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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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억눌린 찐따' 같은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겁도 많고 조심스럽지만, 내면에 다른 얼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4일 종영한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kc Out'(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반전의 주인공 신민수 역을 연기한 이우제의 설명이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독일 소설을 원작 삼아 서주연 작가가 한국 드라마로 각색했고, 영화 '화차' 변영주 감독이 드라마 연출에 도전하며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우제가 연기한 신민수는 학창 시절 인기남에서 하룻밤 사이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 분)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었다. 큰 덩치와 달리 겁이 많고, 주변을 돌보는 따뜻한 성격의 간호사다. 함께 어울리던 심보영(장하은 분)의 살인 용의자였던 고정우가 돌아온 후 반가우면서도 겁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고정우가 살인 혐의로 체포됐을 때 최덕미(고보결 분) 양병무(이태구 분)와 함께 사건에 대해 진술했고, 이후 양병무와 함께 심보영을 강간한 성폭행범임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알고 보니 진짜 나쁜 놈이었던 셈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첫 회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상승이 이어졌고, 최종회에선 8.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민수에 대한 평가도 회가 거듭될수록 달라지면서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는 평이었다.

신민수는 결국 감옥에 가고, 끝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는 애매모호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우제는 이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성격과 민수는 다르다"고 해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제 MBTI는 ENTP인데요. 공감도 많이 해주고, 고민 상담도 많이 하고, 솔직한 편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의지도 많이 하고요. '공감요정'이라고 해주세요."(웃음)
/사진=이우제 인스타그램
/사진=이우제 인스타그램
극 중 고정우를 필두로 친구들이 몰려다녔던 것처럼 촬영장에서도 "변요한 선배를 따랐다"는 게 이우제의 설명이었다. "촬영장에서 가장 막내였다"는 그는 방영 초 소소하게 논란이 됐던 교복 착용에 대해 "제가 막내였고, 당시 학원물도 여럿 해서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생각보다 젊고 어린데?'라는 생각도 했다. 괜찮지 않냐"고 반문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입는다면 조금 찔린 것 같다"고 덧붙이는 자기 객관성을 잊지 않았다.

"변요한 형은 인간적이고 좋은 형이에요. 저희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아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연기 얘기를 많이 해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촬영이 끝난 지 2년이 됐는데 아직도 단체 채팅방이 있어요. 그만큼 끈끈해요. 드라마가 잘 된 건 그런 끈끈함 덕분이라 생각해요. 마지막 촬영을 끝내는 길이 너무 아쉬웠어요. 명절이 끝나고 친척들이 집에 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변영주) 감독님께도 그런 얘길 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합류하게 됐다는 이우제는 "무조건 잘 해내고 싶었다"며 "주변 사람들이 '너무 싫다', '진짜 못됐다' 욕을 많이 하는데, 이런 반응들이 너무 기분 좋았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다만 실제 간호사인 여동생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는 핀잔을 보였다고. 이우제는 "일부러 민수 캐릭터에 맞게 의학용어를 똑바로 안 읽고, 조금 이상하게 읽는 디테일을 줬는데, 동생이 방송을 보고 바로 지적했다"며 현실 남매의 반응을 전했다.

이우제의 섬세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킨 tvN '선재 업고 튀어' 캐스팅 비화에서도 드러난다. 극 중 류선재(변우석 분)의 체육교육과 친구 김초롱으로 등장하며 신스틸러 활약을 했던 이우제는 '선재 업고 튀어' 이시은 작가의 전작 tvN '여신강림'에도 같은 이름으로 출연한 이력이 있다. "작가님과 무슨 사이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이우제는 "'여신강림' 촬영 땐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회식도 없이 제 촬영만 하고 집에 갔었다"며 "그래도 열심히 초롱이를 준비해 갔는데, 좋게 봐주셨는지 또 초롱이로 불러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재 업고 튀어') 종영 파티 때 처음으로 인사드렸다"며 "작가님이 '다음에도 초롱이로 불러주면 나와 달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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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지 않을 땐 "드라이빙을 한다"는 이우제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을 찾는 것도 소소한 취미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해달라"는 요청에, 이우제는 "SNS는 포트폴리오를 쌓는 느낌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만명이 넘는 팔로우 수를 보유한 이우제는 "'여신강림'를 하면서 많이 늘었고, '선재 업고 튀어'를 하면서 외국에서 피드백도 많이 왔다"며 "이번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방영될 때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감사했다"고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처음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부터 전 진심이었는데, 주변에서는 '네가 무슨 배우야'라고 반응도 있었어요. 잘생기지 않고,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주얼이 아니라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전 진중했어요. 그때 원했던 저의 모습이 지금 보니 조금은 이뤄진 거 같아요. 제가 좋아해서 시작한 연기고, 저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잘 해내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