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부부 노령연금 분할할 때, 별거기간도 포함해야 하나요?
이혼한 전 배우자에게 나눠 줘야 하는 노령연금의 액수를 산정할 때 실질적인 혼인 관계로 볼 수 없는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출, 별거 등으로 사실상 혼인 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기간만큼은 재산 분할 대상으로 고려할 수 없다는 취지다.

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분할연금지급에 따른 연금액 변경 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A씨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3년 2월 13일 원고에게 한 분할연금지급에 따른 연금액 변경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도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1960년생인 A씨는 B씨와 1992년 3월 4일 혼인했다가 2013년 11월 20일 협의이혼했다. A씨는 국민연금공단에 노령연금 지급을 청구해 2022년 8월부터 현재까지 매월 노령연금을 지급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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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연금은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규정된 요건을 모두 갖추면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한 일정한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한다. 배우자와 이혼했고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이며, 60세가 넘었다면 전 배우자의 연금에 대해 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

B씨는 작년 1월 12일 국민연금공단에 A씨의 노령연금 중 일부에 대한 분할연금지급을 청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청구를 받아들여 A씨에게 "A씨가 2023년 2월부터 받는 노령연금은 매월 분할될 예정이고 2022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지급됐던 분할연금액도 환수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국민연금은 두 사람의 혼인 기간을 176개월로 보고 분할연금액을 월 18만8650원(소급분은 1008만6100원)으로 결정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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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씨는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소송으로 맞섰다. 그는 "B씨와 혼인 이후인 1995년경 가출했고 1998년 8월 17일 경기 안산으로 주거지를 옮겼다"며 "가출 시기 또는 주거지 이전 시기부터 이혼일까지 B씨와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기간은 분할연금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혼인 기간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

"실질적 혼인 관계 존재해야"

A씨의 주장대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없는 기간은 연금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45조의 2 제1항은 '법 제64조 제1항에 따른 혼인 기간을 산정할 때 실종 기간, 거주 불명으로 등록된 기간, 이혼 당사자 간에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합의된 기간, 법원의 재판 등에 의해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된 기간 등에 해당하는 기간은 혼인 기간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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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같은 조항은 혼인 기간에서 반드시 제외돼야 하는 기간이나 그 사유만을 특정한 것으로서 예시적 열거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법 시행령 제45조의2에서 규정한 기간뿐만 아니라 별거,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해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 또한 같은 법 제64조 제1항에 따른 혼인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B씨와 혼인한 이후인 1998년 경기 안산에 전입 신고를 했고 A씨 명의의 계좌들에서 B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내역을 찾기 어렵다"며 "B씨가 법원의 증인소환에 불응하면서 했던 발언 등을 고려하면 둘 사이에는 별거 시점 이후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가분성이 있어 청구의 일부만 이유 있는 때에는 일부 취소의 판결을 할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사건에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분할연금액을 산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하기로 한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