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서원보다 가깝다? 곽상도는 '아들 결혼' 근거로 '무죄'
野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은 '선물', 文이 딸에게 준 생활비는 '뇌물?'"
"양평에 땅 수백만 평 갖고 있으면서 그 옆에 고속도로를 내는 게 '경제 공동체' 아닌가."(3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당시) 그토록 환호했던 '경제 공동체'가 이제 당신들에게 적용되고 있다."(3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경제 공동체'라는 표현이 또 한 번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를 경제 공동체로 보고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여권은 과거 박근혜-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을 소환하며 문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계와 견주며 '형평성'을 문제 삼고 있다.
검찰은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실소유주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 전 대통령 사위 서모씨를 전무로 채용하고, 그 대가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문 전 대통령도 '피의자'로 적시, '직접 뇌물죄' 적용까지 검토 중이다. 서씨가 채용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일부 부담해 온 딸 부부 생계비 문제가 해결됐으니 문 전 대통령도 특혜 채용에 따른 직접적 이익이 봤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등장한 법리가 '경제 공동체'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가 사실상 생활비를 고리로 '같은 지갑'을 사용해왔기에 경제 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與 "누구보다 가까운 직계가족" 野 "결혼한 독립 생계"
'경제 공동체'는 2016년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처음 등장했다.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범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엔 생소했던 이 법리를 꺼내들었다. '비선실세'인 최씨가 딸의 승마 지원을 위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돈을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돈을 받지 않았지만 이 경제 공동체 법리가 법정에서 인정돼 뇌물죄 관련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당은 이 사례를 적극 소환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 관계가 박 전 대통령-최씨의 관계보다 훨씬 가까운 '직계 가족'란 점을 부각시키면서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문 전 대통령과 딸에 대해 경제 공동체 법리를 적용해 수사한다고 전해졌다"며 "그토록 환호했던 경제 공동체가 이제 당신들에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최서원은) 가족이 아닌데도 경제 공동체로 몰아 형사법 처리를 하지 않았나"라며 "여기는 직접적인 가족 관계이기 때문에 훨씬 더 위중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야권을 중심으로는 문 전 대통령 딸이 결혼을 한 '독립 생계'란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미 출가해 별도의 경제 활동까지 해온 딸 부부와 경제 공동체로 묶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당장 '비교 대상'으로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사건이 언급된다. 지난해 2월 법원은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뇌물 수수 사건 1심에서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가 언급한 무죄 핵심 근거는 아들의 '결혼'이었다. 재판부는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아들의 이익을 아버지가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선고에 반발, 공소장을 변경해 곽 의원 부자를 직접 뇌물죄의 '공범'으로 기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민심은 文-김건희에 대한 검찰의 '형평성' 주시 중"
야권에서 경제 공동체와 관련해 꾸준히 소환하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다. 야권은 양평 고속도로 특혜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부터 최근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김 여사와 관련한 논란들을 윤 대통령과 따로 떼어 볼 수 없다며 '정권 차원'의 문제들로 규정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여사 일가가) 양평에 수백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옆에 고속도로를 내는 게 진짜 경제 공동체이지 (문 전 대통령) 사위가 월급 받은 걸 어떻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과거 박영수 국정농단 특검에 소속돼 경제 공동체 법리를 적극 내세웠던 잣대를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것을 압박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도 앞서 8월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검찰의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무혐의' 결론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부부가) 경제 공동체보다 더한 관계인데 어떻게 무혐의를 주느냐"고 추궁했다. 야권에선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가방은 '선물'이고 문 전 대통령이 딸에게 준 생활비는 '뇌물'이냐며 '정치 보복 수사'라는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과 딸 부부에게 경제 공동체 법리가 인정될지에 대해선 여야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전망이 갈리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선 법적 판단과 무관하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식과 결과가 김 여사 건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장 문 전 대통령 소환 장소와 조사 방식에서부터 '비공개 방문 조사'를 받았던 김 여사와 나란히 비교되지 않겠나. 경제 공동체 논리에 있어서도 부모 자식 관계 이상으로 가까운 (윤 대통령) 부부 관계와 자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심은 이미 문 전 대통령 건과 김 여사 건의 '형평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