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도한 가계 빚 부담은 국가별 비교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가계 자산의 70~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린 기형적 구조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빚 의존도가 계속 커졌다.

韓, GDP대비 가계빚 비중 세계 4위 '불명예'
15일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를 기록했다. IIF 정기 보고서에 들어가는 59개국 가운데 4위다. 스위스(126%), 호주(108.9%), 캐나다(101.2%)가 1~3위에 올랐다. 홍콩(92.5%), 태국(91.8%), 뉴질랜드(90.9%)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집값 폭등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 성행한 2019년 이후 5년 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 100.5%로 100%를 돌파한 뒤 3년 반 만인 올 1분기에 처음으로 90%대로 내려왔다. 정점이던 2022년 1분기의 105.5%보다는 6.6%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증한 각국 가계부채는 줄어드는 추세다. 호주, 홍콩, 뉴질랜드도 1년 새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가면 경제 성장이나 금융 안정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 내수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소득이 줄고 채무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위기가 불거진 뒤 가계부채 문제를 수습하려면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더 커지기 때문에 부채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들썩이면서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원 늘어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신용대출은 3000억원 줄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6조3000억원 급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