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재산분할 소송을 진행 중인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 씨가 재산 감정 절차에 돌입했다. 권 창업주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등 재산 규모가 1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 뉴시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 뉴시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원정숙)는 지난달 30일 감정산출 방법과 예산감정료 등을 권 창업주 부부 양쪽에 전달했다. 최근 권 창업주와 이 씨가 이를 승인하면서 법원이 감정인을 선정해 재산 감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가 변론기일을 지정하면 본격적인 재산 분할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씨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최소 30% 이상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감정 대상은 권 창업주가 100%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창업주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지분은 모두 비상장주식이다. 통상 이혼소송 감정에서 비상장주식 감정에는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번 소송의 경우 기업의 규모를 감안해 감정에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스마일게이트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는 물론 자회사들의 비상장주식까지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정 절차를 마무리한 법원이 통상 변론기일을 두 달 전에 지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첫 변론기일은 올 여름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남편 지분 절반 달라” … 기여도가 소송 쟁점

이 씨는 2022년 11월 15일 권 창업주가 유책 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권 창업주가 가진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 중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혼 소송이 끝날 때까지 권 창업주가 가진 스마일게이트 지분 중 33.3% 등에 대해 주식처분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 결정에 따라 권 창업주는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스마트게이트홀딩스 주식 일부는 처분할 수 없다.

정식 변론 절차가 시작되면 이 씨가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두고 양쪽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 씨 측은 스마일게이트 창업 초기 본인이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공동 창업자로서 경영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친정으로부터 초기 자본금을 끌어와 회사 성장에 적극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또 20년 동안 결혼 생활을 이어오며 자녀들 양육도 책임졌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게임 '크로스파이어'. 사진=스마일게이트 홈페이지 캡처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게임 '크로스파이어'. 사진=스마일게이트 홈페이지 캡처
이 씨는 스마일게이트의 공익 재단법인 희망스튜디오(옛 희망문화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서도 자신이 권 창업주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해왔다. 권 창업주가 당초 이 씨에게 재단 이사장 자리를 약속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권 창업주 측은 희망문화재단 설립은 물론 스마일게이트 성장 과정에서 이 씨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혼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美 포브스, 권혁빈 4위 … 국내 부호 판도 바뀌나

이번 이혼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조원에 달하는 권 창업주의 재산규모다. 2002년 설립된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22년 기준 연 매출 1조5771억원을 기록하면서 당시 게임 업계 5위로 자리 잡았다.

스마일게이트는 대규모 투자 유치없이 성장했다. 스마일게이트 홀딩스를 정점으로 다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 구조인데 다수 계열사도 지분 100%를 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홀딩스의 지분 100%는 권 창업주가 갖고 있다. 사실상 1인 소유의 비상장 기업인 셈이다.
스마일게이트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제공
스마일게이트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제공
비상장기업인 만큼 스마일게이트의 기업가치는 추정치로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22년 4월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권 창업주의 재산을 68억 달러(약 9조 644억원)로 평가했다. 당시와 비교해 스마일게이트가 더 성장한 만큼 현재 기준으로는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에 따라 국내 부호 순위에서 4~5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