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 균형을 이루고, 허위 보도로 피해를 받은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습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진갑·초선·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호 법안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JTBC 앵커 출신인 이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상임위원회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맡고 있다.

언론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송 4법을 통과시켜 방송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서 우리나라 AI 업계가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학계, 정부가 함께 논의해 법안을 발의하는 초당적 'AI 청문회'를 만들겠다"라고도 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 1문1답

▶언론인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소감은
"JTBC를 비롯한 방송사 뉴스 앵커로 20년, 총 28년을 언론계에서 활동했다. 우리나라 역사 발전을 위해, 지속가능한 국정운영을 위해 법과 제도 시스템을 바꿔나가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일하는 국회, 개혁 국회가 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제가 맡은 시대적 소명은 언론개혁이다"

▶상임위로 과방위를 맡게 됐다.
"과방위는 단어 그대로 과학 기술 정보 방송 통신 등 여러 분야를 동시에 챙기는 상임위다. AI 대전환, 대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우리나라가 AI 시대를 주도할지, 뒤처질 지 굉장히 중요한 갈림길에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10년, 20년 뒤 멀리 보고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단행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제대로 복구해야 한다"

"현재 야당 과방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방송 4법은 방송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법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확실하게 입법하자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는 방송 4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현재 공영방송 이사 수가 MBC, EBS의 경우 9명, KBS는 11명이다. 여야 정치권에서 추천한 인사가 대부분인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야당이 함께한 방송 4법은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에서도 방송 독립성과 중립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권 추천 인사뿐만 아니라 시청자위원회, 방송, 미디어학회 등 외부 기관 단체에서도 적극 추천하고 이들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방통위의 경우 5명 상임이사를 두게 돼 있다. 당초 정부의 입법안을 보면 전체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추천하는 2인과 함께 여야 정치권이 3명 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5명으로 구성한 것이다. 방통위는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구다. 한 사람이 결정하기보다는 많은 전문가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2인 체제로 의사결정 하는 것은 위법한 것이 분명하다. 회의를 개시할 수 있는 정족수 최소 4명 이상의 위원이 회의 개시를 요청하고, 재적위원회 과반수가 찬성할 때 의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방송 4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의 정상적인 입법 활동을 뭉개버리려는 시도가 또다시 이뤄진다면 윤 정권의 몰락에 가장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언론을 탄압하고 방송을 장악해서 윤 정권을 연장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과 함께 본격적으로 저항의 대열에 설 것이다"

▶초선 의원이다. 1호 법안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언론 관계법을 정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호 법안은 언론의 자유를 신장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책임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 자유 지수가 매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언론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기본적으로 자유로워야 생각한다. 다만 자유를 핑계로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더는 있어서 안 된다. 언론으로 인해 피해 본 사람이 보상받거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단통법(단말기 유통법)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단통법은 단말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도입된 법안인데 벌써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났다. 본래 취지와 다르게 단말기와 통신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 현행 단통법으론 이동통신사의 이용자 차별 규제 등 불공정 행위나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간 담합 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고 본다.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 통신사, 제조사 등과 적극적으로 논의해 필요시 여야가 함께 새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제4이동통신사 논란에 대한 입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재무 능력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그걸 알고도 여기까지 왔다면 졸속 추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이동통신사를 선정할 수 없다면 해당 사업을 다시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다만 막대한 통신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크고 독과점 형태로 통신 시장이 재편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경제 차원에서 기술력과 재무, 운영 능력을 제대로 갖춘 신규 기업이 들어오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AI법 비롯해 AI 법안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인공지능(AI) 업계 전문가와 학계, 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법안 발의까지 이어지는 초당적 ‘AI 청문회’를 이번 국회에서 처음으로 만들겠다. AI 대전환 시대에서 AI 관련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면 AI 업계와 국가 경쟁력 발전에 해가 될 것이다. AI 청문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AI 혁신 법안과 규제 두 가지 분야를 함께 다루는 게 목표다. 특히 AI법은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AI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관련 법안이 차례로 제정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더 이상 AI 기본법 제정에 있어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사진=임형택 기자 taek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