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봉지·참치캔 기술로 배터리까지 포장…율촌화학·동원의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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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부활
(2) 新성장스토리 쓰는 전통 제조업체
사업재편 성공한 율촌화학
신라면 포장기술로 파우치 국산화
1.4조 수출 '대박'…몸값 4배 뛰어
미래 내다본 동원시스템즈
참치캔 기술 응용해 배터리캔 생산
내년 2차전지 소재 매출만 1000억
(2) 新성장스토리 쓰는 전통 제조업체
사업재편 성공한 율촌화학
신라면 포장기술로 파우치 국산화
1.4조 수출 '대박'…몸값 4배 뛰어
미래 내다본 동원시스템즈
참치캔 기술 응용해 배터리캔 생산
내년 2차전지 소재 매출만 1000억
‘신라면 너구리 새우깡 양파링 먹태깡….’
농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하지만 이들 제품 포장지를 만드는 농심 계열사 율촌화학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농심에 라면·과자 봉지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이 투자자와 배터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봉지를 만드는 알루미늄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감싸는 소재를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대에 달하는 2차전지 소재 납품 계약도 맺었다. 그사이 회사 ‘몸값’은 3~4배 뜀박질했다.
동원그룹의 동원참치 캔을 만들던 동원시스템즈, 롯데제과에 과자 봉지를 공급하던 롯데알미늄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과자 봉지와 참치 캔을 제조하던 회사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이 회사가 2차전지 소재 업체로 전환을 공식화한 건 2022년이다. 그해 9월 LG에너지솔루션, 제너럴모터스(GM)와 세운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와 10억420만달러(약 1조39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배터리를 감싸 양극재와 음극재를 보호하는 핵심 소재다. 계약 규모는 2023년 매출(4145억원)의 3배가 넘는다.
신라면 포장재, 라면 박스를 만들던 회사가 2차전지 소재로 탈바꿈한 계기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였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부랴부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 율촌화학 등이 참여한 알루미늄 파우치 국산화 사업에 국비 73억원이 배정됐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알루미늄 파우치는 당시 쇼와덴코 등 일본 회사가 독식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율촌화학의 2차전지 사업을 거들었다. 파우치 관련 설계·기술을 지원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인력도 파견해 개발을 도왔다. 율촌화학은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2차전지용 알루미늄 파우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수요의 40%가량을 충족할 수 있는 1억㎡ 규모 파우치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 SK온에도 파우치 납품을 꾀하고 있다.
2차전지 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율촌화학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 10년 동안 1만원대에서 맴돌던 이 회사 주가는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캔·포장재 기술의 미래를 내다보고 2019년 2차전지 케이스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1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700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에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했다. 캔 참치 안쪽 면에 알루미늄을 고르게 펴는 기술을 토대로 배터리 알루미늄 파우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동원시스템즈는 2차전지 소재 매출을 작년 305억원에서 올해 700억원, 내년 1000억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에 과자 봉지와 음료 캔을 공급하던 롯데알미늄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4월 물적분할로 2차전지 소재 기업 ‘롯데인프라셀’을 신설했다. 롯데인프라셀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박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안산공장과 헝가리 1·2공장에 이어 2025년 준공하는 미국 켄터키공장 등을 통해 연산 8만4000t에 달하는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농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하지만 이들 제품 포장지를 만드는 농심 계열사 율촌화학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농심에 라면·과자 봉지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이 투자자와 배터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봉지를 만드는 알루미늄 기술을 바탕으로 배터리를 감싸는 소재를 제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1조원대에 달하는 2차전지 소재 납품 계약도 맺었다. 그사이 회사 ‘몸값’은 3~4배 뜀박질했다.
동원그룹의 동원참치 캔을 만들던 동원시스템즈, 롯데제과에 과자 봉지를 공급하던 롯데알미늄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과자 봉지와 참치 캔을 제조하던 회사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日 독식 체제 깨뜨린 韓 소부장
율촌화학은 올해 대대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골판지 사업부를 태림포장에 넘겼다. 이 회사의 골판지 사업부는 라면·과자를 담는 박스를 생산해 농심에 공급한다. 지난해 매출 550억원을 올렸다. 안정적 실적을 내는 이 사업부를 430억원에 매각한 건 2차전지 설비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이 회사가 2차전지 소재 업체로 전환을 공식화한 건 2022년이다. 그해 9월 LG에너지솔루션, 제너럴모터스(GM)와 세운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와 10억420만달러(약 1조3900억원) 규모의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3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배터리를 감싸 양극재와 음극재를 보호하는 핵심 소재다. 계약 규모는 2023년 매출(4145억원)의 3배가 넘는다.
신라면 포장재, 라면 박스를 만들던 회사가 2차전지 소재로 탈바꿈한 계기는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였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해 부랴부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 율촌화학 등이 참여한 알루미늄 파우치 국산화 사업에 국비 73억원이 배정됐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 알루미늄 파우치는 당시 쇼와덴코 등 일본 회사가 독식하고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율촌화학의 2차전지 사업을 거들었다. 파우치 관련 설계·기술을 지원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 인력도 파견해 개발을 도왔다. 율촌화학은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2차전지용 알루미늄 파우치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수요의 40%가량을 충족할 수 있는 1억㎡ 규모 파우치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율촌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 SK온에도 파우치 납품을 꾀하고 있다.
2차전지 회사로 탈바꿈하면서 율촌화학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 10년 동안 1만원대에서 맴돌던 이 회사 주가는 4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참치 캔 제조업체도 대변신
동원참치 캔을 만들던 동원시스템즈도 2차전지 사업에 깊숙이 발을 디뎠다. 이 회사는 참치 캔을 만들던 기술을 가다듬은 뒤 전기차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캔을 생산하고 있다. 2170(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캔에 이어 올해 8월에는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 캔도 양산한다.동원시스템즈는 캔·포장재 기술의 미래를 내다보고 2019년 2차전지 케이스 개발에 착수했다.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 엠케이씨(MKC)를 1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700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에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했다. 캔 참치 안쪽 면에 알루미늄을 고르게 펴는 기술을 토대로 배터리 알루미늄 파우치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동원시스템즈는 2차전지 소재 매출을 작년 305억원에서 올해 700억원, 내년 1000억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에 과자 봉지와 음료 캔을 공급하던 롯데알미늄도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4월 물적분할로 2차전지 소재 기업 ‘롯데인프라셀’을 신설했다. 롯데인프라셀은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박을 생산한다. 이 회사는 안산공장과 헝가리 1·2공장에 이어 2025년 준공하는 미국 켄터키공장 등을 통해 연산 8만4000t에 달하는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