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인쇄소…아날로그의 부활
인쇄 기업 투데이아트는 이달 중순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진의 컴백을 앞두고 경기 파주시의 인쇄공장을 풀가동 중이다. K팝 가수의 앨범 화보와 포토카드 등을 찍어내는 이 회사의 인쇄기는 불황을 모르고 돌아가고 있다.

30년 가까이 앨범 화보 인쇄로 ‘한 우물’을 파온 투데이아트는 한때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의 다른 인쇄소처럼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K팝 열풍을 타고 완전히 부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데이아트는 미래에셋증권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증시 입성을 추진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기업의 몸값을 5000억원 안팎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4년 지금의 최대주주가 회사를 인수할 당시 5억원이었는데 1000배로 뛰었다. 폐업하는 인쇄소가 쏟아지지만 이 회사는 되레 사세가 커졌다. K팝 음반 판매량이 1억 장을 넘기면서 이 회사 실적도 뜀박질했다.

투데이아트처럼 한때 사양사업으로 취급받다가 부활해 제2 전성기를 누리는 ‘아날로그’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상극이라는 디지털화, 글로벌화 흐름 속에서 오히려 뜨는 아이템을 포착해 활로를 뚫었다.

만화출판사인 대원씨아이와 라면 봉지 생산업체 율촌화학 등이 대표적이다. 만화책 <슬램덩크> <열혈강호>를 출판·유통한 대원씨아이는 2020년 웹툰 사업에 진출하며 출판업계의 불황을 극복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신라면 등의 봉지를 생산하는 율촌화학은 배터리 소재 회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알루미늄 봉지 생산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를 감싸고 보호하는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2차전지 소재 부문에서만 9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수십 년간 인쇄, 만화, 포장용지 등 본업을 파고들었고 그렇게 쌓은 아날로그 내공을 K팝, 배터리, 웹툰 등 요즘 뜨는 디지털산업에 접목했다.

배정철/김익환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