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는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는 직접적 연관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구소멸지역에 실버타운을 분양할 수 있다고 하니 지방에 갑자기 실버타운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집을 팔고 인구소멸지역으로 가 실버타운을 분양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결국 서울집은 전세나 월세를 주고, 임대로 갈 확률이 더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실버타운은 왜 따로 만들어져야 할까요. 60세 이상만 분양받아서 모여 살도록 하는 탓에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자녀들이 거주할 오피스텔을 따로 분양하는 곳까지 생겼습니다. 한 단지 내 실버타운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자녀들은 옆 동에 거주하는 형식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입주 자격 요건이 없는 '에이징 인 커뮤니티(Aging in Community)'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노인을 따로 격리한 시설을 만들기보단 기존에 거주하던 지역 공동체 내에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지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이 건강하다면 현재 사는 내 집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는 경우가 83.8%에 달합니다. 실제로 압구정동, 목동 등에 거주하는 고령층을 보면 재건축하더라도 현재 주거지역을 벗어날 생각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동이 불편해지면 실버타운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실 실버타운에서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입주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내 실버타운은 '액티브 시니어'만 즐길 수 있는 곳인 셈입니다. 그런데다 보증금과 생활비, 관리비가 비싸 상류층 정도 되어야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런 실버타운을 인구소멸지역에 짓는다니, 계속 공급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도심에 실버타운을 대거 공급할 방법이 있습니다. 커뮤니티 시설과 스마트홈이 열쇠입니다.

강남과 성수, 용산 등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미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압구정동, 여의도, 성수동, 잠실, 한남뉴타운 등을 재건축하면서도 이런 커뮤니티 시설 및 서비스가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삼시세끼 챙겨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건축으로 지어지는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는 스마트홈으로 지어집니다. 이를 활용하면 실버타운과 같은 스마트 너싱이 가능합니다. 단지 내 간호실만 마련하면 호출한 집으로 달려가 조치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입니다. 꼭 고령층에게만 필요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중년층이나 청년층은 물론,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이런 서비스 수요가 많습니다.

커뮤니티 시설에 수영장을 비롯해 게스트룸, 파크골프장, 영화관, 도서관 등은 얼마든지 공유시설로 포함해 지을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비용을 지불하고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 내 선진형 주거타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소수의 부유한 고령층을 위한 실버타운이 아닌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시니어타운을 개발해야 합니다. 선진국은 고령층만을 위한 실버타운이 아닌 모든 세대가 어울려서 살 수 있는 웰니스 타운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서울과 1기 신도시 재건축 아파트에 이런 방식을 도입해 미래형 웰니스 주거타운을 조성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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