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국내 아파트 9만8000여 곳의 3차원(3D) 도면을 구축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했다. 대기업들도 전략적 투자자로 뛰어들 정도로 잠재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벤처투자시장이 급랭하면서 자금난을 겪다 작년 12월 회생 절차를 밟았다. 인수자를 찾지 못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때 제출하지 못했고, 지난 12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파산 신청을 한 기업이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산이 회생보다 많아지는 ‘데드크로스’가 계속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스타트업도 줄폐업

中企 파산 '쓰나미'…2년째 회생 앞질러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98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70%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이 447건으로 14개 법원 가운데 가장 많았고 이어 수원 189건, 대전 73건, 대구 63건, 부산 44건 등의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파산 신청이 회생 신청을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법인회생 신청은 816건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데드크로스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회생폐지 절차를 거쳐 파산에 이르는 기업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파산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산법원을 찾는 기업 대부분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지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1인 기업’인 A사는 서버 유지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지난 1월 법원에서 파산 결정을 받았다. 2019년 베트남 부동산 플랫폼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수년간 준비한 플랫폼 론칭이 기약 없이 연기된 게 직격탄이 됐다. 공유 전동 킥보드 알파카 운영사 매스아시아도 5월 파산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민간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받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당 경쟁으로 수년째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2015년 퓨전 음식점 프랜차이즈를 창업해 수도권 일대에 가맹점을 낸 B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장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개인 주택까지 처분하며 사업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지난달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하반기 전망도 암울

건설업계도 여전히 어렵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40곳으로 전년 동기(173곳) 대비 38.7% 증가했다. 하도급을 주로 하는 전문건설업체의 폐업도 108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021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고물가로 인한 공사비 상승과 지방 중심의 미분양 주택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파산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중소기업 부채비율은 114.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증가율은 -6.9%로 악화했다. 대기업은 같은 기간 부채비율 87.7%, 매출증가율 3%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한 도산전문 변호사는 “파산 선고를 받으면 사업주는 임금 체불, 민·형사 처벌 등의 부담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의 파산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