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코너에 몰린 중국 경제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폭염이 이어지길 매일 기도합니다.”

중국 최대 배달업체 메이퇀에서 배달기사로 일하는 윤모씨는 “날씨가 나빠야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허난성에서 샤부샤부 가게를 운영하던 사장님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중국 정부가 경제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윤씨는 경영난으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연간 8000만~9000만원을 벌던 그는 지금 베이징으로 거처를 옮겨 일당 5만원을 버는 배달기사로 연명하고 있다.

팍팍해지는 中 서민의 삶

중국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민생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고, 자영업자들도 무너지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조선족은 “코로나 이전 시기의 20% 수준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며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게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년 쏟아지는 1200만 명의 대졸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탕핑족’(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신조어)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졸·고졸 출신 실업자도 중국 정부의 큰 골칫거리가 됐다.

중산층의 삶도 팍팍하기는 매한가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양모씨는 코로나 시기 이후 소비가 침체되며 자금난에 빠졌다. 은행 빚을 메꾸기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한때 시세 20억여원이던 베이징 자가 주택을 16억원에 내놨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침체와 거래절벽으로 이 가격에도 집이 팔리지 않아 고민이 깊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등장과 함께 ‘중국몽’을 주창하며 세계 패권 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중국의 오랜 외교 기조인 ‘다극체제론’을 버리고, 공세적 외교를 뜻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대외 전략을 수정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온갖 치졸한 보복 조치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자초한 위기

중국 정부의 이같이 오만한 모습은 미국과의 정면 대결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전랑 외교는 중국을 고립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1989년 6·4 천안문 사태 직후보다 더 외교적으로 고립됐다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미국이 대중 포위 작전을 구사하면서 중국과 선린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중동 일부 국가, 아프리카의 독재국가 등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주효하면서 지금 중국 경제는 사실상 그로기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선 “섣불리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시작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힘만 믿고 설치는 오만과 무례를 버리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 질서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 국민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