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독점 '송전망' 건설, 민간 개방…전선株 연일 '짜릿'
송·변전망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달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 꾸준히 늘어나는 전기 수요에 발맞춰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송·변전망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지는 ‘불량 전기’가 빈번하게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전기를 활용하는 시설이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용인 에버랜드의 전기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가 멈춰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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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200조원이 넘는 부채 해소를 위해 송·변전망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이 같은 불량 전기 사고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이미 지난 5월 5조 6000원 규모의 송·변망 등 일부 전력시설의 건설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송·변전망 구축을 중앙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라며 “전력망 특별법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변전망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특별법 도입을 호소한 것이다.

송·변전망 투자를 ‘국책 사업’으로…민간에도 개방키로

이에 국민의힘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 산자위 간사를 맡은 김성원 의원이 지난 10월 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이다.

특별법은 ‘국가기관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해 송·변전망 투자를 국책 사업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전이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해온 사업을 중앙정부급으로 올려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내 핵제품 생산지에 송·변전망 불안정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최소 수십억의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전 독점 '송전망' 건설, 민간 개방…전선株 연일 '짜릿'
송·변전망 투자 사업에서 민간 회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한전의 상황을 고려해 민간 사업자를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전이 종합적인 사업 계획과 운영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를 통해 ‘전력망 민영화’ 우려를 불식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송·변전망 사업을 둘러싼 주민 보상을 두고 ‘차등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대적으로 사업에 먼저 동의할수록 더 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큰 액수를 노리린 주민들의 ‘뗏법 버티기’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 호재 예상 기업 : 효성중공업 제룡전기 광명전기 일진전기 LS전선아시아 대한전선 비츠로시스 등 송·전선망 사업 업체
  • 발의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02-784-6566)
  • 어떤 법안이길래
    송·변전망 투자를 중앙정부급 사업으로 격상
    한전 독점 송·변전망 투자 사업에 민간 사업자 유치 허용
  • 어떤 영향 주나
    송·변전망 사업이 일부 민간에 개방되면서 관련 사업의 투자 기회가 확대될 전망

법안은 효성중공업 제룡전기 광명전기 일진전기 LS전선아시아 등 송·전선망 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정적자 해소를 원하는 한전과 안정적인 투자처가 늘어나길 희망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망이 안정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범국가 규모의 사업들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오는 2050년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한 사례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2042년 7GW(기가와트)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10GW 규모의 전력 인프라를 필요한 산업단지다.

정부·여당 “당장 추진해야”…야당 합의가 관건

국민의힘은 특별법을 이번 정기 국회 내로 통과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정부와 한전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입법’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이번달 중으로 관련 입법 토론회를 열 예정으로도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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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방문규 산업부 장관 주재로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핵심 전망 건설 기간을 현행 13년에서 30% 줄인 9.3년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방 장관은 "국가 핵심 전력망을 제때 건설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유한한 전력망을 질서 있게 활용하기 위해 발전허가 속도를 조절하고, 유연성을 제공하는 발전원에 인세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특별법 추진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변수다. 특별법은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법안소위에 올라왔지만 소위 문턱을 넘기지 못했다. 민주당 산자위 관계자는 “아직 부처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며 "추후 여당과의 협의를 거치며 법안 추진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