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늘리려다 '날벼락'…노후 챙기면서 ‘건보료 폭탄’ 피할 방법은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더 냈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보험료 추후납부(추납)를 했다가 뜻하지 않게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건강보험료를 물게 됐다고 말한다. 연금을 늘리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것이다.

추납은 일종의 '패자부활전' 같은 개념이다. 특정한 이유로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이 있을 때 나중에라도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국민연금공단이 기회를 준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만 실직·사업중단 등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었던 기간(납부예외 기간)이 있거나 보험료를 최소 한 달치 납부한 이후에 경력단절 등으로 국민연금 적용이 제외된 기간(적용제외 기간)이 있을 때 해당 기간에 대해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다. 보험료 납입으로 가입기간이 인정(10년 미만)되는 만큼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연금도 늘어난다.

정부 소득기준선 강화…합산소득 잘 따져봐야

문제는 연금 수령액이 생각보다 많아졌을 때다. 공적연금(사적연금 제외)과 금융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을 포함한 합산소득이 연 2000만원(월 약 166만원)을 넘으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받는 피부양자 자격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이 소득기준은 2022년 9월 이전까지만 해도 연 3400만원이었다. 하지만 경제력이 있는 사람까지 피부양자로 분류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빚어지자 정부는 소득 기준선을 강화했다.
GettyImagesb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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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양자 기준이 강화된 2022년 9월 당시 약 27만3000명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 같은 해 3월 전체 피부양자(1802만3000명)의 1.5%에 해당했다. 이후 지난 2월까지 추가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은 28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원연금을 받는 탈락자가가 20만3762명(72.4%)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연금 수급자 3만3823명(12.0%), 사학연금 수급자 2만2671명(8.0%), 군인연금 수급자 2만61명(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이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이전까지 내지 않았던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 2월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이들의 월 평균 보험료는 6만9820원에 달했다.

조기연금제도 활용을

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분 만큼 오르기 때문에 한번 늘어난 수령액은 줄어들지 않는다. 다른 소득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수급액이 연 2000만원을 넘었다면 죽을 때까지 피부양자 자격을 회복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연금을 늘리려다가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수급연령이 되기 전에 연금을 신청해 수령액을 줄이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연금을 5년 먼저 받으면 수령액이 30% 깎이는 조기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으로 받으면 국민연금 월 170만원 받을 사람이 5년 조기수령하면 대략 120만원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수급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6%씩 연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수입이 없다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같은 조기연금 수령자는 작년 말 기준 85만6132명에 달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