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2차전에 앞서 걸그룹 에스파에서 활동하는 카리나가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2차전에 앞서 걸그룹 에스파에서 활동하는 카리나가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한여름 더위처럼 펄펄 끓고 있다. 사상 최초 한 시즌 관중 수 1000만명 돌파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역대급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 자동판정시스템(ABS) 같은 첨단 인프라 도입, 미디어 노출 확대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세대·남여 불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 폭풍에 '매진·매진·매진'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3일 기준 올 시즌 누적 프로야구 관중 수는 총 487만6982명으로 전년 동기(321만56명) 대비 51.9% 증가했다. 이는 2년 전인 260만5128명의 2배를 넘는 수준이다.
최근 KBO 관중 수가 경기당 평균 1만명을 웃돌고 있다. 13일 기준 누적 관중 수는 약 48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최근 KBO 관중 수가 경기당 평균 1만명을 웃돌고 있다. 13일 기준 누적 관중 수는 약 48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월별로 보면 지난 4월의 전년 동월 대비 관중 증가율은 26.8%, 5월은 39.7%로 증가폭이 더 커졌다. 아직 절반이 더 남은 6월은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36.8% 불어났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만 명을 훨씬 웃돌아 이대로 가면 올 시즌 총관중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진 경기 수는 98경기로 이미 종전 최다 기록(69경기)을 훌쩍 넘어섰다.
프로야구 누적 관객 수. 6월은 13일까지 기준. 이대로면 역대 최초로 올 시즌 1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출처=KBO
프로야구 누적 관객 수. 6월은 13일까지 기준. 이대로면 역대 최초로 올 시즌 1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출처=KBO

역대급 재미에 전례 없는 미디어 노출

올해 KBO리그 대흥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대급 '혼전'으로 인한 기존 야구팬 결집이 첫번째로 꼽힌다. 현재 1~4위 승률 차이는 0.01~0.02%포인트에 그친다.

순위도 날마다 크게 달라지면서 팀별 팬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야구 팬들 사이에선 KBO리그가 "정신병 걸리겠다"는 의미로 '정신병리그'로 불린다.
최근 프로야구는 1~4위권 순위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출처=KBO
최근 프로야구는 1~4위권 순위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출처=KBO
첨단 시스템의 도입도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ABS에 관한 관심도를 높인 건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 만에 국내 리그로 돌아온 한화이글스 류현진이다.

그는 시즌 초 ABS 존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스트라이크를 대거 선보이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에는 ABS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불만까지 표출해 관심을 모았다. 팬들은 "ABS로 인해 판정시비가 많이 줄었다"며 호평 일색이다.
시즌 초 류현진의 ABS존 기록.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시즌 초 류현진의 ABS존 기록.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6월부터 방송된 JTBC 예능 '최강야구', 지난 3월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개막전 등을 계기로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나 축구 대표팀 이강인(PSG 소속)이 야구장에 등장한 모습이 온라인에 확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KBO와 10개 구단의 유튜브 활성화도 바이럴에 한몫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정신병 리그' 말 나오더니…20대女 '야구'에 푹 빠진 까닭 [신현보의 딥데이터]
유튜브에서는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프로야구 관련 4000여개의 영상이 올라왔고, 관련 영상 총 조회수는 월별 1억 뷰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야구 관련 영상은 월 3000건 정도에 총 조회 수는 6500만 뷰 선이었다. 영상 수는 약 33%, 조회수는 약 50% 증가한 셈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야구 콘텐츠는 바이럴되고 있다. 소셜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야구 관련 인스타 게시물은 지난 3월부터 매월 3만~4만 건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많아야 1만건 초반대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3~4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치다. 앱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앱 사용자 중 20대 남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4%와 18%로 가장 많다. 인스타 전체 사용자 구성은 여성이 6 대 4로 남성을 앞선다.
야구 관련 유튜브 월별 영상 수 및 조회 수. 지난해 4~5월 대비 올해 영상 수는 약 33%, 조회수는 약 50% 증가했다. /출처=썸트렌드
야구 관련 유튜브 월별 영상 수 및 조회 수. 지난해 4~5월 대비 올해 영상 수는 약 33%, 조회수는 약 50% 증가했다. /출처=썸트렌드
인스타그램에서도 야구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직관 인증샷을 많이 올린 모습이었다. /출처=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도 야구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이 직관 인증샷을 많이 올린 모습이었다. /출처=인스타그램

20대, 여성 우르르

이러한 바이럴 효과는 최근 20대, 그리고 젊은 여성 팬들을 대거 야구장으로 유입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LG·KIA 등 6개 구단의 티켓 판매를 대행하는 '티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초반이었던 20대 관중의 점유율은 올해 약 40%에 달해 모든 세대 중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티켓 구매자 중 여성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3.7%포인트 높아진 54.4%를 기록하면서 남성(45.6%)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두산·키움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인터파크'에서 20대 관객의 비율은 2019년에는 21.8%로 30대와 40대보다 낮았으나, 이후 해마다 높아져 올해는 5년 전의 두 배에 가까운 40%를 돌파했다.

온라인에서도 "야구장 직관 갔는데 다 20대 여자더라", "원래 여자들한테 야구가 인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는 더 실감이 난다" 등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여파에 '팬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프로야구팀은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굿즈 판매에 열을 올릴 정도다.

"이런 가성비 없다"

특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야구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평균 3시간에 달하는 야구 경기의 입장료는 구장마다 편차가 있지만 1만원 안팎이다. 이 정도 가격으로 3시간 동안 확 트인 야외에서 친구·가족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야구를 제외하곤 딱히 없다는 얘기다.

20대 A씨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야구는 특히 가성비가 좋은데다 즐길 거리가 다양해 경기장을 자주 찾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20대 B씨도 "다른 문화 산업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야구는 완전 '혜자'(가성비가 좋다는 뜻)"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야구 구장은 소비자 지향적으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면서 "콘서트나 다른 문화생활보다 훨씬 대중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탁 트인 야외 공간감, 함께 응원하는 열기, 다양한 먹거리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많다"면서 "최근 물가를 감안하면 야구 입장권은 소비자 입장에선 굉장히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암표 기승까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프로야구 암표. 2~3배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출처=중고나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는 프로야구 암표. 2~3배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출처=중고나라
부작용도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티켓 구매를 두고 2~3배 이상 웃돈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현행법상 암표 거래는 처벌 대상이다. 현장에서의 암표 거래는 경범죄처벌법상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운동경기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