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1주일 앞둔 시점에 농산물 가격이 ‘브레이크 없는 상승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명절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역대급’ 물가”라는 게 유통업계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주요 농산물 산지를 강타하면 상승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쓸 만한 우거지도 찾을 수 없어"…최악 작황에 농산물 가격 급등
2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KAPI는 209.91포인트를 기록해 최초 데이터 집계 시점(2013년 1월 3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금까지 KAPI가 200포인트를 넘긴 건 2021년 1월 30일~2월 5일 중 나흘뿐이었다.

○명절 앞두고 농산물 가격 급등

매년 추석이 가까워지면 농작물 수요가 늘어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 올해는 그 폭이 유독 크다. 지난 한 달(8월 1일~9월 1일) KAPI 상승률은 43.4%에 달한다. 이 지수 산출엔 배추, 감자, 마늘 등 총 22개 품목의 가격이 반영된다. 과거 같은 기간 상승률은 2019년 9.4%, 2020년 19.3%, 2021년 30.0%였다.

이런 급등세 요인으로 올해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지금은 강원도에서 자라는 농산물 출하가 많아지는 시기인데 지난달 폭우 여파로 출하량이 급감했다.

지난주보다 가격이 36.9% 뛴 배추가 대표적 사례다. 배추는 ㎏당 1659원에 거래됐다.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99.3%) 높은 금액이다. 양상추도 전년 동기 대비 50.8% 올랐다. 한 유통업체 바이어는 “잎이 야들야들한 배추, 양상추, 브로콜리 등의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며 “평창과 대관령에서는 우거지조차 나오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명절에 수요가 몰리는 고추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붉은 고추 10㎏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84.5% 상승해 6만6900원에 가격을 형성했다. A대형마트 바이어는 “적은 일조량, 급격한 날씨 변동으로 병충해 피해가 크고 생육도 지연됐다”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고추 주산지인 충남 청양군은 지난달 집중호우로 밭이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봤다.

○“태풍 오면 가격 더 뛸 것”

이런 마당에 태풍 힌남노도 다가오고 있다. 추석 직전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면 농산물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소와 과일은 수확한 지 하루 이틀 내에 판매하기 때문에 태풍 영향이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

태풍이 오기에 앞서 미리 수확해 저장하는 작물의 경우 시장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줄어 가격이 뛰기도 한다. B대형마트 바이어는 “대표적인 노지 작물인 배추는 가을 작황 영향이 김장철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테란 조사 대상 농산물 가운데 그나마 가격 상승세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수확이 끝난 마늘이다. 전주보다 4.4% 하락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5~6월 수확기 때만 해도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대(大)사이즈 물량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대체할 중(中)사이즈 마늘 출하량이 예상보다 많이 나온 게 영향을 미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