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경협 제공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한경협 제공
“신사업 확대를 위해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서 “은행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함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네이버, 쿠팡 등과 제휴하고 토큰증권발행(STO) 대체거래소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핵심 역량을 더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 회장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나금융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권의 혁신을 주도해왔다고 거듭 강조하며, 향후에도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022년 금융권 최초로 24시간 외환거래(FX)를 도입하고 올해 유언장을 보관·집행하는 유산정리서비스도 처음 시작했다.

함 회장은 “핀테크·빅테크 투자는 규제도 있지만 기회 요인도 있어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과 AI 협의체를 운영하며 함께 노력하고 있다”라며 사업 제휴 확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SK그룹과 AI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I 스타트업 랩’을 열고 양 그룹의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AI 분야 협력을 시작했다.

함 회장은 2015년 초대 KEB하나은행장을 거쳐 202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초대 통합은행장 취임 이후 ‘손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자’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현장 조직과 본부 조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함 회장은 두 조직의 유기적 결합을 위해 피합병 은행이었던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하는 승부수를 두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장 취임 당시 하나은행(당시 KEB하나은행)의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50%를 밑돌았으나, 지난해 하나은행의 CIR은 38.7%로 주요 은행 중 가장 견실했다. CIR은 은행이 벌어들인 총영업이익 중 판매관리비 비중을 나타낸다. CIR이 낮을수록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경영효율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인재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공유했다. 함 회장은 “금융 회사는 공장, 굴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사람밖에 없다”며 “누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금융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금융그룹 기업 문화를 ‘좋은 리더를 육성하는 조직’이라고 소개하며, 새로운 인재상으로 사람에 대한 온기, 미래에 대한 용기, 성장에 대한 동기 등 3가지로 꼽았다

'영업통'으로 불리는 함 회장은 1957년 충청남도 부여에서 태어나 강경상고를 졸업했다. 옛 서울은행에 입사해 행원 시절부터 현장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함 회장은 “나는 늘 변방의 아웃사이더였고, 야전에서 영업으로 승부를 봤다”라며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손님의 마음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 회장은 “고도화된 AI로 발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인성과 인간미, 겸손·배려 등이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학벌, 스펙, 출신, 지연, 학연보다 열심히 일 잘하는 직원을 인정하고 리더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손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기업가치를 키운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