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인 출입금지" 일반 기업체 사무실 어귀에 붙어있는 문구다. 이것
저것 물건을 팔러 들어와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통제하기위해 붙여
놓는다. 경비원들이 가장 주의할 사항도 바로 일반 손님과 잡상인을
구분하는 일이다.

언제부턴가 리스회사 영업사원들이 "잡상인"취급을 당하고 있다. 일반
업체는 물론 금융권에서도 월급많기로 소문난 선망의 대상. 일류대학을
나와야만 근처라도 갈수 있었던 엘리트군단. 이들은 이제 거래처의 자금
담당부서에 들어가기도 쉽지않을 뿐더러 들어간다해도 리스사"부장"명함
으로 거래처 "대리님"조차 만나기 어렵다.

불과 2-3년전까지 사무실에 앉아 다소 "거드름피며" 찾아오는 손님을 맞던
리스영업맨들이 이젠 이 회사 저 회사를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구걸하다
시피" 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작년 8월 서울사무소로 발령났으니 한 6개월됐지요. 그런데 찾아오는
손님을 거의 못본것 같아요. 직원들을 항상 밖으로 나도는게 일이고요"
(신정섭 대구리스 서울사무소장)

리스업계는 이같은 "변화"의 원인을 크게 세가지로 풀이한다. 하나는 금융
시장의 환경변화. 자금시장이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바뀌면서
자금사정이 괜찮아진 기업들이 리스를 목메어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둘째는 기업들의 투자부진에 따른 성장둔화. 작년에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나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세째는 리스업계의
공급과잉. 70년대중반 3개였던 리스전업회사가 25개로 늘어났다. 여기에
리스업무를 하고있는 한국종금등 6개 종금사와 3개 신기술사업사를 합하면
리스회사는 사실상 34개이다. 20년만에 10배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변화"들은 종착점은 과당경쟁. 일반 기업체들은 과당경쟁을 역이용,
리스요율을 깍을대로 깍아내린다. 리스물건이 생기면 여러 리스회사에 전화
를 걸어 견적을 요구한다. 가장낮은 가격을 써낸 회사에 리스를 준다.
이른바 "입찰경쟁"이다.

리스회사들은 경쟁사들의 눈치를 보며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장 싼값을
써내야만 한다.

"작년 4.4분기부터 아마 일반관리비도 제대로 뽑아내는 리스회사가 거의
없을 겁니다. 덤핑도 이만저만한 덤핑이 아니고요."
(제일씨티리스 이형남기획실장)

실제 리스사들은 작년중반까지 외화자금의 경우 "리보(런던은행간금리)+
0.5-0.6"%에 자금을 조달해 "리보+1.2"%정도로 운용했다. 이제는 "리보+
0.7"%선까지 낮아졌다.

0.7-0.8%선이던 마진이 1년도안돼 0.2-0.3%선으로 0.5%포인트가량 낮아
졌다. 리스업계에선 마진폭이 최소한 0.7-0.8%선은 되어야 일반관리비라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마진은 이제 "흘러간 옛노래"다. 원화
자금도 마찬가지다.

업계의 덤핑이 "정도"를 넘어서자 리스산업협회는 연초에 "제발 0.5%
이하의 마진으로는 계약을 하지말자"는 권고문을 회원사에게 보냈다.

그러나 우선 살고봐야하는 마당에 이런 권고가 지켜질 턱이 없다. 서로
"당신네가 먼저 덤핑하니 우리도 따라할수밖에 없지않느냐"는 식이다.

계약방식도 리스업계엔 자꾸만 불리해진다. 리스를 처음줄때 계약금의
5%를 보증금으로 받던 것도 대기업들에겐 이제 옛날 얘기다. 얼마전까지
리스계약이 끝나면 잔존가치(RV:residual value)를 원금의 10%로 쳐서
재리스를 주었으나 이도 유명무실한 조항이되고있다.

최근 모전자회사는 단돈 1달러에 재리스계약을 맺었다고 자랑할 정도다.

"제살까먹기경쟁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가격담합을
할수도없고...깜깜한 어둠속에서 불꽃속으로 뛰어들며 죽어가는 "부나비
인생"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요즘 리스사영업맨들의 하소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