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3곳 중 2곳 화재보험 미가입…"정부 지원으로 시장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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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보험료 비싸 화재보험 외면
보험사도 손해율 높아 판매 꺼려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에 재정 투입"
보험사도 손해율 높아 판매 꺼려
"사후 처리보다 사전 예방에 재정 투입"
매년 전통시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의 위험을 덜어줄 화재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상인들이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선제적 투자로 전통시장의 화재 위험을 낮추고 민간 보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1388개 전통시장 가운데 화재보험에 가입한 곳은 407개(29.3%·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화재보험 가입률은 2021년 43.5%에서 1년새 14.2%포인트 하락했다. 상인들이 비싼 보험료와 적은 보상금 등을 이유로 화재보험 가입을 꺼려하고, 보험사들도 손해율이 큰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부담스러워 해서다.
전통시장에 종사하는 상인 수는 약 33만명, 점포 수는 약 24만개에 달한다. 단순 추정하면 20만명 가까운 상인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통시장에 화재가 일어날 경우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 839개 점포가 전소되고 1000억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올 1월엔 서천 특화시장 화재로 292개 점포 중 227개 점포가 소실됐다. 전통시장은 노후 점포가 밀집돼 있고 낡은 전기배선, 가연성 자재 등을 사용해 화재에 취약하다.
상인의 재산 피해뿐 아니라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 재정도 투입된다. 보험 수요(상인)와 공급(보험사)이 적다고 해서 방치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보험에 가입한 전통시장도 재산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화재보험은 크게 화재공제와 민간 화재보험으로 나뉜다. 화제공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공적 보험이고, 화재보험은 민간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한다. 화제공제에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보장 한도가 적은 편이다.
대부분 상인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화재공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을 충분히 보상받기 어렵다. 민간 보험사에 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보험 관련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학계와 보험업계에서는 정부·지자체가 안전관리를 강화해 전통시장 시설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사고가 났을 때 사후 수습에 급급하지만, 사전 예방에 재원을 미리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안전도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져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료가 내려가 상인들의 보험 가입률이 높아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화제공제뿐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화재보험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는 “민간 보험사가 상품을 더 잘 만들고 보험료 운용 능력도 뛰어나다”며 “재정을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 여러 보험사가 계약을 공동인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동인수란 사고위험이 높아 보험사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계약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분담하는 제도다. 화재보험법과 공동인수 상호협정에 따르면 3000㎡ 이상의 전통시장은 화재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면 화재보험협회에 공동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
반면 3000㎡ 미만의 전통시장의 경우 공동인수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동인수 상호협정 개정을 위해선 금융당국 인가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전통시장이 화재보험을 가입하고자 해도 보험사로부터 거절받으면 화제공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전통시장에 대해 공동인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 1388개 전통시장 가운데 화재보험에 가입한 곳은 407개(29.3%·2022년 기준)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화재보험 가입률은 2021년 43.5%에서 1년새 14.2%포인트 하락했다. 상인들이 비싼 보험료와 적은 보상금 등을 이유로 화재보험 가입을 꺼려하고, 보험사들도 손해율이 큰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부담스러워 해서다.
전통시장에 종사하는 상인 수는 약 33만명, 점포 수는 약 24만개에 달한다. 단순 추정하면 20만명 가까운 상인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통시장에 화재가 일어날 경우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당시 839개 점포가 전소되고 1000억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올 1월엔 서천 특화시장 화재로 292개 점포 중 227개 점포가 소실됐다. 전통시장은 노후 점포가 밀집돼 있고 낡은 전기배선, 가연성 자재 등을 사용해 화재에 취약하다.
상인의 재산 피해뿐 아니라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 재정도 투입된다. 보험 수요(상인)와 공급(보험사)이 적다고 해서 방치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보험에 가입한 전통시장도 재산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화재보험은 크게 화재공제와 민간 화재보험으로 나뉜다. 화제공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공적 보험이고, 화재보험은 민간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한다. 화제공제에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보장 한도가 적은 편이다.
대부분 상인들은 보험료가 저렴한 화재공제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을 충분히 보상받기 어렵다. 민간 보험사에 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보험 관련 전문지식이나 노하우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학계와 보험업계에서는 정부·지자체가 안전관리를 강화해 전통시장 시설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사고가 났을 때 사후 수습에 급급하지만, 사전 예방에 재원을 미리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안전도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손해율이 낮아져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보험료가 내려가 상인들의 보험 가입률이 높아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화제공제뿐 아니라 민간 보험사의 화재보험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남상욱 서원대 경영학부 교수(한국리스크관리학회장)는 “민간 보험사가 상품을 더 잘 만들고 보험료 운용 능력도 뛰어나다”며 “재정을 어디에 쓰는지에 따라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보험사가 단독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 여러 보험사가 계약을 공동인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공동인수란 사고위험이 높아 보험사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운 계약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분담하는 제도다. 화재보험법과 공동인수 상호협정에 따르면 3000㎡ 이상의 전통시장은 화재보험 가입을 거부당하면 화재보험협회에 공동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
반면 3000㎡ 미만의 전통시장의 경우 공동인수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동인수 상호협정 개정을 위해선 금융당국 인가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전통시장이 화재보험을 가입하고자 해도 보험사로부터 거절받으면 화제공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전통시장에 대해 공동인수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