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기소 1호' 두성산업, 위헌성 다툼 시도도 무산된 이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음 기소된 기업인 두성산업이 법원에 신청했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됐다. 법원은 중대재해법 내용이 헌법의 명확성 원칙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회사 대표이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 강희경 부장판사는 지난달 3일 두성산업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했다(2022초기1795). 강 판사는 “처벌 법규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해 법관의 보충 해석이 필요한 개념을 사용한 것만으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처벌 수준을 놓고도 “입법 재량권이 헌법 규정이나 원리에 반해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입법 정책의 당부 문제이지 헌법 위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인 두성산업은 지난해 2~3월 유해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 급성 중독으로 직원 16명이 독성간염에 걸렸다. 이 사고로 그 해 6월 말 회사 대표가 기소됐다. 검찰은 두성산업이 클로로포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사업장에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법 제2조 2호는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한다.

“중대재해법, 헌법에 배치된다 볼 수 없어”

두성산업은 사고 원인과는 별개로 중대재해법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해왔다.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규정한 내용이 불명확하고 경영책임자 등이 짊어지는 형사책임도 과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위헌성 다툼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관할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여야 헌법재판소가 정식으로 위헌 여부를 심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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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산업 측은 이날 재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강 판사는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320시간을 선고했다(2022고단1429). 두성산업 법인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 판사는 “A씨는 사건 발생 전 이미 여러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했음에도 국소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 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은 독성화학물질에 노출돼 급성간염이라는 상해를 입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이 사건 공소 제기 전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A씨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두성산업 측은 1심 판결 이후 항소했다.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을 두고 다툼을 이어갈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중대재해 재판’ 11건 모두 유죄

산업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대재해법 위반을 다투는 재판에선 기업 측의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날까지 최소 1심 선고가 종료된 11건의 중대재해 사건에서 모든 기업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중견 철강사인 한국제강의 경우 대표가 1·2심에서 연이어 실형(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속돼 있다.

한국제강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대표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형량은 징역 1년~1년6개월, 집행유예 3년 이하였다. 이 중에서 중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의 대표는 1심 판결 후 항소를 포기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다만 기소된다고 반드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위법 정황이 명확한 중소기업의 재판만 있었지만, 앞으로는 큰 비용을 들여 안전사고 예방체계를 구축했던 대기업들의 재판도 예정돼있어서다.

실제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던 대기업이 기소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면서 재판에서도 대기업이 무죄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전주공장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최근 현대자동차를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앞서 지난 8월엔 울산지검이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온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에쓰오일의 후세인 알 카타니 전 대표(CEO)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회사의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등 13명이 산업안전보건법 및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만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도 비슷한 시기 LG전자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의 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 사건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수리기사의 과실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