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매도 목적 주식만 따로 관리…대차거래 시스템 바뀐다
앞으로는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차입하는 단계부터 공매도 목적인지를 밝히고 차입 주식을 따로 관리해야 한다. 기관들은 그동안 공매도 외에 현금담보부거래, 재대여거래 등 각기 다른 목적으로 빌린 주식을 포괄해 관리해왔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 등은 이날 유동성공급자(LP)와 시장조성자(MM) 등을 대상으로 차입 공매도 목적 주식 대차거래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은 기관투자가 등에 증권을 빌려주는 대차중개기관이다.

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은 각각 시스템에 기관이 주식을 차입할 경우 공매도 목적인지 여부를 입력하는 메뉴를 신설할 계획이다. 기존 시스템은 대차 목적을 따로 입력하지 않아 공매도 이외 다른 목적의 물량까지 구분없이 표출된다. 이때문에 앞서 불법 공매도 거래를 한 일부 기관은 실시간 거래 도중 공매도용 대차 잔고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실수'로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결원 등은 앞으로 공매도 목적 거래를 따로 입력하게 해 기관의 공매도 거래를 관리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한 기관이 전체 100주를 빌렸고 이중 공매도 목적 주식을 60주, 현금담보부거래 목적 주식을 40주로 잡았다면 이 기관은 60주 범위 내에서만 상환기간 연장과 공매도 주문 등을 할 수 있는 식이다.

만일 기관투자가가 내부 사정으로 비중 방침을 바꿔 차입 100주 중 70주만큼을 공매도 거래에 쓰고 싶더라도 기존에 입력한 공매도 목적 여부를 수정할 수는 없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사실상 빌린 주식을 상환한 뒤 다시 차입하거나, 차입량을 기존보다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야 할 전망"이라며 "일분일초를 다투는 금융시장에서 거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이 빌린 주식에 대한 상환 기간도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한한다. 정부는 앞서 기관투자가에 대한 차입 공매도 거래시 대차거래 상환 기간을 기존 3·6·12개월 단위 갱신 대신 최장 12개월 이내까지로 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개인 투자자에 적용되는 조항과 비슷하다. 정부는 3분기 중 관련 법 개정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예탁원과 증권금융은 오는 9월까지 관련 내부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르면 다음달께부터는 LP·MM과 시스템을 연결해 시험 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1분기 안에 일반 자산운용사와 외국인 투자자 상임대리인 등과도 시스템을 연결하는 게 목표다. LP와 MM도 각각 연동 시스템을 올해 3분기 말까지 마련해야 거래 조성용 공매도를 계속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