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2% 반등…허리케인 베릴에 美재고 급감 [오늘의 유가]
허리케인으로 미국 원유 재고 급감
달러화 강세 주춤

사우디와 러시아 수출은 감소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하루 2% 넘게 급등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감소한 데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09달러(2.59%) 급등한 배럴당 82.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 브렌트유 9월물은 전장 대비 1.35달러(1.61%) 오른 배럴당 85.0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격차는 작년 10월 이후 최소인 배럴당 3.82달러까지 좁혀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유럽 원유 수출도 감소해 지난달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12개국 원유로 구성된 OPEC바스켓은 배럴당 84.44달러 수준을 형성했다.
WTI 2% 반등…허리케인 베릴에 美재고 급감 [오늘의 유가]
이날 원유 강세는 미국 원유 재고가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487만배럴 감소했다. 허리케인 '베릴'이 미국 걸프 해안을 강타한 여파로 분석된다. 같은 이유로 휘발유 재고는 332만배럴 증가해 시장 예상치 170만배럴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원유 재고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아시아의 수요가 미국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해외 원유 출하량은 약 1억6800만 배럴(일일 약 560만 배럴)로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팬데믹 기간에 기록한 최저치보다 고작 25만 배럴 더 많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도 줄었다 HFI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일일 500만배럴에서 7월 현재까지 일일 400만배럴 미만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4일 태풍에 휩쓸린 자메이카의 오두막  / 사진=AP
지난 4일 태풍에 휩쓸린 자메이카의 오두막 / 사진=AP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유가에 상승 압력을 넣었다. 이날 장 중 달러-엔 환율은 전장 뉴욕 시장 종가 대비 2엔 가까이 하락하며 한 달 만에 156엔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중동의 정세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인도주의 구역'을 포함해 가자지구 곳곳을 또 공습했다. 이에 따라 최소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어려워졌다.

다만 유가 하락 요인들도 여전하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로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현재 원유 시장은 근월물 가격이 6개월 이후 인도분 가격에 비해 비싼 백워데이션 상태다. 6개월 후 인도분 계약에 대한 근월물 계약의 프리미엄은 배럴당 3.41달러 수준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