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 포테이토칩'. 돈키호테 아사쿠사점 과자 코너에 가득 채워져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최근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 포테이토칩'. 돈키호테 아사쿠사점 과자 코너에 가득 채워져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돈키호테 아사쿠사점’. 쇼핑 리스트에 오른 현지 브랜드 간식 사이 눈에 띈 건 삼양식품의 ‘불닭 포테이토칩’이었다. 이를 본 한 20대 여성 일본인이 “불닭이 감자칩으로 나왔네”라면서 집어들었다. 냉동 간식 판매대에선 2칸을 크게 차지한 한국 중소 브랜드의 딸기, 청포도 냉동 탕후루를 고르는 현지인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튿날(10일) 찾은 일본 도야마현 소재의 24시 대형마트 분위기도 비슷했다. 오리온의 초코파이, 예감(감자칩)을 비롯한 한국 브랜드 과자·껌 등이 매대에 진열됐다. 마트 직원은 “일본 사람들은 감자칩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 간식 중에서도 감자칩을 많이 찾는다. (한국 과자는) 식감이 바삭하고 맛이 일본 제품과는 좀 다른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도야마현 소재 한 24시간 대형마트에 오리온 '예감', 삼양식품 '불닭 포테이토칩' 등 한국 간식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도야마현 소재 한 24시간 대형마트에 오리온 '예감', 삼양식품 '불닭 포테이토칩' 등 한국 간식이 진열된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K간식 인기가 커지면서 식품업계가 적극적으로 현지 스낵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인 입맛에 맞춘 신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관광객 필수코스로 꼽히는 일본 최대 규모 잡화점 돈키호테나 24시간 대형마트에서도 한국 간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한국에 온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다.

대표적으로 최근 일본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나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건 삼양식품이 지난달 21일 일본 수출 전용으로 출시한 ‘불닭 포테이토칩(감자칩)’ 3종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약 30만개 팔렸다. 감자칩 특유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면서도 이색적 맛으로 차별화한 게 주효했다. 특제 시즈닝을 사용해 불닭볶음면만의 감칠맛 나는 매운맛을 과자에 담아낸 게 특징이다.

회사 측은 “불닭볶음면이 일본 현지 젊은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점에 힘입어 개발 단계에서부터 주요 유통채널 바이어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실제 돈키호테, 라이프, 세이유, 이온, 올림픽 등 대형 슈퍼마켓과 할인점을 비롯해 일본 대표 드러그스토어인 웰시아 등 주요 유통채널 약 3000개 점에 입점했다.

인기에 힘입어 감자칩 라인 추가 발주와 함께 판매 채널도 확대할 계획.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야끼소바 불닭볶음면이 해외 현지 및 국내 관광객에게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입소문 타면서 국내로 역수입됐던 것처럼 불닭 포테이토칩도 일본을 방문하는 전 세계 불닭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풀무원 일본법인에서 내놓은 '두부바' 누적 판매량 추이. 그래프=풀무원 제공
풀무원 일본법인에서 내놓은 '두부바' 누적 판매량 추이. 그래프=풀무원 제공
과자뿐 아니라 건강한 맛을 살린 간식류도 잘나가고 있다. 풀무원 일본법인은 일본 3대 편의점 세븐일레븐, 훼미리마트, 로손 등 약 3만 개 점포에서 판매되는 편의점 간식 '두부바'가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7000만개를 돌파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일평균 약 7만개 팔리고 있는 셈이다.

두부바는 2020년 말 풀무원 일본법인 '아사히코'가 첫선을 보인 식물 단백질 간식이다. 회사는 두부바 라인을 16종으로 늘리는 등 현지 맞춤형 신제품을 늘리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제품 1개당 10g의 단백질 함량이 주는 포만감과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건강 간식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일본 3050 남성 중심으로 식사 대용·운동 후 단백질 섭취·건강 안주 등으로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풀무원 일본법인에서 내놓은 '두부바'가 식품 코너를 가득 채운 모습.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 일본법인에서 내놓은 '두부바'가 식품 코너를 가득 채운 모습. 사진=풀무원 제공
늘어나는 두부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사이타마현 북부에 있는 교다 생산공장의 두부바 생산 라인을 2022년 1월, 2023년 3월, 올해 3월까지 총 3회에 걸쳐 증설했을 정도다. 이를 통해 월 200만개 이상의 두부바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케다 미오 아사히코 대표는 "두부바는 정체된 일본 두부 시장에서 단백질 건강 간식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고 전체 두부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했다.

일본 시장으로의 한국 간식 수출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 상위 품목에 해당하는 라면을 비롯해 과자, 음료 등 농식품 수출액은 47억7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일본은 농식품 상위 수출 대상국 중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간식거리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이지만 한국 드라마 등 콘텐츠에 한국 간식이 지속 노출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음식의 위상이 높아지며 ‘한국 음식=맛있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한국산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도야마(일본)=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