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에 연패한 오리온 회장단…"건보료, 사업장별 부과 맞다"
사건번호: 2022구합85515(행정), 2021가합32852(민사)
건보공단에 민사소송 패소뒤
행정소송으로 ‘뒤집기’ 노렸지만 실패
오리온 측 항소포기로 판결 확정


오리온그룹이 회장단에 부과된 건강보험료에 반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오리온 측은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하는 임원의 개인 건보료는 법정 상한액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직장별로 납부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봤다. 쟁점이 같은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했던 오리온은 행정소송으로 '뒤집기'를 노렸지만 이마저 실패로 끝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박정미·강민균 부장판사)는 오리온·오리온홀딩스·쇼박스가 공단을 상대로 "건강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2022구합85515). 오리온 측이 패소 후 항소를 포기해 이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오리온, 행정소송서도 패소…法 "건강보험의 사회연대 원칙 우선"

이번 보험료 분쟁은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오리온그룹 소속 임원 A·B·C씨의 건강보험료를 '사업장'을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8~10월분의 건강보험료와 장기 요양보험료 총 1억5000만원이 A·B·C씨와 이들이 소속된 오리온·오리온홀딩스·쇼박스에 부과됐다. 당시 임원 A·B씨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임원을 겸했고, C씨는 이에 더해 쇼박스 임원직도 함께 맡고 있었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료·장기 요양보험료는 가입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오리온그룹은 "공단의 방식을 따르면 내야 할 보험료가 법정 상한선을 넘기게 된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들은 "둘 이상의 직장에서 보수를 받고 있더라도 보험료 합계는 가입자별 법적 상한액을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로 예를 들면 이미 오리온 기준으로 상한액을 냈는데 또 오리온홀딩스를 기준으로 상한액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당한 과세라는 논리다.

건보료는 소득에 비례해 책정되지만, 보험료가 부과되는 연도로부터 2년 전 평균 보험료의 30배를 기준으로 상한액이 정해진다. 2022년 직장가입자 1인당 상한액은 월 365만원이었다. 이에 원고들은 지난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오리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강보험은 사회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경제적인 약자에게 사회보험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개인별 등가의 원칙(내는 만큼 돌려받음)은 적용하지 않고 사회연대의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리온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리온 본사. /사진=연합뉴스
오리온그룹은 "여러 계열사에서 겸직한 사람의 보수가 계열사 한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보다 적어도 보험료는 더 많이 내는 상황이 생긴다"라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장가입자 대부분은 겸직이 제한돼 한 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오리온이 거론한 상황은 기업의 오너 일가나 소수 경영자에게 생길 수 있는 이례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민사소송 항소도 취하…완패로 분쟁 종결

원고들은 행정소송과 같은 쟁점으로 진행해왔던 민사소송도 취하했다. 공단이 보험료를 부과한 처분 자체가 적법하다는 결론이 난 이상 민사소송에서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내린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지난해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2021가합32852)에서 패소했다. 판결 후 곧바로 항소해 2심을 진행해왔다.

민사소송에서 다뤄진 건보료는 2017년 1월~2020년 12월분으로 냈던 약 9억4000만원이다. 당시 직장 가입자 상한액은 월 332만원이었다. 오리온 측은 "건보료 상한액이 계열사별로 적용돼 996만원을 냈다"며 "이미 납입된 금액 중 초과분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공단 측은 "직장별 건보료가 상한액을 넘지 않은 이상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1심을 맡았던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주심 박태일)의 판단은 행정소송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목적과 운영방식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상한액 초과 방지 규정이 없는 것은 입법 정책적 판단"이라며 "법원은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고, 달리 규정이 없는 이상 '초과 납부된 보험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