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66억달러(약 8조7417억원)의 신규 투자금을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1년 새 다섯 배 이상 늘어나 1570억달러(약 207조9465억원)로 불었다. 오픈AI는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경쟁업체에는 자금을 대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I 패권을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 8.7조원 유치…몸값 우버·골드만과 견준다
오픈AI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신규 투자 유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금은 글로벌 비상장 기업 중 역대 최대 투자 유치 금액이다. 이전 최대 투자액은 지난 5월 xAI가 확보한 60억달러였다. 이번 투자는 미국 벤처캐피털(VC)인 스라이브캐피털이 주도했으며, 스라이브는 13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7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넣었다. 소프트뱅크(5억달러), 엔비디아(1억달러) 등도 신규 투자자로 나섰다. 애플은 오픈AI와 투자 협상을 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오픈AI의 몸값은 1570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골드만삭스, 우버, AT&T 등과 비슷한 기업가치다. 미국 상장사 중에선 60위권 수준이다. 글로벌 비상장사 중에선 바이트댄스(틱톡), 스페이스X에 세 번째로 몸값이 높다.

이번 투자로 오픈AI는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다시 받았다. 오픈AI의 GPT 최신 버전은 다양한 평가에서 성능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지난달 공개한 신규 AI 모델 ‘o1’은 수학 등에서 추론 능력이 뛰어나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예선의 시험 정답률 83%를 기록하기도 했다.

챗GPT 이용자도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2억5000만 명, 유료 이용자 수는 1100만 명에 달한다. 오픈AI는 “새로운 자금으로 첨단 AI 연구 분야의 리더십을 두 배로 강화하고 개발 컴퓨팅 용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AI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는 이번에 투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에게 경쟁사에 대한 투자 금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는 구체적으로 5개 경쟁사 명단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xAI, 오픈AI 공동 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창업한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SSI), 오픈AI 연구원 출신이 만든 앤스로픽, AI 검색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기업용 검색업체 글린 등이다.

올 상반기 60억달러를 확보한 xAI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반도체) ‘H100’ 10만 개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성능을 높이고 있다. ‘오픈AI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올해 초보다 몸값을 두 배 정도 높인 300억~400억달러 수준으로 추가 투자금을 유치 중이다.

오픈AI의 독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영리재단의 통제를 받는 오픈AI는 2년 내 영리기업 전환을 조건으로 이번 투자금을 확보했다. 해당 계획이 실패할 경우 원금과 연 9%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 지분이 없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영리법인으로 재편하면 7%의 회사 지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오픈AI의 핵심 인력이 잇따라 퇴사하는 것도 위기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미라 무라티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났다. 앞서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존 슐먼과 일리야 수츠케버도 퇴사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