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동훈 "이재명, 금투세 진심이면 테이블 올려라"
“모수 개혁부터 먼저 하는 방안도 열어놔야 합니다. 연금 개혁으로 피해를 입을 청년층도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앞서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사진)가 14일 대구 수성구 수성스퀘어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연금 개혁은 ‘해법’도, ‘범인’도 없는 문제”라며 “세대별 이해관계가 달라 해결도 어렵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의식에서 “모수 개혁 방식이 ‘시한폭탄’을 뒤로 미뤄놓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치는 때론 미봉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하되, 필요하다면 모수개혁안을 우선 처리하는 안도 가능하다는 유연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앞서 21대 국회는 지난 5월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의 모수개혁 방안을 마련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시 대통령실과 여당은 ‘22대 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모수개혁안 처리에 반대했다.

구조개혁과 관련해 한 후보는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생산력이 우상향하는 사회가 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장기적인 구조 개혁 논의에는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을 청년층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세대별로 연금 구조를 다르게 재편하는 신·구 연금 분리는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 후보는 해결이 시급한 또 다른 민생 현안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꼽았다. 예정대로 내년 과세가 시행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금투세 유예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재명 ‘일당 독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중산층에 호소하기 위한) ‘양념’을 친 것 아니냐. 실제 그런 의지가 있나”며 “이재명표 정책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살기 위한 활로를 찾기 위한 방식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금투세를 협상 테이블로 올려야 한다”며 “진짜 민생과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경쟁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당정 관계를 통해 당을 재건해 나가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과 저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완전히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며 “민심을 기준으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좋은 정치’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총선 당시 내걸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 시점에 우리 스스로 대안이 되지 않으면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민심을 받들기 위해 몸부림 치는 당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네거티브로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다. 진짜 ‘변화’를 말하는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 후보와의 1문 1답.



▶전당 대회 출마 반대가 많았음에도 결국 출마한 이유는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은 여전히 '심판 모드'다. 제가 TK(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도 정호승 시인의 '폭풍'을 인용했다. 우리는 폭풍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폭풍이 다 지나가고 돌아오라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폭풍이 지나가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제가 그리 복잡하게 계산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다. 국민들이 그걸 알아봐 주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우상향'이라는 키워드를 내걸었는데

"대한민국은 아직 우상향할 여지가 남아 있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경쟁을 장려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AI, 반도체 등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이 흐름에 올라타서 중요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체 파이를 키워 우상향을 이뤄내야 한다. 반세기를 좌우할 중요한 흐름이다."

▶네거티브 일색인 전당대회가 되면서 정책 구상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시급하게 보고 있는 민생 정책이 있다면

"어떤 민생 정책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신속하게 정치를 복원해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정치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이다. 금투세 폐지 같은 정책은 빨리 논의해야 한다. 실제로 내년 1월 과세가 시행된다면 문제가 없겠나. 외국인 투자가 급격히 빠져나가고,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 입을 것이다. 야당을 설득해 폐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고금리, 고물가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도 빠르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재명 대표도 금투세 유예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는데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를 넘어서 일당 독재로 가는 길목에 있다. 모든 것이 이재명 대표와 연관된 것 아닌가. 그 과정에서 '양념'을 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금투세를 폐지하려는 의지가 있을까.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테이블 위로 올렸으면 좋겠다. 많은 국민들과 투자자들이 바라고 있는 일이다. 민생과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경쟁했으면 좋겠다. "

▶총선 때 정치 개혁, 경기도 행정구역 재편,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세자녀 등록금 무료화 등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는데, 당 대표가 되면 모두 추진할 생각인가

"인위적인 논의가 아니라, 시민들이 바라는 일들에 대한 논의였다. 예를 들어 경기 분도를 포함한 행정 구역 재편도 시민들 의사에 따르겠다고 했었다. 공약을 총선 때만 내걸고 하루 아침에 없애면 안되지 않나. 저는 제가 한 얘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21대 국회 막바지에 논의했던 연금 개혁이 최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바람직한 연금 개혁 방향은

"중요한 이슈를 현대 정치가 해결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해법을 내거나, 범인을 찾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두 가지 모두가 어렵다. 잘못한 사람이 없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바뀔 것을 과거에 예상했겠나. 세대별 이해 관계도 다르다. 그렇지만 절대 피할 수는 없는 문제다.

모수개혁과 구조 개혁을 모두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 다만 AI 혁명 등으로 생산력 자체가 우상향한다면 구조개혁이 크게 필요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모수개혁을 우선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행인 점은 지난 국회에서 모수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있었다. 10년 뒤 시한 폭탄을 20년 뒤로 미뤄놓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정치는 때로는 미봉책도 필요하다."

▶연금 개혁 논의 방식은 적절하다고 보나

"연금 개혁 과정에서 젊은 세대가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성장의 혜택을 보지도 못했는데, 기성 세대를 위해 양해해 달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무조건 전문가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를 보는 청년층을 연금 개혁 과정에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 구조 개혁으로 간다면 더더욱 청년 의견을 중점적으로 들어야 한다. 다만 세대별 연금 분리는 다른 부작용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인터뷰] 한동훈 "이재명, 금투세 진심이면 테이블 올려라"
▶총선 백서 논의가 뜨거운데, '셀프 백서'를 쓴다면 아쉽거나 후회되는 부분으로 어떤 장면을 꼽을 것 같나

"최선을 다했다. 돌아가더라도 바꿀 만한 건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건 당의 시스템을 바꾸고, 인재 영입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4~5개월 정도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부분이었다. 오자마자 일선에서 뛰었다. 연극 주연배우가 다쳐서 2막에 대체 배우로 투입된 상황이나 다름 없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이 100% 저에게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시스템과 스피커의 부재가 뼈아팠다.

지구당을 부활시키자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원외 정치인을 키우는 건 당의 스피커를 키우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대부분 서울, 수도권 정치인이기 때문에 중앙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풀뿌리 정치를 이뤄 가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정치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당의 문제를 가장 최근에 가까이서 본 사람이다. 우선순위를 가지고 신속하게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겠다."

▶일각에서는 '좌파 그룹 자문설'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네거티브에 휘말리고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대단히 한심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 국민의힘의 정치인 중 한 명으로서 국민과 당 지지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다. '당의 수준이 이 것밖에 안되나' 하는 실망감도 나올 것이다. 네거티브를 주도하고 있는 분들께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당 대표에 취임한다면 채상병 3자 특검이 가장 먼저 이슈가 될 것 같은데, 합의가 가능하다고 보나.

"저는 일종의 돌파구를 만든 것이다. 민주당이 내놓은 무지막지한 특검은 당연히 저지해야 한다. 만약 제가 당 대표에 취임했는데 민주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 표결이 또 이뤄진다면 앞장 서서 막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보훈과 안보 이슈에 소극적인 정당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법원장이 정하는 심판을 세우고 합리적인 특검으로 바꾼다면 그런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정도의 대안 없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겠나."

▶당정 관계에 대한 우려에 대한 생각은

"정치인이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을 따르는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한 과정에서 화합하는 것이다. 당정도 치열한 토론과 수평적 관계를 통해 리스크를 헷지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과 저는 목표가 완전히 같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이조심판' 시즌2가 될텐데, '싸우는 방식'이 달라질까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민주당과 국민이 모두 '현타'를 겪게 될 것이다. 몇달 남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리스크만으로 우리 당이 반사이익을 얻진 않을 것이란 걸 지난 총선에서 경험했다. 민주당에서 이탈한다고 해서 우리 당으로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심을 받들기 위해 몸부림 치는 정당으로 빨리 변화해야 한다. 치고 받고 싸우는 것 보다, 국민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훌륭한 당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들이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겠다는 말씀 드린다."

▶'강남 엘리트' 이미지가 크다. 서민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서민을 위한 정책은 출신이 아니라, 태도와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가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편 게 있나. 이재명표 정책들은 자기 활로를 위한 방식일 뿐이다. 정책과 실제로 나온 결과로서 보여드리겠다. 저는 보수정당이 서민과 약자의 편이 되도록 하겠다."

▶한동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제가 정말 큰 매력이 있어서 지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고, 100일이란 기간이 제게 너무 짧았다는 점을 인정해 주신다고 생각한다. 전 변화를 말하는 사람이고,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이끌어 가겠다."

대구=정소람/박주연 기자/사진=이솔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