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1996년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 학생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웹페이지의 중요도를 링크 수와 품질로 평가하는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기존 검색 엔진보다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는 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1998년 실리콘밸리의 한 작은 창고에서 이들은 구글을 창업했다. 그런데 구글의 성공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기술 네트워크, 인재,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창업 친화적 정책 등 지역적 이점이 컸다.

애플의 창업 이야기도 구글과 마찬가지로 작은 창고에서 시작된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잡스의 집 차고에서 첫 번째 애플 컴퓨터를 조립했다. 그들의 첫 제품인 애플 I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로 주목받았고, 이어 애플 II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개척했다. 애플의 초기 성공 역시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기술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창업 생태계, 도시경제 혁신의 열대우림

[WOW 이제는 스타트업] 구글·애플 태어나려면…'작은 창고' 위치가 중요하다
구글과 애플의 창업 이야기는 벤처기업의 성공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벤처기업 성장을 돕는 창업 생태계가 우리 도시 경제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창업은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신생 스타트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도입한다. 구글과 애플 같은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세계적으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들 기업은 혁신의 원천 그 자체다. 기존 기업은 하지 못했던,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를 채워주는 데 성공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며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낸다. 창업 친화적인 도시 환경은 혁신기업이 모여들게 하고 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한다.

창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많은 스타트업은 환경 보호, 사회적 불평등 해소, 건강 증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명을 통해 정보의 민주화를 추구해 왔고,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왔다.

이처럼 창업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혁신을 일으키며, 지역 발전을 견인한다. 기업가정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이렇게 창업은 현대 도시의 경제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 글로벌 창업 허브로 도약 시작

대한민국도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도시 전역에서 서울창업허브 등의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무공간, 멘토링, 자금 지원 등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 결과 서울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Global Startup Ecosystem Report 2024)’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300개 도시 중 9위에 올랐다. 역대 최고 순위다. 불과 4~5년 전에는 20위권 밖이던 서울이 파리(14위), 베를린(15위) 등 유럽의 대표 창업 도시를 제친 건 창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이 창업가들에게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울만의 독특한 창업 생태계 경쟁력을 갖춘 결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5개 평가항목 중 자금 조달이 10점 만점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팬데믹 이후 지속된 투자 혹한기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체 펀드를 조성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게 이유로 생각된다. 이처럼 강력한 정책 지원, 풍부한 자금 조달 기회, 인재와 기술력, 활발한 네트워킹과 멘토링, 글로벌 시장 접근성 등이 어우러져 서울이 매력적인 창업 도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의 창업 생태계가 더욱 발전해 글로벌 창업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