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인터뷰 - 크리스티안 헬러(Christian Heller) VBA CEO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숫자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모호하던 자연·인적자본 등을 화폐단위로 다루고 회계 처리하는 것이다. 온실가스배출량 등 제한적 영역에서 이뤄지던 화폐화가 지속가능성 전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정보를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화폐화에 나서고 있다.

2019년 6월 설립된 밸류 밸런싱 얼라이언스(Value Balancing Alliance, VBA)는 지속가능성 성과를 화폐화하려는 기업과 금융기관, 컨설팅사 등이 참여하는 대표적 비영리조직이다. 바스프, 폭스바겐, 도이치 은행, 앵글로 아메리칸, 노바티스 등 유럽계 기업뿐 아니라 SK, 미쓰비시 화학 등 아시아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해 화폐화를 실험하고 있다.

VBA는 2020년 회원사와 함께 지속가능성 지표를 회계적으로 다루는 첫 실험을 실시했다. 방법론이 고도화되면 기업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나아가 외부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도 화폐화가 도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겸 바스프 부사장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재무의 완전한 통합 가능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조직 출범 배경은.

“VBA는 2019년 기업들이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을 바꾸고 개선하려는 목표로 설립됐다. 우리는 최근 금융투자에 대한 수익률을 논의하고 있다. 임팩트 측정 및 평가 정보를 생성하고 시장에 공개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성과를 자본비용과 주가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가 아니라 당장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달성되지 않으면 행성, 사람, 사회를 구하는 데 대한 기업의 기여가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임팩트 평가와 화폐화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이해하고,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 화폐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

“4가지 주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금융서비스 제공업체와 그들의 상품 및 포트폴리오가 사회와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 중이다. 예를 들어 자산관리자, 은행 등 금융업체가 포트폴리오 전반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포착하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두 번째로 기업이 통합 보고서를 공개할 경우 투자자가 이 데이터를 사용해 채권, 대출, 시나리오 모델링 등에 어떻게 활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세 번째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사회와 자연에 대한 영향을 계산해 미래의 재무 성과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리회계로 통합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추가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대형 데이터 제공업체 및 평가 기관과 협력해 화폐화 데이터의 표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 재무와 지속가능성의 통합으로 무엇을 기대하나.

“VBA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를 금전적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속가능성 또는 ESG 지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많은 지표가 있으나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이러한 지표를 모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다양한 언어를 기업이 익숙한 언어, 즉 돈으로 환산하면 ESG와 지속가능성을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통합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뿐 아니라 투자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자산 할당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지속가능성 정보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훨씬 쉽게 통합될 수 있다.”

- ESG 지표가 복잡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지금까지 우리는 ESG 데이터를 수집할 때 정량적 핵심성과지표(KPI)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데이터 포인트 자체는 의미가 없었다. 따라서 이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금전적 전환은 데이터에 훨씬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물 사용량을 생각해보자. 용수 조달은 습한 지역인지 건조한 지역인지, 즉 호수 옆인지 사막 한가운데인지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정량적 데이터만으로는 물을 조달하고 사용하는 생태계와 조건을 포착하지 못한다. 실제 용수 조달 비용도 훨씬 더 높을 것이다.”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 화폐화는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되나.

“각기 다른 지표는 사실상 비교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자원을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완화나 건강 및 안전 개선, 임금 인상, R&D 투자는 모두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주주에게 더 많은 배당금을 주는 선택지도 있다. 화폐화는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식별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후생을 창출하는 데 최고 시스템이지만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같은 외부효과가 시장에서 가격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투자 인센티브가 부족해서다. 20년 전 1톤당 100달러를 부과하는 탄소세가 마련되었다면 시장은 이미 기후 위기 해결책을 개발하고 적용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작업은 결국 임팩트 회계 또는 평가를 통해 외부효과를 포착하고 이를 기업의 의사결정 및 공시에 통합하는 것이다.”

- 화폐화를 위해선 방대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와 고도화된 방법론이 필요해 보인다.

“VBA의 임팩트 평가 방법론은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또는 유럽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같은 법률이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및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등 프레임워크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현재 기업의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하는 과정에 있다. 양적 데이터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계층화되어야 한다. 핵심 과제는 비즈니스모델의 전체 가치사슬에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화폐화 솔루션은 통계 및 산업 평균 데이터를 대체로 사용하고 있으나 기업의 의사결정 수준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의 정밀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회사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산업 평균 데이터도 충분하다. 그러나 제품 수준에서 구체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직접 1차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VBA에서는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이러한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3대 공시 표준(ISSB, ESRS, SEC)이 안착하면 임팩트 평가도 획기적으로 개선 가능한가.

“먼저 네 번째 표준인 GRI를 추가하고 싶다. 우리는 사회적가치와 비즈니스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이중 중대성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내·외부 영향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표준으로 인해 임팩트 평가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 표준이 안착하면 기본 데이터가 훨씬 더 견고하고 정밀해지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프로세스도 개선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검증과 감사에 의해 보증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유사한 규칙을 확립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국제 가치영향재단(IFVI)과 협력해 개념을 표준화하고 있다.”

- 지속가능성과 재무 정보의 통합은 가능한가.

“사실 이 둘은 접근이 다르다. 재무제표는 특정 시점에서 회사의 재무 상황을 공개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수백 년 동안 개발되어왔으며, 좋은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성 데이터는 재무 데이터에 비해 훨씬 더 미래지향적 관점이다. 훨씬 더 긴 시간 지평을 가지고 있다. 또 가치사슬 데이터를 포함하기에 그 본질상 재무 데이터 또는 재무 회계와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재무제표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다. 우리가 구축하는 환경 및 통합 회계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이러한 공시를 표준화해 시장에 더 나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자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임팩트 데이터가 재무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기후변화에 대한 전체 영향을 알고 있다면, 시나리오를 통해 비즈니스모델과 재무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연관시켜야 한다.”

- 임팩트 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결국 우리는 비즈니스 변화를 포괄적으로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기업이 미래에 이해관계자와 주주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어떻게 변모하는지 살펴본다. 임팩트 평가는 기후, 자연, 재무 성과 3가지 유형이 충돌할 때 전환 경로에서 상호 관계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3가지 유형 모두 금전적 언어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 기업에 한마디 한다면.

“처음 출발할 때는 우리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을 포함한 일본, 한국 등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요청을 받고 있으며, 많은 기업 및 조직과 협력하고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 분야에서 지속가능성 리더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VBA를 알릴 예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지속가능성 성과를 시급히 자본비용과 주가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향한 여정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 사진=김기남 기자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