, 황홀경, 운명 등과 같은 인간 보편적인 감정이었지만, 사람들은 주로 그가 그린 그림 속 형상이 현실의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것인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로스코는 결국 모든 형상을 지우고, 묽은 물감을 층층이 쌓아 색면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이 그림을 보는 사람에 의해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그림에선 빛이 안쪽으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내면의 빛은 그림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바로 이 순간 그림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로스코는 추상화야말로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관객에 의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로스코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자랑스러워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그림을 음악과 시만큼이나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림을 통해 각자의 내면을 바라보고 감동하길 바랐다. 로스코는 생전에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경험한 것과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는 책에서 아버지에 대해 수많은 '빠'(팬)와 '까'(안티팬)를 만들어낸 이른바 '시그램 벽화 사건'도 다룬다. 로스코는 1950년대 말 뉴욕 시그램 빌딩에 들어선 포시즌스 레스토랑의 벽화를 의뢰받아 그렸다가, 돌연 거액의 계약금을 돌려주고 계약을 취소했다. 부자들의 식당에 걸리는 그림을 그리면서 예술가로서의 자존심과 고유한 예술관이 침해당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훗날 연극 '레드'로 만들어져 토니상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토퍼는 당시 로스코가 남긴 거친 언행의 동기와 예술가로서의 투쟁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거장이기전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로스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훌륭한 지침서다.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한 번이라도 울어본 경험이 있는 미술 애호가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다. 현재 서울 한남동에선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주요 작품과 국내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의 그림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크리스토퍼와 그의 누나 케이트 로스코 등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전시다. ▶[관련기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는 로스코 작품들, 이우환과 조응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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