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은데 주차할 곳이 없어 되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김용평 박물관 대표)
주차난을 겪고 있는 여주곤충박물관의 모습. 입구까지 박물관을 방문한 차량으로 꽉 차있다/ 사진제공=여주곤충박물관
주차난을 겪고 있는 여주곤충박물관의 모습. 입구까지 박물관을 방문한 차량으로 꽉 차있다/ 사진제공=여주곤충박물관
19일 찾은 여주곤충박물관. 4500개 곤충 표본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주차장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10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철제 컨테이너 다섯 개로 가로막혀 있었고, 그 뒤편엔 철근과 상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어 실제론 30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었다.
철제컨테이너로 가득한 여주곤충박물관 주차장의 모습. / 사진=정희원 기자
철제컨테이너로 가득한 여주곤충박물관 주차장의 모습. / 사진=정희원 기자
김용평 대표(53)는 “2021년 확장 이전했는데도 주차 문제로 매출이 제자리걸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차장 전쟁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서 운영하던 곤충박물관의 확장 이전을 계획하던 김 대표는 대출 브로커 신모씨(56)를 만났다.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두 사람은 땅과 건물 소유권을 반반 나누고, 입장료 매출의 30%(900만원)를 신씨 소유 법인에 입금하기로 계약했다.

신씨는 김 대표 명의로 대신농협에서 21억원을 연 4% 금리로 대출받아줬다. 하지만 시설자금으로 받은 이 돈이 신씨 소유 법인의 채무 변제에 쓰인 정황이 포착됐다. 김 대표는 “2021년 6월 한 건설사가 ‘신씨의 다른 공사 현장 잔금이 안 들어와 박물관에 가압류를 걸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신씨가 대출금을 유용한 게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건설사가 요구하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대신농협에서 11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기도 했다.

김 대표가 신씨와 정산의 문제가 불거지자 사태는 더 악화했다. 신씨는 박물관 소유권을 주장하며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영업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신씨 측은 “김 대표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정당한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일단 주차장 갈등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은 “건물 소유권 분쟁이 있더라도 박물관 운영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며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놓은 행위는 업무 방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1년부터 이 부지가 박물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신씨 측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신씨 회사에 토지 소유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계약이 주차장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물리적으로 이를 차단할 권리는 없다는 판결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