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운전자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과수가 보내온 결과를 바탕으로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해 “지난 11일 국과수 분석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씨(68)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과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사고 다음날인 이달 2일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차량 감식에는 통상 1~2개월이 걸리지만 이번 분석 결과는 열흘 만에 나왔다.

조 청장은 분석 결과에 대해 “기대하지 않은 부분에서 결정적인 것이 몇 가지 나왔다”며 “전반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했고, 이 내용을 토대로 사고 운전자를 조사하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구체적 감정 결과는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사 과정에 악용될 수 있어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국과수 감정 결과가 운전자 과실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보는 아니다”고 했다.

국과수에서 넘겨받은 차량 감식 결과에는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작동 여부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국과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차량 결함이 아니라 차씨 과실로 인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4일과 10일 두 차례 차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했다. 차씨는 “차량 이상을 느낀 순간부터 계속 브레이크를 밟았다”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진술하는 등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고로 갈비뼈가 골절되고 폐에 피가 고여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차씨는 이날 다른 병원으로 옮겨 다시 입원했다. 조 청장은 “차씨를 조사하러 갔는데 계속 통증을 호소하고 진술이 어렵다고 이야기해 조사 진행이 많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멈췄다”며 “전원 상태와 경과 등을 본 뒤 (추후) 조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차씨가 몰던 G80은 1일 시청역 인근 호텔에서 빠져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가 보행자를 덮치고 승용차 두 대를 연이어 추돌한 뒤 멈췄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등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