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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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대출을 해준다며 '휴대폰깡'을 유도해 보이스피싱·리딩방 등 범죄조직에 대포폰을 유통한 역대 최대 규모의 범죄집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이용된 불법 유심(USIM) 수사 과정에서 휴대폰깡이 이용된 단서를 포착, 수사에 착수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019년 11월부터 이번해 3월까지 대출 희망자들의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통시켜 매입한 후, 단말기와 유심을 되파는 수법으로 64여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총책 A씨 등 157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일당은 대구·경북 구미 일대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상담을 위한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한 후, 인터넷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일반 대출이 부결됐다, 휴대폰을 개통하면 이를 매입해 자금을 융통해 줄 수 있다"며 소위 '휴대폰깡'을 제안했다.

이들은 1대당 130~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후 명의자에게는 기종에 따라 40~1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단말기는 장물업자를 통해 판매하고 유심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 조직에 유통했다. 일당은 이 수법으로 64여억원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유통한 유심 중 172개가 보이스피싱, 불법 리딩방 등 278건의 사기범죄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기 피해액은 3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심을 매입한 사기범죄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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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조직에는 총책 10명 외에도 △상담원 29명 △조회업자(개통·관리책) 101명 △휴대전화 매입업자 2명 △조회업자 7명 △휴대전화 판매점 업주 8명이 개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총책 B씨와 C씨는 A씨 밑에서 기사, 조회업자로 각각 활동하다가 또 다른 범죄집단을 결성해 같은 수법으로 범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같은 휴대폰깡 범행에 이용된 명의자는 2695명, 이들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은 총 3767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명의자 중 약 63%는 휴대전화 할부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총 59억83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또 범행 과정에서 대출 희망자들의 휴대전화 요금 연체 이력, 개통 가능 대수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전산망을 통한 비정상적인 정보 조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통신 3사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경찰은 "휴대폰깡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서는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범죄 수법"이라며 "피의자들로부터 유심을 매입해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이용한 여타 범죄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