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간 IT 데이터 끌어모은 가트너, 황금알 낳는 거위되다 [글로벌 종목탐구]
미국 IT 컨설팅업체 가트너
IT 데이터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 높여
IT산업 반등하자 수익 확대


정보기술(IT) 전문 리서치업체 가트너의 성장세가 장기간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열풍이 확산하며 IT 정보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해서다. IT 컨설팅 업계를 장학하고 있는 가트너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가트너는 기업간거래(B2B) 영업팀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 IT 정보 장악하며 수익원 확보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가트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14달러(0.67%) 하락한 463.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 주가 흐름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초부터 이날까지 가트너 주가는 5.9% 상승했다. S&P500 지수 상승률(2.65%)과 나스닥(4.85%)을 웃도는 수치다.
40여년 간 IT 데이터 끌어모은 가트너, 황금알 낳는 거위되다 [글로벌 종목탐구]
40여년 간 IT 데이터 끌어모은 가트너, 황금알 낳는 거위되다 [글로벌 종목탐구]
1979년 설립된 가트너는 IT 전문 컨설팅업체로,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85개국에서 1만 950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IT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확보한 기업으로 불린다. 1만 5000여명의 직원 중 2500여명이 연구 조사역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매년 '기업이 주목해야 할 10가지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한다. IT업계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보고서로 여겨진다.

가트너는 IT업계에 대한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연구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주로 각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정보책임자(CIO), 인사담당자 등 최고위급(C 레벨) 임원들을 위한 보고서를 제작해왔다. 각 기업 임원들은 매년 IT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가트너 보고서를 구입하거나 컨설팅을 의뢰했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가트너의 리서치 사업부는 매출의 84%를 차지했다.
40여년 간 IT 데이터 끌어모은 가트너, 황금알 낳는 거위되다 [글로벌 종목탐구]
IT산업 사이클과 가트너의 수익도 커플링(동조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 IT산업이 장기간 고성장하면서 가트너의 수익성도 꾸준히 개선됐다. 실제 가트너 주가는 지난 10년간 567.9% 상승하며 S&P500 상승률(159.5%)을 크게 앞질렀다. 10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3%를 기록했다.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는 "가트너는 지난 10년 동안 견조한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며 "IT산업이 모두 쇠락하지 않는 한 하락 위험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IT산업과 동반 성장
시장에선 가트너의 재무 상태도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 모델이 없어서다. 데이터를 기반 삼아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가트너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로 추산된다. 가트너가 지출한 비용의 대부분은 판매관리비가 차지했다. 작년 3분기 기준 매출 대비 판관비 비율은 45%를 기록했다. 설비투자(CAPEX)는 매출액의 2%에 그쳤고, 이자 비용도 매출의 2%에 불과했다.
자료=가트너
자료=가트너
가트너가 40여년 간 IT업계에서 구축한 '경제적 해자(독점적 경쟁력)'가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T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매직 쿼드런트(Magic Quadrant)' 등 다양한 분석 도구를 개발했다. 하이프 사이클은 특정 기술의 성숙도를 시각화한 그래프다. 매직 쿼드런트는 기술의 성숙도, 경쟁 수위, 시장 동향 등을 종합 분석하기 위한 분석 도구다.

가트너는 이러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유료 구독 모델을 구축했다. 일반 사용자가 가트너의 보고서를 열람하려면 매년 최소 3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기업 고객의 경우 구독료가 연 25만 달러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가트너가 구독료를 인상해도 실적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IT 정보에 대한 수요가 큰 탓에 가격을 올려도 해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가트너의 고객 유지율은 2018년 82.9%에서 2020년 81.4%로 하락한 뒤 2022년 86.3%까지 반등했다. 온라인 리서치업체 웰벡 에쉬 리서치는 "가트너는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높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