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에 설치된 '강철 울타리'…똑같이 車 돌진하면 못 막는다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현장에 설치된 차량 방호울타리(사진)가 비슷한 수준의 차량 추돌을 막지 못하는 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해당 방호울타리를 시내 전역에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시청역 사고 현장에 36m 길이의 차량 방호울타리를 설치했다. 기존 알루미늄 재질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보다 강도가 센 철제 울타리다. 경사지나 철도 인근, 교량·터널 전후에 주로 설치되는 철제 울타리를 보행로에 설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는 비슷한 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시내 전역에 이 울타리를 설치할 방침이다.

철제 차량 방호울타리는 강도에 따라 1~7등급으로 나뉜다. 등급이 높을수록 강도가 세지는데 7등급은 1등급보다 100배 더 큰 힘을 버틸 수 있다.

시청역 사고 현장에 새로 설치된 차량용 방호울타리는 1등급으로 8t 무게의 차량이 시속 55㎞, 15도 각도로 충돌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됐다. 국토교통부는 1등급 울타리는 차량이 시속 60㎞ 이하로 달리는 도로 인근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등급 차량 방호울타리도 시청역 사고 때처럼 2t 무게의 승용차가 시속 107㎞로 덮치는 충격은 이겨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합차, 버스 등 더 무거운 차량의 저속 추돌도 막을 수 없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사고 현장 울타리 36m를 설치하는 데 기존에 있던 보행자용 알루미늄 울타리의 두 배 이상인 1044만원이 투입됐다. 등급이 높을수록 비용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청역 사고 같은 이례적 사고까지 막기 위해 높은 등급의 울타리를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운전자가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불안을 없애는 용도 외에는 새로 설치된 방호울타리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역 사고처럼 차량 대 사람 사고 중 보행로에서 일어난 사고 비율은 전체의 2.5%에 그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운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도로 구조와 교통신호체계를 개편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