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1등 기업만 살아남는다"…고수가 '압축 투자'에 나선 이유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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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웅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차장. /이시은 기자
손지웅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차장. /이시은 기자
“많이 오르지 않았나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 우량 반도체주들은 하반기에도 충분한 ‘업사이드(상승 여력)’가 있습니다.”

손지웅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차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하 가능성이 있다지만 금리는 여전히 높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가능성도 수급의 잔존 리스크”라며 “포트폴리오에서 바이오, 밸류업 관련주를 줄이고 반도체주를 늘릴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라이빗뱅커(PB) 업계에선 극소수에 불과한 ‘프랍 트레이더(증권사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직무)’ 출신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과 헤지펀드 근무도 거친 ‘경력 부자’ PB다.

반도체, HBM 아닌 D램에 '주목'

손 차장은 “코스피지수 자체의 상승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731.48로 보합세다. 증권사들은 이달 코스피지수 상단을 2800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는 이 수치가 결코 높지 않다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 전망은 다소 어둡다고 했다. 손 차장은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여부가 변수”라며 “금투세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유가증권시장을 향한 ‘머니 무브’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관련주는 ‘1등 기업’만이 하반기까지 국내외 시장을 이끈다고 했다. 그는 “22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분수령”이라며 “경쟁자인 AMD 1분기 실적 중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실적이 저조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모건스탠리가 목표가를 1000달러로 제시하는 등 전망이 긍정적이다. 시장에선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반도체 고객사군의 설비투자(CAPEX)는 늘어난 반면, AMD와 같은 엔비디아 경쟁사 실적이 저조한 점을 근거로 주가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 종목에만 집중하고 있다. 손 차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단가도 오르겠지만, D램 공급 부족 현상으로 가격이 올라 실적이 개선된다는 분석도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여행) 관련주도 관심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약 33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처음으로 회복한 것이다.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인 ‘인바운드 대장주’ CJ, 호텔·카지노의 호텔신라 롯데관광개발 GKL 파라다이스 등이 모두 관련주에 속한다. 주가는 시가총액이 3조9418억원으로 가장 큰 CJ가 최근 한 달간 7.01%로 가장 많이 올랐다. 다만 손 차장은 “인바운드 관련 지표는 호조세”라면서도 “다시 시작될 반도체 랠리에선 대부분의 업종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보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가 10% 하락하면 재검토 후 매도"

손지웅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차장. /이시은 기자
손지웅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 차장. /이시은 기자
그는 사야 할 업종보다 투자에 유의해야 할 업종을 더욱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밸류업 관련주다. 손 차장은 “장기적으론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좋은 흐름인 것이 분명하지만, 과거와 같은 급등장이 펼쳐지기엔 힘들다”고 분석했다. 특히 1분기의 금융과 자동차, 지주사의 상승은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기반이었지만 반도체 실적 추정치가 상향되는 상황이라 상황이 반복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관련주와 함께 1분기 주요 순환매 업종이었던 바이오 관련주도 “상대적으로 코스닥시장 대장주들의 기초체력이 튼튼하지만, 높은 금리가 여전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업종을 두고도 “낙폭 과대로 주가의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하반기가 지날수록 미국 대선이 다시 수급의 잡음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 주도주가 빠르게 변화하고, 전망이 어두운 업종이 많을수록 과감한 손절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차장은 “소수 종목을 집중 분석해 ‘투자 포인트’를 세운 뒤, 투자 후 주가가 종가 기준 10% 하락하면 재검토에 돌입한다”며 “만약 투자 포인트가 훼손됐다고 판단하면 손실 1~2% 줄이겠다고 ‘물타기’를 하지 않고 미련 없이 매도한다”고 말했다. ‘압축 전략’도 중요하다고 했다. 시장의 테마가 자주 바뀔수록, 주도 종목 1~2가지에만 집중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때 중요한 점은 내가 투자한 테마의 지속 가능 기간을 파악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물리적인 공부 시간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 역시도 주 6일, 새벽 6시에 기상해 자정을 훌쩍 넘기며 업종에 대한 학습을 한다. “과거 근무처에서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헤지펀드 피데스자산운용과 메리츠증권 프랍트레이더 직무를 거쳤다. 손 차장은 “모든 주식을 최고점에서 팔 수는 없다”며 “적어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대해선 텔레그램으로 남들이 분석해놓은 지표라도 수시로 파악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