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가장 원하지만, 어려운 직주근접
MZ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거주지의 조건은 바로 직주근접(職住近接)이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깝다는 의미로, 연원이 상당히 오래된 용어다. 서울이 한창 개발되던 1970년대 도시계획의 핵심 목표였고, 제1기 신도시인 경기 분당·일산·평촌에 아파트 단지가 처음 올라갈 때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당시 직주근접은 교통난과 한 쌍을 이뤘다. 신도시를 일자리까지 자족하도록 완성하지 못하면 직주근접이 깨져 교통지옥이 펼쳐진다는 내용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신도시들이 서울의 베드타운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광역버스는 물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까지 일자리가 있는 서울과 잠자리가 있는 수도권 신도시를 교통망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명제는 다소 강박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신도시와 광역교통망을 꾸준히 구축한 결과 2016년부터 서울은 1000만 명이 산다는 ‘천만 도시’ 타이틀을 내려놨다. 최근 들어서는 940만 명 아래로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을 빠져나가는 인구의 연령대는 대부분 MZ라고 불리는 2030세대가 가장 많다. 이들이 서울을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주택 때문이다.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밀려나고 있다.

사실 거주하는 지역이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바뀐다고 해서 밀려난다고 표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 마치 서울만이 정답이고 나머지 지역은 오답인 것만 같다. 그럼에도 다들 밀려났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수도권으로 이주한 MZ세대의 많은 직장이 여전히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세대별 인구이동 결정요인 연구를 보면 경기나 인천으로 이주한 MZ세대의 약 50%가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이어간다. 직장과 거주지 사이 거리가 급격히 멀어졌다는 뜻이다. 정말로 ‘밀려난’ 것이다.

이들은 연봉을 낮춰서라도 통근 시간이 짧은 직장에 다니고 싶어 한다. 사는 곳과 직장이 멀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출퇴근에 시간을 더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도시에서 도시를 넘어 다니게 된다는 의미다. 이동이 길고 잦은데 주로 머무르는 곳이 쪼개져 있다면 안정감을 얻기 어렵고, 사는 곳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돼버린다. 그러면 이주를 받아들이는 도시에도 좋지 않다. 아파트 단지만 들어서게 되기 때문에 자급자족을 위한 인프라가 점차 더 부족해진다. 직주근접이 되는 서울 집값은 점점 더 오르게 된다.

MZ세대의 불안함을 달래고 서울 집값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 공급 자체보다 서울 인근 수도권 대도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방향을 우선해야 한다. 비수도권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에 자원을 몰아줘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여전히 직주근접은 모든 문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