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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근호 기자
    임근호 기자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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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출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과 관련한 소식을 전합니다.

  • 애나 번스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춰"

    “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추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진실이 제게 다가와 ‘애나, 지금이야.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도전하고 저 자신을 바꾸며 그리할 것입니다.”제8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사진)는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62년생인 번스는 오랫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2018년 세 번째 장편 <밀크맨>으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0~1990년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 시기인 ‘트러블’을 경험한 번스는 종교분쟁과 혐오, 폭력으로 삶이 황폐해지는 당시의 모습을 소설에 담았다.번스는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시기를 지나왔고, 한국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수상이 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호철 작가는 평화와 용기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며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그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에 대해 “두 작품을 읽어봤고 지금은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혹함과 증오를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김멜라 작가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김 작가는 장편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펴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서울 은평구

    2024.11.06 18:33
  • 북아일랜드 작가 애나 번스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춰”

    “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나 아무리 미약한 빛이라도 세상을 비추도록 도울 수는 있습니다. 진실이 제게 다가와 '애나, 지금이야. 해야만 해'라고 말한다면, 도전하고 저 자신을 바꾸면서 그리할 것입니다.”제8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본상을 받은 북아일랜드 소설가 애나 번스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수상 소감을 말했다. 1962년생인 번스는 오랫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2018년 세 번째 장편 <밀크맨>으로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 영국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60∼1990년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 시기인 ‘트러블’을 경험한 번스는 종교 분쟁과 혐오, 폭력으로 삶이 황폐해지는 당시의 모습을 소설에 담아왔다.번스는 “북아일랜드는 분쟁의 시기를 겪었고, 한국 역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며 “이런 공통점으로 인해 수상이 더욱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호철 작가는 평생 수많은 위험과 고난, 슬픔을 겪었고 평화와 용기의 상징으로 알고 있다”며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직접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 것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에 대해 “두 작품을 읽어봤고 세 번째로 지금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두고 “잔혹함과 증오를 매우 사실적이고 현실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했다.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한 김멜라 작가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장편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소설집 <적어도 두 번> 등을

    2024.11.06 16:25
  • 볼만한 책 8권…“사랑은 사과같아, 달콤하지만…흠집도 있고 완전한 원도 아냐"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2차대전 해전사>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입니다. 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하는 사건까지를 다룹니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합니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들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가난한 찰리의 연감>찰리 멍거 전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1924~2023)의 강연 중 유명한 11개 강연을 엮었습니다. 그밖에 청중과 질의응답, 소년 시절부터 엄청난 재정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생애, 투자 원칙과 동업자 워런 버핏의 회고 등이 담겼습니다. 제목은 멍거가 생전에 존경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습니다. 멍거 특유의 유머와 재치, 통찰이 잘 드러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연기와 재><연기와 재>는 메디치상을 받고 맨부커상 최종후보 등에 오른 인도 출신의 세계적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가 아편전쟁에 관한 고문서를 연구해서 쓴 역사 에세이입니다.

    2024.11.05 16:13
  • [책마을] 에코백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조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면 정말 환경보호에 도움이 될까.<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은 그런 의문에 답한다. 책을 쓴 정종수는 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 분야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헌신했다.텀블러와 에코백은 당연히 환경에 도움이 된다. 다만 텀블러는 최소 200번, 에코백은 1200번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커피 전문점의 일회용품을 줄인다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00만t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연간 수백t에 불과하다. 1만분의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을 제작하는 것이 너무 싸 재활용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재생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면적당 전력 생산량이 적다. 국토가 넓고, 평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에 적합하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다만 근본적 원인을 제거해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임근호 기자 

    2024.11.01 18:18
  • [책마을] 산업대국 뒤에 든든한 농업이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수출산업이 꼽힌다.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 전에 농업이 있었다. 농업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자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은 농업의 성장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한국은 1962년 공업과 농업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농공 병진 정책’을 채택했다. 그해 설립된 농촌진흥청의 대표적 성과가 1971년 개발한 ‘통일벼’다. 잘 쓰러지지 않고 병에 강하고 면적당 수확량이 많은 벼였다. 1977년 쌀 생산량이 600만t을 넘어서며 식량 자급을 달성할 수 있었다. 통일벼는 단점이 많았다. 7~8년 동안만 재배됐다.통일벼는 한국이 새로운 벼 품종을 연구개발하는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품종 개량 기술은 다른 농작물에도 활용돼 한국 농업 발전에 기여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한국 딸기가 그런 예다. 2021년 기준 딸기 수출액은 7100만달러(약 930억원)로 15년 사이 12배 증가했다.농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주는 책이다. 옛날 어딘가의 농촌 풍경에 멈춰 있는 우리 머릿속의 농업과 전혀 다른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임근호 기자 

    2024.11.01 17:18
  • [책마을] 전쟁은 결국 바다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바다가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투의 상당 부분은 바다에서, 특히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엔 지켜야 할 것도 많다. 주요 물자가 오가는 수송로를 지켜야 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7%가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도 지켜야 할 대상이다.바다가 중요한 때는 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전쟁 중반까지 영국과 미국은 힘을 못 썼다. 독일 잠수함 U보트에 해군력이 밀렸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연합군이 제해권을 되찾고 나서야 가능했다. <2차대전 해전사>는 이 시기 바다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본다. 저명한 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이다.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한 사건까지를 다룬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하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지금 미국은 양면 전쟁을 꺼린다. 유럽에서 러시아 혹은 중동에서 이란과 싸우면서, 아시아에서 중국과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했다. 하지만 작전 지역의 군수 지원이 항상 문제로 지적됐다. 하와이에서 8000여㎞ 떨어진 필리핀해까지 함대를 보내기에는 보급선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1941년 11월 26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미국

    2024.11.01 17:17
  • “반도체·자동차가 공격수라면 수비수는 누굴까, 농업” [서평]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주역으로 수출 산업이 꼽힌다. 철강,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 전에 농업이 있었다. 농업 혁신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풍부한 노동력이 제조업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를 쓴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 발전은 농업의 성장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책은 농업을 산업과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농업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는 오해를 깨부순다. 한국 사회가 풍족해지면서 농업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왜 수출 산업처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느냐고 타박한다. 농업 대신 부가가치가 더 높은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저자는 이렇게 반박한다.“산업을 축구에 비유하면 반도체나 자동차는 공격수이고, 농업은 최종 수비수다. 최종 수비수의 임무는 안정적 방어를 통해 공격수의 다득점을 돕는 것이다. 최종 수비수가 공격수처럼 골을 많이 넣겠다고 공만 따라다니면 동네 축구가 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뤘지만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왜냐하면 농업을 자꾸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산업과 단순 비교하기 때문이다.”선진국치고 농업을 등한시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농업 강국이다. 미 농무부엔 11만명이 근무한다. 국방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부처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 4월 식품청을 출범했다. 10%대인 식량 자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얼마 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

    2024.11.01 10:40
  • ‘바다에서의 압도적 우위’… 전쟁 승패 갈랐다 [서평]

    바다가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이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투의 상당 부분은 바다에서, 특히 남중국해에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바다엔 지켜야 할 것도 많다. 주요 물자가 오가는 수송로를 지켜야 한다.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97%가 지나는 해저 통신 케이블도 지켜야 할 대상이다.바다가 중요했던 때는 또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다. 전쟁 중반까지 영국과 미국은 힘을 못 썼다. 독일 잠수함 U보트에 해군력이 밀린 탓이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도 연합군이 제해권을 되찾고 나서야 가능했다. <2차대전 해전사>는 이 시기 바다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본다. 저명한 전쟁 역사학자인 크레이그 L. 시먼즈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가 쓴 책이다.1939년 10월 독일 잠수함이 스코틀랜드 북부 해안의 스캐퍼플로에서 영국 전함을 격침한 사건부터 1945년 9월 도쿄만에 정박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이 공식적으로 항복하는 사건까지를 다룬다. 책은 상세하면서도 간결하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사건들을 서술하지만,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지엽적인 부분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덕분에 10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금 미국은 양면 전쟁을 꺼린다. 유럽에서 러시아 혹은 중동에서 이란과 싸우면서, 아시아에서 중국과 상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 가능성을 대비했다. 하지만 작전 지역에 대한 군수 지원이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와이에서 8000여 ㎞ 떨어진 필리핀해까지 전함 함대를 보내기에는 보급선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1941년 11월 26일 일본이

    2024.11.01 10:38
  • “에코백으로 환경 살리려면 최소 1200번은 써야” [서평]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일회용 지구에 관한 9가지 질문>은 그런 의문에 답한다. 책을 쓴 정종수는 과학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으로 40년간 기후 환경 분야 연구와 기술 상용화에 헌신해 왔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도움이 된다. 대신 텀블러는 최소 200번, 에코백은 1200번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한국의 연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000만t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은 연간 수백t에 불과하다. 텀블러와 에코백, 종이 빨대 사용이 큰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너무 싸 재활용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서로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을 섞어 재활용하면 품질이 낮아진다. 결국 처음부터 플라스틱을 덜 쓰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재생 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풍력과 태양광 등은 면적당 전력 생산량이 낮다. 국토가 넓고, 평지가 많고,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에 적합하다. 한국에선 원자력 발전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책은 원자력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살펴보면 실제 인명 피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력 발전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대기 오염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 굳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

    2024.10.30 14:48
  • 볼만한 책 8권…“좋은 회고록은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트럼프의 귀환> 등 미국 대선 관련 책들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이를 앞두고 많은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에 관한 책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왜 이렇게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지, 미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어떻게 트럼프의 열풍을 씨앗을 뿌렸는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 미국 행정부는 어떻게 작동했지 등이 이런 책들에 담겨 있습니다. 책마을이 그런 책들을 살펴봤습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댄 애리얼리는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입니다. 그런데 2020년 지인으로부터 이상한 메시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히셨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 알고보니 코로나 백신이 여성을 불임으로 만든다는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습니다. 애리얼리는 음모론자와 대화도 해봤지만 전혀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이미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은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이지요. 애리얼리는 그들을 이해해보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왜 평범한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믿음을 갖게 되는지 알아보는 책입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

    2024.10.29 15:32
  • [책마을] "日 전자산업 몰락, 엔고 탓 아니다"는 前 일본은행 총재

    ‘세계가 일본처럼 변하고 있다.’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화두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경기가 일찍 꺾인 유럽은 다시 디플레이션에 위협받고 있다. 중국도, 한국도 그렇다.<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책을 쓴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2008~2013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유럽 국가 부채 위기가 연이어 벌어진 때였다. 1972년 중앙은행에 들어간 그는 일본 경제의 거품과 붕괴도 목격했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7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 경제 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 그리고 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을 논한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민지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이 번역을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저자는 중앙은행가지만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댈 수 있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뒤진 경쟁력 때문”이라며 “문제의 근원을 그대로 두고 금융 대책만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도 이를 반박하거나 거스르기 매우 어렵게 된다”고 했다. 한국에도 교훈을 준다. 원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 당장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저자는 198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타이밍을 못 맞춘 데서

    2024.10.25 18:51
  • [책마을] 좋은 회고록은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회고록은 매력적인 장르다. 몇 년 전 출간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슈독>은 솔직하고 생생하게 그의 삶을 드러내 찬사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는 가운데 ‘회고록 쓰는 법’을 알려주는 <나와 타인을 쓰다>가 나왔다. 책을 쓴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처음부터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저자는 작은 것부터 써볼 것을 권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짧은 메모로 남기는 것, 일기를 쓰는 것, 블로그를 하는 것 등이다.저자에 따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글이 아니다. 진실을 쓰는 글이다. 진실은 관점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변색한다. 그것을 다루는 언어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글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은 연민과 사랑의 손길로 어루만져져야 한다.글쓰기도 기술이다. 책으로 배운다고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방향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회고록을 잘 쓰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임근호 기자

    2024.10.25 18:49
  • [책마을] 코로나 음모론에 악당으로 몰린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이자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상식 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같은 대중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2020년 지인이 메일을 보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혔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알고 보니 자신이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이 한창일 때다. 그가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18세기 후반 독일에서 결성된 비밀 결사 조직)와 공모해 전 세계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어 세계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백신 접종이 그 수단이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여러 나라 정부와 손잡고 시민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애리얼리는 적극 항변했다. 연락처를 알게 된 음모론자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런 말이 돌아왔다. “순진한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분이고 또 뭘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해명할 때마다 그들은 애리얼리의 말을 왜곡해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해명을 그만두자 잘못을 인정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조차 그런 음모론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괴로워하던 그는 그들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책이 <미스빌리프>다.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게 되는지 탐구한다. 애리얼리는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입구가 넓고 안이 좁은 깔때기로, 깊이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개미지옥 같은 함정이다.깔때기를 기웃거리는

    2024.10.25 18:42
  • [책마을] 호텔 메이드와 조우로 탄생한 추리 소설

    “저는 원래 출판사 편집자였어요. 2019년 런던 도서전에 출장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메이드(객실 청소부)와 마주친 경험이 저를 작가로 이끌었습니다.”최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나다 소설가 니타 프로스(사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이드>를 데뷔작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올라간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쳤어요. 서로 깜짝 놀랐죠.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는 메이드 손에는 제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땀에 전 조깅 바지가 들려 있었어요.”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메이드가 얼마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지, 메이드가 객실 고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2022년 출간된 이 추리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로스는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주인공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통 장애가 있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메이드다. 어느 날 호텔 방에서 악명 높은 재벌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몰리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것처럼 묘사된다. 프로스는 “몰리의 병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의도적이었다”며 “독자가 그런 것을 모른 채 몰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판사 입사 전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견학도 다녔는데 커피숍 같은 곳들이다. 아이들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사회에 이런 아이들을 보여주고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프로스는 “몰리 캐릭터를 만들 때 학생들의 가장 좋았던 점을 모았다”며 “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임근호

    2024.10.25 18:37
  • 前 일본 중앙은행 총재 “日 전자산업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다” [서평]

    ‘세계가 일본처럼 변하고 있다.’ 이는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화두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경기가 일찍 꺾인 유럽은 다시 디플레이션에 위협받고 있다. 중국도, 한국도 그렇다.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책을 쓴 시라카와 마사아키는 2008~2013년 일본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동일본 대지진, 유럽 국가 부채 위기가 연이어 벌어진 때였다. 1972년 일본 중앙은행에 들어간 그는 일본 경제의 거품과 붕괴도 목격했다. 현재 아오야마가쿠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700쪽이 넘는 이 책에서 당시 일본 경제의 상황과 중앙은행의 대응, 그리고 그 경험들이 주는 교훈을 논한다.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민지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과장이 번역을 맡아 전문성을 더했다. 저자는 중앙은행가이지만 통화 정책과 환율 정책만으로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시적으로 인공 호흡기를 댈 수 있지만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그는 “일본 전자 산업의 몰락은 엔고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뒤진 경쟁력 때문”이라며 “문제의 근원을 그대로 두고 금융 대책만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누구도 이를 반박하거나 거스르기 매우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는 한국에도 교훈을 준다. 원화 가치를 낮추는 것이 당장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은 되지만, 여기에 안주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다. 저자는 1980년

    2024.10.25 13:56
  • 코로나 음모론에 세계적 악당으로 몰린 행동경제학자 [서평]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이며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다. <상식 밖의 경제학>,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같은 대중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2020년 지인이 메일을 보냈다. “댄, 당신이 이렇게 변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 언제부터 그렇게 돈을 밝히셨나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 알고 보니 음모론 속 악당이 돼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이 한창일 때였다. 그가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18세기 후반 독일에서 결성된 비밀 결사 조직)와 공모해 전 세계 여성을 불임으로 만들어 세계 인구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백신 접종이 그 수단이라는 내용이었다. 전 세계 사람의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국제 백신 여권을 만들려 하고, 그가 전 세계 여러 정부와 손잡고 시민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일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애리얼리는 적극 항변했다. 연락처를 알게 된 음모론자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도 했지만 이런 말이 돌아왔다. “순진한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떤 분이고 또 당신이 뭘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가 해명할 때마다 그들은 애리얼리의 말을 왜곡해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해명을 그만두자 잘못을 인정했다는 또 다른 증거로 해석했다. 애리얼리 책을 불태우겠다고 했고, 살해 위협까지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조차 그런 음모론에 빠져들었다는 점이었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괴로워하던 그는 그들을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탄생한 책이 <미스빌리프>다.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잘못된 믿음에 빠져들게 되는지 탐구한다. 애리얼리

    2024.10.25 13:45
  • 소설 <메이드> 작가 "호텔 방에서 청소부와 눈이 마주친 게 추리 소설의 시작"

    “저는 원래 출판사 편집자였어요. 2019년 런던 도서전 출장 가서 머물던 호텔에서 메이드(객실 청소부)와 마주친 경험이 저를 작가로 이끌었습니다.  최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캐나다 소설가 니타 프로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메이드>를 데뷔작으로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회의를 마치고 잠깐 올라간 방에서 메이드와 마주쳤어요. 서로 깜짝 놀랐죠. 구석으로 뒷걸음질 치는 메이드 손에는 제가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땀에 전 조깅 바지가 들려 있었어요.”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메이드가 얼마나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지, 메이드가 객실 고객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며칠 뒤 집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인공 몰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종이가 없어 컵 밑에 있던 냅킨에 받아 적었죠. 그게 <메이드>의 서문이 됐습니다.” 그 서문은 “나는 당신의 메이드다. 당신이 객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내가 무엇을 보게 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신나서 구경하러 나갈 때 유령처럼 방에 들어가 청소하는 사람이다.”로 시작한다. 2022년 출간된 이 추리소설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로스는 앤서니상, 배리상, 굿리즈 초이스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한국엔 2023년 출간됐다. 주인공 몰리는 사회성이 부족하고 소통 장애를 가졌지만, 순수하고 따뜻한 품성을 지닌 메이드다. 어느날 호텔방에서 악명 높은 재벌 회장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독특하고 미심쩍은 행동 탓에 몰리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닌 용의자로 의심받게 된다.  책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몰리

    2024.10.25 09:54
  • 좋은 회고록은 자신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서평]

    회고록은 매력적인 장르다. 몇 년 전 출간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회고록 <슈독>은 찬사를 받았다. 가진 것이라곤 무모한 열정과 끈기밖에 없던 청년이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이야기를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또 생생하게 전했다. 국내에서도 회고록 출간이 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은 드물다. 자기 자랑, 폭로성 회고,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 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타인을 쓰다>는 회고록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베스 케파트는 미국 작가이며,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회고록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회고록을 쓰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분노, 자기 과시, 부당함, 불운, 절망, 화를 지나 자비로 나아가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회고록 작가는 행동을, 선택을, 기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회고록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가해자를 고발하면서 실패하고, 글의 예술성을 구현하지 못해 실패한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드는 공감 능력에서 패배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경기에 이를 수 없다. 회고록 쓰기도 다른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기초부터 쌓아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책은 작은 것부터 써볼 것을 권한다. 일상의 한 부분을 짧은 메모로 남기는 것, 일기를 쓰는 것, 블로그를 하는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렇게 쓰다 보면 들떴던 감정은 가라앉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회고록은 사실을 쓰는 글이 아니다. 진실

    2024.10.24 11:06
  • 볼만한 책 11권…"항상 돈에 쪼들렸던 도스토옙스키"

    ‘책마을’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읽을 만한 신간을 골라 매주 토요일자 지면에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주에는 8권을 골랐습니다. 이 책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모았습니다. 링크를 누르면 자세한 서평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링크는 아르떼에서만 작동합니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좁은 회랑>, <권력과 진보>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책을 소개합니다. 3권의 책 모두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주저자로 썼습니다. 책들은 국가 간 빈부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시민 사회와 국가 권력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고,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이 사회 전체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살핍니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입니다. 논증이 엄밀하지 않다는 비판도 듣지만 저자들의 아이디어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평 읽기(책 리뷰를 읽고 싶으면 클릭하세요) <넥서스>인공지능(AI)이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6년 만에 낸 신간 <넥서스>를 통해 ‘AI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권합니다. AI가 이전의 다른 기술과 다른 점은 스스로 배우고 결정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확실하게 알 수 없고, AI를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라리는 지적합니다. 규제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간 사회는 분열돼 협력이 힘든 상황입니다. 경쟁국보다 앞서기 위해 AI 발전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AI 입장에선 규제를 피하기 유리한

    2024.10.22 13:52
  • [책마을] 돈에 쪼들린 도스토옙스키…허무에 시달린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매력은 돈이 전부인 세상을 직시하며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는 동시에 돈을 넘어서는 절대 불변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에서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책을 다수 번역한 석 교수는 한국에서 첫손에 꼽히는 러시아 문학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과 그의 삶을 살펴본다.도스토옙스키가 당대의 작가들과 다른 점은 항상 돈에 쪼들렸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고 예술의 전당에 불후의 명작을 헌정하려는 거룩한 목적이 아니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썼다. 즉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그래서 그는 늘 독자의 기호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당대 사회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 그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놀라운 혜안으로 돈을 이해하고 당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돈이 수행하는 막강한 역할을 꿰뚫어 봤다.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꿨다. 그의 작품이 철저하게 이중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석 교수가 이 책과 함께 펴낸 <인생의 허무는 어디에서 오는가>는 톨스토이를 다룬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엔 술과 도박을 즐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으나 중년기에 접어들며 기독교적 가치관에 깊

    2024.10.18 18:24
  • [책마을] "독재자가 AI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해보라"

    “19세기 산업혁명 때의 문제가 21세기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소수의 나라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앞선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고 침탈했습니다. 인공지능(AI)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처럼 몇몇 국가가 선두 주자로 나섰습니다. 세계 다른 국가를 지배하고 착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세계적으로 4500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6년 만의 신작 <넥서스>를 펴냈다. 지난 15일 국내 언론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AI로 인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했다.그중 하나는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라는 점이다. 지금껏 정보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말과 결정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점토판, 인쇄기, 라디오, 신문, TV 등이 그랬다.“물론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과학 발견, 신약 개발, 기후변화 해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인류가 만든 어떤 기술보다 통제하기 힘듭니다.”2016~2017년 미얀마에서 자행된 반(反)로힝야 폭력 이면에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가 그의 책에 실렸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참여 극대화’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노가 참여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사람의 명령이 없었지만 이용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하라리는 편향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여성, 특정 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품을 수 있는 점, AI 기술의 소유와 접근성에 따라 19세기 산업

    2024.10.18 18:19
  • [책마을] 신동 소문이 자자했던 '쿼크의 아버지'

    1929년 태어난 머리 겔만은 신동이었다. 세 살 때 복잡한 암산을 했다. 월반을 거듭해 14세에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고고학이나 언어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따위 학문은 굶어 죽기에 딱 맞지” 하고 물리학을 권했다. “내가 보기에 요즘 물리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그렇고 양자 이론이라는 새로운 물리학도 그렇고.”선견지명이 있었다. 겔만은 196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쿼크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공로였다. <세 개의 쿼크>는 이런 쿼크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 김현철은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다. 원래 시인이 꿈이었다는 그는 전작 <강력의 탄생> 때부터 ‘이야기가 살아 있는’ 대중과학서를 선보이고 있다. <세 개의 쿼크>는 입자물리학과 핵력의 역사를 다룬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책이다.물리학자들은 원자가 가장 작은 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곤 전자, 양성자, 중성자까지 찾아냈는데 1947년 이제껏 본 적 없는 입자 두 개가 우주에서 발견됐다. 이들 입자가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뤄져 있을 거라고 이론으로 보여준 사람 중 한 명이 ‘쿼크의 아버지’ 겔만이다.어니스트 로런스, 이휘소 등 다양한 물리학자가 등장하면서 세상의 비밀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임근호 기자 

    2024.10.18 17:30
  • 유발 하라리 "독재자가 AI의 꼭두각시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19세기 산업혁명 때의 문제가 21세기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소수의 나라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앞선 기술로 세계를 정복하고 침탈했습니다. 인공지능(AI)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처럼 몇몇 국가가 선두 주자로 나섰습니다. 세계 다른 국가를 지배하고 착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4500만부 팔린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6년 만의 신작 <넥서스>를 펴냈다. 지난 15일 국내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AI로 인한 여러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중 하나는 “AI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라는 점이다. 지금껏 정보 기술은 단순히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말과 결정을 기록하는 도구였다. 점토판, 인쇄기, 라디오, 신문, TV 등이 그랬다.“물론 AI의 긍정적인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과학 발견, 신약 개발, 기후 변화 해결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AI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인류가 만든 어떤 기술보다 통제하기 힘듭니다.”2016~2017년 미얀마에서 자행된 반(反)로힝야 폭력 이면에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례가 그의 책에 실렸다. UN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 참여 극대화’라는 목표를 부여받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노가 참여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사람의 명령이 없었지만 이용자의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하라리는 편향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AI가 여성, 특정 인종,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품을 수 있는 점, AI 기술의 소유와 접근성에 따라 19

    2024.10.18 14:30
  • 돈에 쪼들렸던 도스토옙스키…허무에 시달렸던 톨스토이 [서평]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매력은 돈이 전부인 세상을 직시하고 돈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돈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는 동시에 돈을 넘어서는 절대 불변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에서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책을 다수 번역한 석 교수는 한국에서 첫 손에 꼽히는 러시아 문학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과 그의 삶을 살펴보며 ‘세계적인 대문호’의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도스토옙스키가 당대의 다른 작가들과 달랐던 점은 항상 돈에 쪼들렸다는 점이다. 그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고 예술의 전당에 불후의 명적을 헌정하려는 거룩한 목적이 아니라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썼다. 즉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늘 독자의 기호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당대 사회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 그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놀라운 혜안으로 돈을 이해하고 당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돈이 수행하는 막강한 역할을 꿰뚫어 보았다. 그의 소설은 현대적이고 통속적이다. 속물적인 소재인 돈을 살인, 치정과 함께 버무려 대중적인 추리 소설과 멜로 드라마의 기본 골격을 충실히 따른다.  한편 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꾸었다. 돈이면

    2024.10.18 10:25
  • “굶어 죽기 딱 좋다”는 말에 고고학 포기한 ‘쿼크의 아버지’ [서평]

    1929년 태어난 머리 겔만은 신동이었다. 세 살 때 복잡한 암산을 했다. 월반을 거듭해 14세에 고등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의 명문 예일대에 입학했다.고고학이나 언어학을 공부하겠다고 하자 아버지가 말했다. “그따위 학문은 굶어 죽기에 딱 맞지.” 물리학을 권했다. “내가 보기에 요즘 물리학은 눈부시게 발전하는 것 같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그렇고 양자 이론이라는 새로운 물리학도 그렇고. 너처럼 똑똑한 아이라면, 그건 한번 해볼 만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선견지명이 있었다. 겔만은 196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쿼크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한 공로였다. <세 개의 쿼크>는 이런 쿼크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김현철은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다. 원래 시인이 꿈이었다는 그는 전작 <강력의 탄생> 때부터 ‘이야기가 살아 있는’ 대중과학서를 선보이고 있다. <세 개의 쿼크>는 입자물리학과 핵력의 역사를 다룬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 책이다. 19세기 말부터 숨 가쁘게 발전한 물리학은 원자가 가장 작은 입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곤 전자, 양성자, 중성자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세 입자면 원자를 만들 수 있었고, 원자는 다시 분자를 이루고, 분자로 물질을 창조할 수 있었다. 1947년 두 명의 영국인이 이제껏 본 적 없는 입자 두 개를 우주에서 발견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 낯선 입자는 시작에 불과했다. 1962년까지 우주와 가속기에서 발견된 입자는 100개가 훌쩍 넘었다. 이 입자들이 쿼크라는 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이론으로 보여준 사람 중 한 명이 겔만이다. ‘쿼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겔

    2024.10.18 09:39
  • 교보문고가 남겨둔 마지막 한 자리…한강, 노벨상 초상화 전시실 채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점에 소설가 한강의 얼굴이 걸린다.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놓은 자리다.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전시 공간이 있다.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2명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김대중 등 노벨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부문별 2명씩 총 6개 부문 22명의 초상과 업적을 담은 그림이다. 박영근, 이동재, 이인, 최석운 등 네 명의 중견 화가가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그 가운데 얼굴 부분을 거울로 만든 빈 초상화 공간이 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자리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자 첫 번째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2014년 전시 공간을 재조성한 지 10년 만에 이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교보문고는 빈 초상화 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이미지는 준비 중”이라고 표시했다.노벨상 전시 공간은 1992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재개점 때 처음 선보였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세운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였다. 전시 공간은 2010년 광화문점 리노베이션 후 사라졌다가 10년 전 다시 생겼다.신 창립자는 1992년 대산문화재단을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30년 넘게 문학 지원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산하에 두고 한국 문학책 번역·출간을 지원해왔으며 한강이 2016년 부커상을 받는 데도 기여했다.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발표가 이뤄진 지 엿새 만인 16일 누적 기준으로 100만 부를 돌파했

    2024.10.16 18:36
  • 미-맥싱·뉴렌지·초격차 경험…내년 韓 소비 트렌드 주도한다

    “2025년에는 자신을 최고로 만들기 위한 소비 흐름 ‘미-맥싱(Me-Max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세계 90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입소스는 내년 한국에서 나타날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로 미-맥싱을 꼽았다. 입소스코리아의 엄기홍 부대표와 유은혜 팀장이 함께 쓴 <입소스 마켓 트렌드 2025>에서다. 책은 입소스코리아에 축적된 시장조사 자료와 전문가 분석, 소비자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내년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11개 트렌드를 꼽았다. ‘기술 와우’ ‘과거로의 여행’ ‘혁신적 허무주의’ 등 9개 글로벌 트렌드도 담았다. 한국과 글로벌 트렌드를 함께 볼 수 있는 책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소비를 통해 자존감 추구현재 10대와 20대인 잘파세대가 추구하는 미-맥싱은 외모, 경력, 개인의 성장 등 다양한 면에서 자신을 개선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고로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대학생의 전유물이던 ‘과잠’이 보편화한 것도 미-맥싱 사례 중 하나다. 요즘은 중·고등학생도 소속감과 연대감을 표현하기 위해 과잠을 입는다. 몇 반인지 적힌 키링과 볼펜, 반 친구들 사진으로 제작한 스티커, 휴대폰 케이스 등 학급 굿즈도 유행하고 있다.미-맥싱의 다른 사례는 ‘셀프 큐레이팅’이다. 자기를 가장 잘 드러낼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다. 성격유형검사(MBTI)가 유행한 이유다. 그 연장선상에서 헤어·체형 컨설팅, 유전자와 생활 패턴을 바탕으로 한 건강관리 컨설팅 등에도 잘파세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인공지능(AI)이 발달하고 매장 무인화가 가속화하면서 나타나는 흐름도 있다. 책은 이를 ‘호모 아티피쿠

    2024.10.16 18:10
  • 시인 월하(月下) 문학 계승하는 제29회 김달진문학제 ‘풍성’

    제29회 김달진문학제가 12~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렸다. 이곳 출신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1907~1989)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사랑문화인협회(회장 최동호)와 창원시김달진문학관(관장 이성모)이 주최하는 김달진문학제는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외국 문인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국제 시축제다.  문학제 첫날 행사로 문학의집서울(이사장 김후란)과 공동으로 마련한 문학강연이 먼저 펼쳐졌다. 박덕규 문학평론가는 ‘김달진 시인의 작품 세계’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달진 시인은 탈속 지향의 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며 "이는 잠언의 형식과 ‘자기 응시’라는 방법론 등 두 가지 형태에 힘입어 의미를 더욱 뚜렷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열린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에서는 시 부문 공동수상자인 김수복·고두현 시인이 상패와 상금 1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올해 평론⸱학술 부문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김수복 시인은 195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1975년 ‘한국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2009년 편운문학상, 2010년 서정시학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 4년간 단국대 총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시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수상 시집 <의자의 봄날>(서정시학, 2024)은 모든 작품을 넉 줄로 구성한 4행 시집이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깊이 있는 양식적 자각 속에서 펼쳐진 단형 서정의 향연은 삶과 풍경에 대한 순간적 발견 과정을 발화하는 ‘노래로서의 서정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두현 시인은 1963년 경남 남해 출생으로 1993년 중앙일보 신

    2024.10.16 13:02
  • 튀르키예 시인 메틴 투란 “시에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있죠”

    “우리가 쓰는 말, 시적 언어에는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말과 문자로 형제애를 꽃피울 그런 문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밖에 있는 악만큼이나 우리 안에 있는 어둠을 밝히는 언어가 필요하지요.” 제15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시인 메틴 투란(Metin Turan)은 “우리의 언어에 깃든 놀라운 치유력으로 온 세계를 어루만지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창원KC국제문학상은 창원시가 2010년 마산⸱진해와 통합하면서 한국문학 세계화와 국제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진해 출신 시인이자 한학자인 김달진(1907~1989)을 기리는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한다. ‘K’는 김달진⸱경남⸱코리아, ‘C’는 창원의 영문 첫 글자다. 매년 인본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해외 문인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메틴 투란은 올해 5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문화적 암흑기인 튀르키예의 1980년대에 많은 문예지를 창간하며 문단을 이끌었고 이후로도 시대적 고민과 실존적인 활동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시인”이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12~13일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그를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문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방한 직전 튀르키예 최고 권위의 ‘튀르키예 시인상’을 받았지만, 자신의 겹경사를 제쳐두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말부터 꺼냈다. 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돼 폭넓은 사랑을 받는 ‘세계 시인’다운 인사였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40년 전이다. 1987년 한국외국어대 터키학과 1기 학생들이 졸업앨범을 준비하며 그동안의 연구 결

    2024.10.16 00:54
  • 교보문고가 비워뒀던 '미래 노벨상 수상자' 자리에 한강 얼굴 걸린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전시하고 있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소설가 한강의 얼굴이 걸린다. 미래의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를 위해 비워놓았던 자리다.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세종로 지하보도를 잇는 출입구 통로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전시 공간이 있다. 알베르 카뮈,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12명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 김대중 등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부문별 2명씩 총 6개 부문 22명의 초상과 업적을 담은 그림들이다. 박영근, 이동재, 이인, 최석운 등 네 명의 중견 화가가 각각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렸다. 그 가운데 얼굴 부분을 거울로 만든 빈 초상화 공간이 있다. 미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위한 자리다. 소설가 한강이 한국의 두 번째 노벨상이자 첫 번째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2014년 전시 공간을 재조성한 지 10년 만에 이 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교보문고는 빈 초상화 밑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라며 “이미지는 준비중”이라고 표시했다.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을 산하에 둔 교보생명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 수상자가 나올 것이란 기대에 자리를 마련해 둔 것”이라며 “그 염원이 이뤄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벨상 전시 공간은 1992년 교보문고 광화문점 재개점 때 처음 선을 보였다.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창립한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면서 큰 꿈을 키우고 독서를 통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상화 액자 하나를 비워두고 ‘주인을 기다립니다’라고 써놓았는데, 그

    2024.10.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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