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도 '삐끗'…유가 5거래일째 하락 [오늘의 유가]
유가 또 1% 하락, 연초 가격에 근접
미국 노동시장 냉각 조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가격이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중국에 이어 미국 노동시장도 침체 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 전망이 흔들린 탓으로 분석된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 대비 0.97달러(1.31%) 하락한 배럴당 73.2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월 5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브렌트유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0.84달러(1.07%) 하락한 배럴당 77.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경기도 '삐끗'…유가 5거래일째 하락 [오늘의 유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카르텔인 OPEC+가 하반기에 감산을 일부 줄여갈 수 있다는 기대에 유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지난 주말 열린 감산 회의에서 석유 수출국들은 오는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1년에 걸쳐 하루 2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기로 했다. 이에 올해 4분기에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이 운송 데이터와 업계 정보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OPEC 회원국들의 생산량이 지난달 하루 2663만배럴(bpd)로, 지난 4월보다 일일 14만5000배럴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와 나이지리아가 각각 일일 5만 배럴의 생산량을 늘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도 소폭 생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들이 감축 목표치보다 하루 25만배럴씩 더 생산한 탓에 알제리 등의 생산 감소를 상쇄했다. 감산을 면제받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도 생산을 소폭 늘렸다.

원유 수요는 제한적일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내다봤다. 미국 제조업 부문의 위축과 함께 점차 경기가 둔화할 수 있어 원유 수요는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 구인·이직보고서(JOLT)에 따르면 5월 구인 건수는 805만9000건으로 예상치(837만건)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2021년 3월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미국석유협회(API)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5월 24일로 끝나는 한 주 동안 405만2000배럴 증가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OPEC 발표에 과민 반응하고 있다"면서도 "유가가 크게 하락한다면 세계 경제의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