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2.8%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약 3년 만에 연 3% 밑으로 떨어진 이후 이달 초 금융당국의 대출 자제 압박에 소폭 상승했지만, 기조적인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담대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담대 금리가 계속 내려가면서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엄포에도…주담대 금리, 줄줄이 하락
신한은행은 8일 금리가 5년마다 바뀌는 고정금리형(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2.88~4.89%로 책정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5일(연 2.90~4.91%) 대비 0.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2.88%까지 내린 것은 2021년 2월 26일(연 2.88~3.89%) 이후 약 3년5개월 만이다.

다른 시중은행도 이번주 들어 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낮춰 잡았다. 국민은행은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5일 연 3.13~4.53%에서 이날 연 3.04~4.44%로 1영업일 사이 0.09%포인트 인하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도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3.34~5.74%에서 연 3.31~5.71%로 0.03%포인트 낮췄다.

은행들은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지침에 따라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었다. 하나은행은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지난달 28일 연 3.183%에서 이달 1일 연 3.34%로 0.157%포인트 인상했고, 국민은행도 지난 3일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0.13%포인트 올렸다.

금융감독원은 3일 전국 17개 은행의 부행장을 불러 모아 “일부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무리하게 대출을 확대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엄포에도 주말이 지나자마자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일제히 낮아진 이유는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 만기(AAA·무보증) 평균 금리는 5일 연 3.396%로, 2022년 5월 12일(연 3.366%)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 운용 담당자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국내외 채권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가 기조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 급증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10조755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나흘 만에 2조1835억원(0.3%) 늘었다.

은행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필요할 경우 금리와 한도 등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15일부터 다음달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실태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