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55층 건립 계획안을 철회했다. 당초 약속한 ‘105층 랜드마크 타워’를 55층, 2개 동으로 바꾸려면 공공기여(기부채납)를 비롯해 도시계획에 대한 재협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공공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계획안을 보완해 연내 다시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5월 3일자 A31면 참조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일 서울시와 면담한 데 이어 5일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현대차부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변경안’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공공성과 상징성을 보완해 연내 다시 제안하면 그때 협상하자는 방향으로 정리가 됐다”며 “사전협상제도에 따른 재협상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토안에는 초고층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105층을 다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현대차는 지난 5개월 동안 GBC 설계 변경에 따른 재협상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현대차는 2월 105층 랜드마크 타워 대신 55층, 2개 동으로 낮추는 사업 변경안을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는 2016년 사전협상으로 결정된 설계를 전제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기여 부담을 덜어준 만큼 이를 변경한다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달 1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현대차그룹이 새로 내놓은 건설계획안은 기존 계획과 완전히 달라 이에 걸맞은 공공기여를 새롭게 논의하는 게 상식”이라며 “행정도 상식에 따라서 하면 된다. GBC도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4년 사옥을 건립하기 위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7만9342㎡)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한 뒤 시와 사전협상을 통해 GBC를 105층(높이 569m) 타워 1개 동과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 동, 저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 등으로 짓기로 했다. 서울시는 높이를 569m까지 풀면서 800%의 용적률을 부여했다. 대신 현대차가 1조7491억원을 공공기여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 5월 착공했지만 그새 공사비 급등으로 초고층 설계안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5월 설계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GBC를 신사업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이 융합된 업무시설로 짓겠다는 방안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