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덤핑 꼼수 꼼짝마…韓 철강산업 철통보호법 나온다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해외 기업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제도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이를 우회하는 외국 기업들의 시도가 늘고 있다.

이를 차단하는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관세법 개정안'이다. 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어 연내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中철강 덤핑공세 차단…현대제철·동국제강 호재

덤핑 우회는 주로 중국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덤핑이 금지된 품목에 사소한 변형을 가해 마치 다른 품목인양 위장해 국내에 들여오는 방식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화인베스틸 등이 생산하는 H형강이 대표적이다. 건축 및 토목 공사에 쓰이는 H형강과 관련해 정부는 2015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32.7%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해당 제품이 국내 시장을 점령하며 국내 철강업계가 고사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국산 H형강을 사용한 경주 마우나리조트가 2014년 붕괴한 사고도 계기가 됐다.
관세법 개정안 개요
  • 호재 예상 기업: 현대제철 동국제강 화인베스틸
  • 발의: 정태호 의원
  • 어떤 법안이길래
    =H형강에 구조물을 덧대어 덤핑방지관세를 피하는 ‘우회덤핑’을 차단하기 위해 ‘덤핑을 차단하기 위해 사소한 변경을 한 물품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추가.
  • 어떻게 영향주나
    =중국 등의 덤핑 차단에 따른 관련 매출 피해 감소.

하지만 2020년을 전후해 중국 기업들은 H형강의 구조를 사소하게 바꾸는 방식으로 반덤핑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H형강의 양끝단에 '마구리판'이라고 불리는 철판을 용접해 '기타 철 구조물'로 수입한다.

이렇게 되면 H형강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 해당 제품들은 시장에서 국내 철강사 제품보다 7~10% 싸게 거래돼 현대제철 등이 매출의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제품의 반덤핑 규제 회피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3년 정부는 중국산 활엽수 합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국업체들은 외피에 침엽수를 붙인 합판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활엽수 합판을 사용하는 곳에 동일하게 쓰이지만 껍데기만 바꿨다는 이유로 덤핑 관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년 걸리던 덤핑 판정, 바로 반덤핑관세 적용 가능

H형강이나 활엽수 합판 등에서 나타난 사소한 변형에 새로 반덤핑 규제를 걸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무역위원회의 덤핑조사를 거쳐 실제 덤핑 판정이 내려지는데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덤핑 시도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다. 조사를 통해 다른 품목에도 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외국 기업이 또 다른 방식으로 사소한 변형을 가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中 반덤핑 꼼수 꼼짝마…韓 철강산업 철통보호법 나온다
이에 정태호 의원은 지난달 26일 이같은 우회덤핑을 막기 위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덤핑을 차단하기 위해 사소한 변경을 한 물품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변형을 거쳤더라도 물리적 특성과 품질, 소비자 평가 등을 통해 기존 품목과 같은 물품이라면 동일하다고 판단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산업피해 판정 등 추가 조사 절차 없이 반덤핑 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중소기업들은 덤핑조사 신청을 위한 자료 준비, 대리인 선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덤핑조차 회피 행위를 차단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국내 산업의 실효적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우회 덤핑 심각, 법안통과 적극 지원”

야당인 민주당 의원의 발의 법안이지만 정부도 환영하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은 비슷한 대책을 추진해 내년도 세제개편안에 담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덤핑 우회 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관련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회에서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만큼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법안을 발의한 뒤 우회덤핑 기준 등 세부적인 부분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우회덤핑 판정 기준으로는 대체 사용 가능 여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똑같이 기초공사 버팀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H형강이든 어떤 물품이든 똑같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21대 국회 임기가 길지 않은만큼 연내 처리를 목표로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