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용산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 오에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섬 제공
한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용산에 있는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서 오에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섬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의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가 올 들어 중국발(發) 훈풍에 K뷰티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21일 한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오에라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0% 가량 증가했다. 전체 고객 대상 매출도 같은 기간 55% 늘었다.

오에라는 한섬이 2021년 론칭한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다. 앞서 한섬은 뷰티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목적으로 화장품 기업인 클린젠코스메슈티칼(현 한섬라이프앤)을 2020년 인수했다. 1987년 창립한 한섬이 패션 외 다른 사업에 뛰어든 건 당시 처음이었다.

제품 개발에는 글로벌 유수 스킨케어 브랜드의 연구개발(R&D) 연구소장을 역임한 스벤 골라 박사가 참여했다. 로션·스킨·세럼·크림 등 스킨케어 라인은 스위스의 맑은 물과 최고급 원료를 사용해 전량 스위스에서 생산한다. 주력 제품 가격대는 20~40만원선. 고가 라인인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제품의 경우 100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고비용 구조 탓에 수익성은 썩 좋지 못했다. 지난해 오에라 운영사인 한섬라이프앤은 매출 47억6700만원, 영업손실 53억7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5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반전의 기회는 올해 찾아왔다. 연초부터 면세점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 대상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지난 5월엔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800% 이상 급증했다.

같은 달 중국 내 한 인기 뷰티 인플루언서는 오에라의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라인 제품을 ‘한국 백화점 VIP의 스킨케어 제품’으로 소개했다. 그러자 2030세대 중국인 사이에 “오에라는 프리미엄 K뷰티 제품”이라고 입소문이 퍼졌다.
오에라의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아이크림'/ 한섬 제공
오에라의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아이크림'/ 한섬 제공
실제 올해 오에라 중국인 관광객 매출 중 40대 이하 구매자 비중은 91.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고, 효과만 있다면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중국인 싼커(개별 관광객)의 취향을 겨냥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점도 매출 증대에 보탬이 됐다. '시그니처 프레스티지 아이크림'의 경우 체험한 고객의 90% 가량이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섬 관계자는 “통상 스킨케어 제품은 반복 사용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데 오에라의 경우 ‘진주펄’ 소재 등 소비자가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고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중국 큰손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말에는 면세점에서 오에라 제품을 체험한 관광객 한 명이 1000여만원 상당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에 고무된 한섬은 중국인 고객들의 피부 특성이나 사용 후기, 현지 뷰티 트렌드 등을 반영한 중국 고객 전용 라인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달 중 현대면세점 동대문점과 신라면세점(온라인) 등에도 추가 입점할 계획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